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사람들 융통성 없어요. 자주 가는 카페에서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그린티 라테, 카파 라테를 출시했지 뭡니까? 문제는 제 위장이 온실 속 공주여서 순하디 순한 걸 마셔야 한다는 거죠. 카페인 안 들어간 걸로요. 그래서 바닐라 라테를 시켜요. 이왕이면 우유 말고,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걸 마시고 싶어요.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바닐라 라테가 메뉴에 없어요. 없는 걸 만들어 달라고 하면 난리가 나요. 메뉴판에 없으니, 영수증을 못 뽑잖아요. 아무 메뉴로 일단 영수증 뽑고, 따로 돈을 더 받으면 될 텐데요. 속이 터지지만, 마음의 준비했어요. 아마 안 될 거예요. 거절해도 상처 안 받을 거예요. 제가 멘털 부자거든요.
-바닐라 밀크 셰이크에 우유 대신 코코넛 밀크 넣어 줄 수 있나요?
제가 이런 문장 긴 문장을 어찌 태국어로 말할 수 있겠습니까?
-바닐라, 바닐라. 꼬꼬, 꼬꼬
태국말로 코코넛은 마프라우인데요. 생각이 나야 말이죠. 꼬꼬, 꼬꼬 했죠. 제가 그렇게 열심히 닭소리를 냈더니, 찰떡 같이 알아듣더군요, 코코넛 밀크 셰이크를 드디어 마시게 됩니다. 왜 이런 알흠다운 메뉴를 이제서야 만든 걸까요?
2. 너는 내 성질을 버려놨어 - 코코넛 설탕

코코넛 설탕은 2,30미터 높이의 코코넛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서 꽃봉오리에 칼집을 내요. 진액이 나오면 받아다가 끓여요. 그리고 굳게 놔둬요. 그게 코코넛 설탕입니다. 설탕이 벽돌이면 빡이 돌겠어요? 안 돌겠어요? 그걸 도마 위에 놓고 대패질을 하면 어이가 있겠어요? 없겠어요? 그래도 흰 설탕이 정제 설탕보다는 몸에 좋겠지. 분노의 칼질을 합니다. 당연히 몸에 더 좋아야죠. 36도 이글이글 더위에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대패질을 했는데요. 흰 설탕 먹고, 빨리 죽는 쪽이 낫지. 갑자기 흰 설탕에게 우호적이고 싶습니다. 이래저래 코코넛 설탕은 위험합니다.
3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 블렌더 커터칼 청소법
주스 갈아 마시려고 한국에서 가지고 온 블렌더인데요. 커터칼 기둥이 안쪽이 비어 있어요. 물 때, 주스 찌꺼기 등이 남아서 안쪽이 꼬질꼬질해졌어요. 수세미가 들어갈 리 없죠. 물만 여러 번 넣어서 헹궈줘요. 나중엔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매져 있더라고요. 매일 조금씩 더러워지는 거라서, 그런가 보다 했죠. 이제는 더러움이 확연희 느껴지네요. 누군가 우리 집에 와서 이딴 걸 보면 정이 싹 떨어질 것 같은 거예요. 쉽게 포기하지 말 것. 면봉으로 살살 문지르니 묵은 때가 싹 벗겨지지 뭡니까?
이따위 면봉과 커터칼이 뭐라고 제게 함부로 교훈까지 주는 건가요? 그래요. 제가 멍청해서 이딴 걸로도 대견해합니다. 이렇게 개운해질 수 있었는데, 몇 달간 더러움을 꾹 참았네요? 인생 헛살았네요.
자매품으로 코코넛 푸딩이 있겠습니다. 네, 이빨로 뜯었습니다. 개불 조팝나무 같은 세상. 쌍욕을 열 개 정도 했네요. 얼씨구. 뚜껑만 열면 되는 거였어요. 아래쪽을 미친개처럼 물을 필요가 전혀 없었죠.
답은 가까운 곳에 있다.
코코넛 푸딩 주제에 감히 저를 가르치더라고요. 너무 괘씸해서 무릎 꿇고 받아 적었죠. 코코넛 푸딩 먹어 본 사람 손. 없죠?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이죠? 설마 롯데리아에서 세트 메뉴 사면 공짜로 주는 오징어링 같은 존재 아니죠? 제발 아니어야 해요. 보기 드물게 고급스럽고, 고급진 맛이 납니다.
4 인생 과자를 찾았습니다 - 연어 껍질 튀김 With 짠 달걀
이렇게 고급스럽게 느끼한 과자는 또 처음이네요. 염장한 계란이라고 해야 하나요? 짜디짠 달걀을 말리고, 갈아서 연어 껍질 튀김 위에 곱게 펴 발랐어요. 고소함이 버터와 치즈에 오징어 땅콩을 버무린 것 이상입니다. 생선 껍질 특유의 비린내가 일단 안 나더라고요. 저는 태국의 이마트라고 할 수 있는 Big C에서 샀네요. 한 번 맛본 사람들은 수십 봉지씩 사갈 걸 확신합니다. 알코올 중독자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어요. 술을 부르는 안주 월드컵에서 3번 연속 우승했답니다. 네, 헛소리입니다. 그만큼 맛있습니다. 고급스럽게 느끼하고, 우아하게 짠맛은 요게 최곱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오늘처럼 눈을 반쯤 감고 쓰는 글은 내일이면 불만족스럽겠죠? 약하고, 불만족스러운 사람이라 글을 씁니다. 여러분과 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보고, 해석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