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가 능멸한 나의 하루

나는 놀아날 것이다

by 박민우

아니, 아니 말이 되냐고? 하루에 7만 명이 방문했어. 그럼, 그럼 아무리 못해도 천 명은 들어와야지. 오백 명? 나를 가지고 놀아? 이것들이!


두 번째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끝까지 올라가더니, 또 바닥으로 추락. 처음엔 만 명이었다. 어머니와 대만 여행기에 만 명이 방문했다. 다음날엔 백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정신 차리자. 사람에게 다가가기, 멀리, 멀리 내 글이 퍼지기. 쉬울 줄 알았어? 성실하게. 내 성실함으로, 작은 파문을 평생 만들어 가야지. 적절한 깨달음이 곧 찾아왔다. 당분간 흔들릴 일은 없겠어. 비비고 만두 이야기 때문에 수포로 돌아갔다. 다시없을 줄 알았던 폭발적 조회수, 이번엔 십만 명을 넘겼다. 1kg 만두를 쟁취하지 못한 소시민의 애환을 애절하지만, 오버하지 않고 써 내려갔다. 아니, 그깟 만두에 뭐하러 재주를 쓰느냐? 연암 박지원 할아부지가 꿈에 나타나 꾸짖기까지 했다.


방문자 수. 그 재미가 마약이다. 오 분, 십 분. 천 명, 만 명. 삽시간에 올라간다. 다음 홈페이지나, 카카오톡 메인 화면에 내 글이 올라간 모양이다. 낚인 사람도 있겠고, 눌러나 보자 하는 사람도 있었겠지. 내게 달려드는 반딧불이었다. 만질 수는 없어도 볼 수는 있었다. 숫자로, 숫자로 보였다. 흥분은 이내 당연해졌다. 그래, 뭐. 내 글이 좀 재미있지. 재미만 있나? 울림도 있지. 잔잔할 땐 잔잔하게, 먹먹할 땐 먹먹하게. 사실 그 짧은 시간에 약간 귀찮아지기까지 했는데, 건물주 통장에 이자 소득으로 3백만 원이 찍힌 순간과 비슷한 감정으로 귀찮아졌다. 심드렁해져서 차분해졌다.


깨달았다며? 귀찮아졌다며? 진짜야? 브런치가 나를 바닥에 내리친 후에, 안 아프다며? 낄낄댄다. 양아치니? 배틀 뜨자는 거야? 나한테 관심 많니, 너?


끝장 난 느낌에선 여전히 멀지만, 비슷한 류의 감정에 발발 떨었다. 상처다. 이것밖에 안 된다. 상처의 본질은 이것밖에 안 되는 나다. 앞으로 나는 더,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당연함과 좌절을 반복할 것이다. 세상이 나 때문에 들썩이면, 너무 당연하고, 그게 사라지면, 너무 아플 것이다. 하루 만에 SM, JYP 대표 연예인의 기분까지 알아버렸다. 언니, 얼굴 좀 그만 깎아요. 우리 엄마는 오빠 나오면 채널 돌려요. 이런 댓글을 보면서 중국집 짬뽕을 시키는 그들은, 사실 보리수 아래 석가다. 감히 짐작도 못 하는 내공이다. 그들이 노래할 때, 연기할 때 엎드려서 듣고, 받아 적어야 한다. 퇴물 탑 연예인이 된 나는 배가 고팠다. 어머니가 압력솥으로 삶은 갈비를 뜯었다. 설탕은 1g도 안 들어간 갈비가 뼈에서 힘없이 떨어져 나왔다. 씹긴 하지만, 안 씹어도 되는 분자구조까지 박살된 살코기가 혓바닥에서 녹고 있다. 무설탕 갈비찜이라니. 양파와 당근으로 단맛이 커버가 되다니. 어머니가 유튜브에 눈을 뜨고, 부엌이 궁중 수라간이 되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어마어마한 일들이 이뤄지고 있다. 맛있지만, 피곤하다. 세상이 너무 빠르다. 이 갈비는, 사무치게 맛있다.


빙글빙글


작가님 4월 20일 강연 괜찮으세요? 강사료는 37만 원입니다.


나를 치유하기 위해서, 수도권 도서관이 출동했다. 씨티은행 계좌는 곧 137만 원이 된다. 다음 달 5일에 신한카드 40만 원이 빠져나간다. 다음 달 생각은 무르기로 한다. 37만 원이 안 생겼다면, 60만 원으로 쪼그라드는 거잖아. 내 안에는 항상 초를 치려는 새끼가 산다. 그 새끼가 종일 나를 가지고 놀았다. 브런치랑 짜고. 37만 원이 생기는 하루라니. 매일 37만 원이면 한 달이면 천만 원. 그런 인생이고 싶다. 조회수가 아닌, 현금으로 놀아나고 싶다. 바닥으로 또 꼬꾸라져서는 피눈물을 흘릴 테지. 그래도 잔고는 몇천 만 원 남아있을 거 아니야?

떠나는 거지. 피눈물을 흘리면서 비즈니스석 타고, 자메이카로 갈래. 레게음악, 쿵짝쿵짝. 밥 말리 사촌이 하는 펍에서 맥주 한 잔, 쿵짝쿵짝.


쓰레기 인생아, 나를 돈으로 능멸해라. 두고 보자. 아니, 두고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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