몸뚱이 고생이 싫은 사연을 알려드립죠
이 이야기는 2월의 베트남 달랏 여행기입니다. 과거 시제 여행기죠. 언제 또 우리는 떠날 수 있을까요? 세상이 안녕한 그날을 학수고대합니다.
-작가님 캐녀닝 하실 건가요?
두 명의 독자에게 받은 질문이다. 캐녀닝이 뭐지? 달랏에선 캐녀닝이 유명한가 보군. 물줄기가 쏟아지는 벼랑을 로프에 의지해서 내려간다. 어떤 곳에선 급류에 누워 쑥 빨려내려간다. 7미터 이상 되는 곳에서 첨벙 뛰어든다. 비용은 8만 원 약간 넘는다. 싸면 어쩔 뻔했어? 1,2만 원이었다면 어쩔 수 없이 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하기를 잘했다는 후기뿐이다. 달랏의 강추 프로그램 캐녀닝. 나는 포기한다. 라오스에서 짚라인을 했었다. 줄에 매달려서 공중에 매달려 보는 경험. '유사 새'가 되어, '유사 날아다니기'를 하는 게 짚라인이다. EBS 세계 테마 기행 촬영 때였다. 전날 잠이 안 왔다. 짚라인을 하다가 나무와 충돌한 이의 후기를 하필 보고 말았다. 코뼈가 부러지는 대형사고였다. 라오스 커피의 95%가 나오는 볼라벤 고원은 크고 작은 폭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짚라인을 타면 백 미터 길이의 폭포를 공중에서 감상할 수 있다. 추락한다면 불구 걱정은 할 필요조차 없다. 뼈까지 곱게 바스러지는 높이다. PD가 사정사정해서 그림이 될만한 곳에서 타고 또 탔다. 그림이 되는 곳은 보통 가장 위험한 곳이다. 실감 나는 리액션이 필요해서, 가운데쯤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야 했다. 빠른 속도로 휙 지나고 마는 게 짚라인인데, 일부러 속도를 줄여서, 백 미터 이상 되는 높이에서 매달려 바들바들 떨었다. 방송이 장난이야? 놀러 왔어? 출연자 주제에, 제작자 입장이 되어서 자발적으로 열연한다. 그날 밤나무에 지은 오두막에서 잠을 자야 했다. 오두막 역시 짚라인을 타야 했다. 5성급 리조트를 상상한 사람, 손. 뭐, 제작비가 땅 파면 나오는 줄 아시나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꿈꾸는 낙원 같은 침대에 분홍색 모기장이 휘덮인 오두막이었다. 오스트리아 커플이 우리 옆 나무에서 잤다. 다음날 창백해져서는 덜덜 떨었다. 밤새 쥐가 머리통 위를 오가면서 신발을 파먹었다는 것이다. 슬리퍼 바닥에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우리처럼 기절 직전까지 촬영을 하고 잤어야지. 우리 팀은 숙면 그 자체였다. 세상 행복은 다 자기 것인 양 오버를 하던 커플이었다. 부축이라도 해줘야 하나? 오스트리 남자는 당장 병원에 실려가는 게 소원인 얼굴이었다.
-이 암벽을 타면 됩니다.
불룩 배가 나온 3층 건물 높이의 바위산이었다.
-민우 씨, 암벽 타봤어요?
-PD님 분량은 충분히 나왔다면서요? 암벽 타본 적도 없고요. 우린 그냥 평지로 가죠.
-이 길뿐이래요.
떨어지면 반신불수가 되는 암벽을 타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오스트리아 남자는 배탈까지 난 상태였다. 고통 없이 죽기. 암벽 타기. 무엇을 고르실래요? 모두 암벽 타기를 고르겠지만, 오스트리아 남자와 나는 끝까지 고통 없이 죽기를 고민했을 것이다. 가이드가 앞서가며, 손잡이 위치를 안내한다. 우리에겐 그저 돌덩이지만, 움푹 들어간 지점이 있다. 잘못 잡으면 쑥 미끄러진다. 로프를 허리에 감았으니 죽지야 않겠지만, 바위에 얼굴이 찢어지는 것까지 막아주는 건 아니다. 뼈 칼슘까지 뽑아다가 아귀힘으로 썼다. 숙소에서 요리를 하던 주방 아주머니들도 함께였다. 그분들에겐 퇴근길이었다. 진짜 이길 뿐이구나. 손톱이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아귀힘을 풀어선 안 된다. 카메라 감독은 이 상황에서 특히 초인이 된다. 자기 몸 하나 빠져나오는데도 사력을 다해야 하는데, 장비를 들고, 이 상황을 찍는다. 촬영이 잔인한 게, 충분히 찍었다고, 안 찍을 수가 없다. 혹시 더 좋은 장면이 나올 수도 있으니, 찍고, 또 찍는다. 캐녀닝을 안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이리로 샜다. 아, 말 나온 김에 그때의 동영상이나 감상하시죠? 못생긴 출연자의 절규가 감동 포인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WjCA1HjHyg
PS 매일 글을 씁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힘이 세다는 걸 요즘처럼 실감하는 때가 또 있을까요? 제 글의 힘을 믿습니다. 믿습니까? 믿어주세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