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방이라는 감옥에 갇혀서 거의 두 달
갑자기 잇몸에서 피가 나네요. 내내 방안에만 있었어요. 에어컨 기사가 오기로 한 날이거든요. 열한 시에 오기로 하고는, 열두 시에 왔죠. 방문을 열었을 때 냄새가 신경 쓰여서 화장실 전용 세제를 여기저기다 뿌려놨어요. 그것 때문일까요? 일 년 가까이 무탈하던 잇몸에서 왜 피가 나는 걸까요? 제가 엄살을 많이 떨죠. 그만큼 생에 대한 애착이 강한 놈인데 말이죠. 밤에 잠시 나가요. 동네일 뿐인데, 롯데월드처럼 화려해요. 저는 글을 쓰면서, 독립된, 외떨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시간이 빨리 가고 있어요. 허비한 삶을 살고 있지 않아요. 요즘처럼 열심히 산 적이 기억에 없네요. 그런데도 시간이 빨라요. 더 빠른 것 같아요. 매일 유튜브나 보며 시간을 축내던 때보다 더 빨리 흐르고 있어요. 각자의 시간은, 그 속도는 다 다를 거예요. 하지만 느리게 가는 사람은 소수겠죠? 시간이 느리게 가는 이들이, 많이 힘든 사람이죠. 오죽하면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라겠나요?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랐던 순간이 저는 고1, 군 복무 시절. 이렇게 두 번 있었네요. 자주 이야기했었죠.
고1 때는 선생님이 주도하는 왕따의 희생양이 되었죠. 군 복무 시절은 남자들 대부분이 지긋지긋해해요. 저도 그래서 지긋지긋해하죠. 그러면 가장 찬란한 때는 언제죠? 저는 좀 어려워요. 좀 많아요. 여행 때도 있고, 한창 젊을 때도 있고, 더더 어릴 때, 성당 다닐 때도 있고요. 지금도 굉장히 소중해요. 그걸 언제 알았냐면, 조지아 여행 때 알았어요. 태국이 그렇게 그리운 거예요. 다른 사람이 집을 그리워할 때, 전 그리워하지 않았 거든요. 즉, 순간에 충실했고, 그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음을 명심했죠. 조지아에선 방콕이 그렇게 그립더라고요. 새로 연 카페가 없나 검색을 하고, 그렇게 찾아낸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두 잔 마시는 방콕의 하루가 몸살 날 정도로 그립더군요. 그렇게 그리워하는 곳에 왔더니요. 이렇게 못 나가네요. 늘 환상은 가장 좋은 한 때를 그리워하는 거죠. 방콕에 있다고 해도, 방에 갇히는 날이 많아요. 많아졌어요. 제 글을 쓰기 위해서요. 사실 어디여도 상관없는데 말이죠. 이렇게 방안에만 갇힐 거라면요.
이렇게 갇혀서 글만 쓴 순간도 그리워할 날이 올까요? 당장은 약간 답답하기도 하지만, 몇 달 후에는 오늘의 일상이 마치도록 그리울까요? 그럴 거예요. 지금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지만, 지금이 2020년 중 제일 좋은 한 때일 수도 있어요. 저주 아닙니다. 코로나가 이리 치명적일 줄 몰랐듯이, 더 치명적인 무언가가 등장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전쟁이나, 전쟁에 준하는 비극은 어느 세대에게나 있어 왔으니까요. 내일은 이보다 못할 수도 있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봐야겠어요. 답답함이 훨씬 덜해질 것 같아요. 어느 카페나, 식당이나 가실 수 있죠? 부러워요. 방콕은 띄엄띄엄 앉아야 해요. 많은 가게들이 아예 망해서 문도 많이 닫았고요. 더 좋은 곳에서 행복해 주세요. 저도 여기서 못지않게 행복해지겠습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오늘은 잠이 무척이나 쏟아지네요. 약간의 횡설수설, 따뜻하게 봐 주실 거죠? 미리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