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랜드 휴게소, 충격의 크루아상 붕어빵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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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


16시간을 굶고

아, 드디어 먹는다.


금산 인삼랜드 휴게소 크루아상 붕어빵

한 개에 3천 원.

확실하니까 3천 원이겠지?


자부심이 느껴지는 크기야.

일부러 작게 만든 거지.

재료값 아끼려고 그랬겠어?

프리미엄 붕어빵을 몰라도 너무 모르시는군요.

요렇게 작아도, 안엔 옴팡진 크림, 옴팡진 팥이 꽉!

안 먹어보셨구나.


이 크기로, 당신을 홀려보겠습니다.


똘망똘망 째려보는 붕어빵이라니.

칭찬이 지겨운 붕어빵이겠지.

태생이 남달라.

조심조심 먹어줄게.


너를 만나려고 16시간 빈속이었어.

너는 나를 감동시키고

나는 공복의 즐거움에 눈 뜰게.

맛있으면 돼.

아주 맛있으면 더 좋고.


응?


너, 약간 딱딱하네?

손님 몰리니까 미리미리 구워 놓는 거구나.

그래도, 질겅질겅 크루아상은 아니지.

쥐포 식감의 크루아상이라니.

곱창 식감 바게트까지 세트로 있는 거 아니지?


첫 입에 훅 삐져나와야 할 팥은?


프리미엄 붕어빵이잖아.

요즘 동네 붕어빵도 팥 꽉 채워줘.

2천 원에 다섯 개 주는데

비싸다고 할머니들은 욕하셔.

할머니 무서워서 황금 잉어빵에 팥을 얼마나 때려 붓는지 몰라.

'황금'에 어울려야 한다고, 붕어빵 사장님들이 얼마나 노력하시는데.

어찌나 뜨겁고, 어찌나 넘치는지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조마조마해.


그렇다고 휴게소에서 500원 붕어빵 팔라는 거 아니야.

권리금, 월세 따박따박 남는 것도 없겠지.

그러니까 3천 원이잖아.

이 크기의 붕어빵이 3천 원이면

미국에서도 가장 물가 비싼 샌프란시스코 뺨 후려갈기는 가격이야.


지구 어디에서 와도 놀라고, 분노할 꼬라지라고.


붕어빵이 명량 해전 이순신 장군처럼 기백이 넘치는구나.

좋은 쪽으로 좀 넘치면 안 돼?


혹시 건포도 빵 레시피로 만든 거야?


납작한 빵에 팥 반 스푼을 펴 바른 거야?


원래부터 이런 빵이었는데

다들 환호한 거야?

천재적 발상이라면서 경의를 표한 거?


나만 운 없는 거였으면 좋겠어.


좋은 새로움이란 새로우면서 좋아야 해.

새롭기만 해서는 안돼.


우리 같이 행복하자.


사장님!


좀 더 촉촉해도, 팥 좀 더 넣어도 안 망해요.

크루아상은 원래요.

안에 결들이 포로로 살아나서

요망한 부드러움과 따뜻함으로 먹는 거예요.

붕어빵 기계로 그 부드러움 도저히 안 나오면요.

엄마손파이보다도 더 말라비틀어진 붕어빵에 팥이라도 더 넣어주세요.

한 입 한 입 낙이 없더라고요.


제 돈 주고 산 빵을 반도 안 먹고 버렸어요.


평생 처음 있는 일이네요.


아름다운 통영 이야기하려다가요.

분노의 붕어빵 이갸기가 됐네요.

사장님 큰일 하셨어요.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해요.

행복하려고 여행 떠난 사람들에게요.

팥을 더 주세요.


다음에 꼭 다시 먹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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