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인공은 언제나 주인공이어야만 해 - 한국
-저 사람 완전 톱스타였어
저는 깜짝 놀라요. 악역을 하는 그냥 그냥 조연이 사실은 한 때의 청춘스타였답니다. 태국은 그런 경우가 흔해요. 나 한 때 잘 나갔어. 그런 스타들이 조연을 받아들여요. 나라마다 사정이야 다른 거니까요. 전무후무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스타면 또 달랐을 수도 있죠. 요즘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를 보면서, 와, 정말 대단하다. 지금까지 최고라니. 그 노력과 연기력에 경의를 표하게 돼요. 한편으로는 주인공만 하는 이유를 묻게 돼요. 누가 내려오고 싶겠어요? 주인공이 출연료도 더 받고, 스포트 라이트도 독점하는데요. 출연료보다는 광고죠. CF 쓸어가려면 조연 못하죠. 해서는 안되죠. 주인공은 끝까지 주인공이어야 해요. 육십 살이 넘으면 또 모르겠어요. 그때도 주인공을 할 수 있으면 해야죠. 배우 입장에선 굳이 내려갈 이유가 없어요. 어쩔 수 없다면 그땐 정말 어쩔 수 없어서겠죠. 기쁜 마음으로 내려올 사람은 없을 거예요.
팬들이 더 원할 거예요. 내 청춘을 함께 했던 스타는 계속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주인공이 쉽게 조연을 받아들이는 태국이 왜 그럴까를 생각해요. 아무래도 공포가 덜한 것 같아요. 밀려나면 끝장이다. 우린 그런 심리가 늘 밑바닥에 깔려 있잖아요. 밀려남은 비참함이고, 비참함은 끝장. 이런 공식이 모두에게 있죠. 태국은 그렇게까지 극단적이지 않은 거죠. 자연스럽게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받아들이는 거죠. 받아들이는데 큰 용기가 필요 없는 거죠. 끝장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제가 매일 옥상에 올라가서 아침 인사 동영상을 찍잖아요. 새들의 시체를 봐요. 어떤 새는 솟구쳐 오르더니,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더군요. 그 솟구치는 힘은 어디서 났나 싶어요. 파닥파닥. 작열하는 땡볕에서 파닥거리지만 희망은 없어 보여요. 인간의 눈에는 늘 젊어 보여요. 짐승의 나이를 볼 능력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솟구치는 힘이 불가사의해요. 우리는 걑은 인간이니까 서서히 늙고, 서서히 죽어나가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잘 모르나 봐요. 청춘스타들이 늙고, 시들어도 잘 안 보이나 봐요. 나의 노화도 잘 안 보이고요. 그래서 한 때의 시간에 나도 스타도 붙잡아 두려고 하는지도 모르죠. 어쩌면 고집이고, 어쩌면 착시죠. 흐름을 받아들이는 건 지혜일까요? 용기일까요?
그렇다고요. 그냥 그냥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유한한 삶에 글이 제법 오래가는 거란 생각을 해요. 남아서 퍼지고, 떠돌고. 이런 신비로운 글을 저도 쓰네요. 감사합니다. 그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