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욕망은 비아그라형일까? 커피형일까?

욕망에 휘둘리는 제가 싫어요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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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려고 작정했어?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입니다. 제가 매일 셀카봉을 들고 동영상을 찍잖아요. 보통은 옥상에서 해 뜨는 걸 찍죠. 아침 시장에서도 찍죠(참고로 여기는 태국 방콕입니다). 골목에서 나오는 트럭을 못 본 거예요. 저 하나 찍기 바빠서요. 태국 사람들 웬만해선 절대 화를 내지 않아요. 그런데 운전하는 사람이 저에게 화를 냈어요. 제가 얼마나 막 걸어 다녔는지 아시겠죠? 죽을 뻔한 정도는 아니지만, 다칠 수는 있었어요. 민폐 행동이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제가 관찰자 입장일 때 참 꼴 보기 싫었던 사람이 오늘은 제가 됐네요. 스마트폰만 보면서 길을 걷는 사람, 뭐가 그리 급한지 달려드는 차는 보지도 않고 뛰는 노인분들, 길목에다 차를 세워놓고 자기 일 보는 사람들. 정말 화나죠. 그러다 사고가 나면 또 자기 책임 아니라고 큰소리칠 거잖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었어요. 아닌 줄 알고 타인을 흉보고, 미워했던 거죠. 태국 사람이 저렇게까지 화를 내다니. 그 순간이 남네요. 그런 경우를 쉽게 볼 수 없었으니까요. 하긴, 뉴스에서 보면 또 그렇지만도 않아요. 폭력과 살인이 흔해요. 태국 사람들도 주먹다짐 많이 해요. 제가 지금까지 운이 좋았나 봐요. 좋은 사람들만 만났던 거죠. 사람을 일단 좋은 쪽으로 보려고 애를 써요. 그래서 착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믿어요. 지금까지는 그렇게 살아서 엄청난 뒤통수를 맞은 적은 없어요. 아예 없지는 않지만, 좋은 쪽의 사람이 훨씬 많았던 거죠. 몇 번의 뒤통수를 맞는다고 해도, 일단 좋게 보려고요. 좋은 점부터 보여요. 처음에는요. 오래 겪으면서 나쁜 점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죠. 그때는 또 돌아서야죠. 견디는 건 잘 못 하는 인간이라서요.


오늘은 오래간만에 커피를 마셨죠. 아시죠? 저 역류성 식도염이라서 커피 자제해야 하는 거요. 오늘 속이 모처럼 좀 괜찮다 싶어서요. 마십니다. 마시자마자 속에서 반응이 와요. 확 뒤집어질 거야. 식도에서 경고하는 소리가 들려요. 그런데도 마셔요. 찔끔찔끔. 과연 맛있어서일까요? 그냥 머릿속에서 마시고 싶다. 이 상황에서 커피여야 한다. 억지를 부려요. 저는 그 억지에 놀아나는 거죠. 객관적으로 맛은 그냥 그런데도 그 상황에 그것이어야 하는 거예요. 억지를 부려서 뭐가 좋아지는 거죠? 없어요. 그냥 그러고 싶고, 그래서 기분이 좋아질 것만 같아요. 같아요? 네, 그냥 그럴 것 같아요. 막상 기분은 안 좋아지고요. 속도 안 좋아져요. 욕망의 거짓말에 휘둘리는 거죠. 반을 남겼으니 마냥 휘둘린 건 아닌 건가요? 저의 모든 욕망은 거짓입니다. 내내 휘둘립니다. 말로만 거짓이라고 하지. 내 안은 희번득 욕망 덩어리로군요. 조금씩 옅어지고 있어요. 그나마 위안이죠. 뜬금 화제 전환이기는 한데, 제 커피 욕망은 비아그라를 닮았군요. 발기가 안 되면, 안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과거의 기억에 의지해서 현재의 욕망을 과장하죠. 거짓말입니다. 그러니까 비아그라 금지, 팔팔정도 금지 ㅎ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을 쓰면서 저를 정리해요. 제가 다듬어지는 느낌이 좋아요. 이렇게 다듬어지다 보면, 이십 년 후에 섹시한 노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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