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가 없는 여행작가의 짐 싸기
브라운 면도기
제가 면도를 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믿지 않아요.
면도해요.
뿌리까지 밀지 않을 뿐이죠.
더러워 보여야, 제 얼굴.
구레나룻 이해 못 하는 당신, 이해해요.
그러니까 제가 더 착한 사람
십 년도 더 된 토미 힐피거 노란 셔츠(그래, 역시 브랜드. 돈은 써야 합니다)
나는 노란색만 어울려요.
스무 살 때는 다 어울렸죠.
노란색 남았어요.
노란색만요.
이 노란색마저 거부하면, 그때 모든 색이 어울릴 거예요.
차례로 모든 색이 조금씩 시들고
최후의 노란색이 한 번 더 거부할 때
꽃무늬 하와이 셔츠만 입으려고요.
그때는 제가 꽃이죠.
백 년 동안의 고독
책은 가져가야죠.
안 읽어도, 책은 있어야 해요.
같이 누워서
같이 잠들래요.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마지막 페이지
꿈에서 만나죠.
자장자장
유니클로 히트텍
놓고 갈랍니다.
꽃망울이 터지는 남쪽이잖아요.
히트텍만 한 게 없어요.
태국, 베트남 여행 때 히트텍 꼭 챙겨요.
살기 품은 에어컨 냉기에
히트텍으로 맞섰죠.
야자가 주렁주렁
열대의 나라에서도 내복은 필수
안 믿기시죠?
그러니까요.
열대부터 툰드라까지
히트택은 사랑입니다.
다이소 코팅 장갑(어허, 천 원 아니고유, 이천 원)
헬스장갑입니다.
어허, 원예 장갑 아니고, 헬스장갑이요.
철봉만 있으면, 무조건 매달립니다.
어깨가 넓어지면 잘 생겨 보여요.
모르셨죠?
커져라, 어깨
잘 생겨져라, 박민우
형수님이 놓고 간 콜라겐 필터링 마스크
챙깁니다.
뭐라도 하겠습니다.
해도 그 정도야?
네, 해서 그 정도입니다.
나를 챙기는 사람은 나!
토닥토닥
안쓰럽죠?
모르는 차인데요.
찬장에 있어서 먹어봤는데, 느낌이 좋아요.
저는 아주 미묘하게라도 좋으면요.
그냥 좋아요.
뭐라도 하겠다는 마음이
나쁜 건 아니죠?
귀가 얇은 건 나쁜 거 맞지만
아주 나쁜 거 아니죠?
이 차의 정체를 구구절절 설명해 주시는 분 계시면
더 성실히,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설마, 설마 여성 전용 차는 아니겠죠?
여성 차여도, 뭐 남자가 마시면 없던 여성 호르몬 뿜뿜
그런 것만 아니면, 뭐
어머니도 안 마시고, 아버지도 안 마시고
그럼 버려요?
대단히 몸에 좋은 차였으면 좋겠어요.
프로 바이오틱스.
이 제품은, 흠, 추천은 안 하겠습니다.
저는 두 봉지 마셔요.
그래야만...
짐은 욕심의 무게입니다.
저는 이뻐지고 싶은, 늙은 몸이로군요.
쓸모없는 몸뚱이, 표피일 뿐인 살가죽을 무시할 겁니다.
곧 지혜로워지겠습니다.
아, 아 지혜의 상징
지압 슬리퍼
제가 이걸 놓고 갑니다.
감동 좀 해 주세요.
요게 진짜 신세계입니다.
처음 한 달
이를 악물고 신습니다.
아파야죠.
그래야 온 몸의 장기까지 꾹꾹
좋은 기운이 가죠.
뭔가 좋아진 것 같지만
어떻게 좋아진 건지는 모르겠고
어쩌면 내 나이는 나빠지지 않으면
그게 좋아진 거라 믿고
신뢰합니다.
애정합니다.
이걸 제가 놓고 갑니다.
드디어, 느껴지시죠?
비움의 미학
포기의 용기
통영 여행이 끝나면
깨달음 학원 원장 포스로
축지법만으로 돌아오겠습니다.
풉!
요게 뭐라고, 설레네요.
네 시간 버스용
홀짝 아이템.
카누가 엔제리너스 커피보다 못하다고요?
그 의견 저는 반대하겠사옵니다.
말랑말랑
바다 냄새가 나네요. 벌써!
- 버스 기다려요. 성남 분당 고속버스 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