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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좀 날아다니면 안 돼? 나는 반은 태국 사람

저 태국에서 너무 오래 살았나 봐요

by 박민우
20191205_185042.jpg 방콕 차이나 타운


나는 이제 한국 사람이 아닌가? 한국 사람들이야 세계 어디나 많죠. 방콕에도 많아요. 대부분이 여행자죠. 식당이나 시장에서 한국인들을 보면 낯설어요. 저에겐 당연한 게, 한국 사람들은 놀랍거나 더러운가 봐요. 저는 왜 놀라지 않을까요? 익숙해져서죠. 뭐.


1. 앗, 파리야. 밥 맛 떨어져


그래요. 파리를 보면 밥맛이 떨어져야죠. 저는 안 떨어져요. 식당이나 시장에 파리 좀 윙윙대야죠. 한국에서 더 끔찍한 파리떼를 많이 보면서 컸거든요. 끈끈이 테이프에 파리들이 가득 붙어서는, 몇 마리는 꼼지락꼼지락. 그게 80년대 파리 박멸의 특효약이었 거든요. 그 누런 테이프가 가게, 식당에 줄줄이 매달려 있었어요. 밥상에서 그걸 보면서 짬뽕을 먹고, 짜장면을 먹었죠. 이젠 한국 사람은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만 봐도 밥맛이 떨어지나 보더군요. 저는 파리 정도는 그러려니 해요. 파리도 먹고살아야죠. 세계 테마 기행 촬영 때 거미 튀김, 개미탕을 먹은 사람입니다. 그래도 국물에 떨어지는 건 못 참죠. 중학교 때 우리 반 제일 키 큰 녀석이 축구를 하다가 파리를 삼켰어요. 날개만 뱉었어요. 몸뚱이는 이미...


2. 시식인가? 1인 분인가? 양이 이게 뭐여?


쌀국수를 죽지 않을 만큼만 줘요. 장난 하나 싶을 정도로 양이 적어요. 식당마다 다르기는 하지만요. 맛있는 녀석들 출연진이 태국에서 쌀국수 먹는 모습 좀 봤으면 좋겠어요. 한 젓가락, 아니 반 젓가락 분량의 국수를 초밥 접시 쌓듯 먹는 걸 보고 싶어요. 저요? 나이를 먹으면서 소화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자연스럽게 양이 줄더라고요. 그러니까 적은 양이 되려 고마워요. 그것도 모르고, 가게 주인들이 저만 가면 그렇게 퍼줘요. 제가 늘 동영상 촬영을 하거든요. 전 세계에 나가는데 이왕이면 푸짐하게 보여야지. 제가 백만 구독자 유튜버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 태국 쌀국수는 마트 시식 코너라고 생각하고 드세요. 한 끼를 배불리 드시면, 태국에서 하루 다섯 끼 못 먹잖아요. 태국에선 하루 다섯 끼 드셔야죠. 거기에 꼭 맞는 양이라고요. 태국 사람들은 다 생각이 있었던 거예요.


3. 쪄 죽겠다. 왜 긴팔을 입니? 이 더위에


네, 저도 주로 짧은 바지에 플립플랍을 신고 다니죠. 하지만 긴 옷을 입으면 사람들 시선이 확 달라진다는 것도 알아요. 태국 부자들은 옷차림에 엄청 신경 써요. 몸을 거의 싸매요. 부의 상징이거든요. 이 찜통에 두툼한 청바지에 운동화, 팔목까지 오는 셔츠에 재킷까지 걸쳐 입어요. 햇빛에 나갈 일이 없는데, 더위는 고려의 대상이 아닌 거죠. 클럽 같은 곳에 갈 때는 긴팔 입으세요. 양말에 구두도 갖춰 신으면 플러스알파죠. 훨씬 더 사랑받으실 거예요. 클럽에서 그냥 쪄 죽으세요. 사랑받는 게 목적 아니었나요?


4. 모기아, 왜 나만 물지? 그러게요


우리나라 사람 피부는 태국 모기가 가장 사랑하는 표적이에요. 같이 밥을 먹으면 한국 사람만 긁어대기 바쁘죠. 한국에서 유기농 모기 방지 크림 같은 거라도 가지고 오세요. 태국은 야외 식당이나 카페가 많아요. 그런 곳이 아무래도 사진도 잘 받죠. 모기 때문에 그런 곳을 포기하면 안 되죠. 저요? 태국 모기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네요. 예전엔 항상 바르는 모기약 정도는 챙겼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왜 태국 사람들은 모기가 안 달려들까? 예전엔 궁금했고, 지금은 안 궁금해요. 모기들도 흔한 건 지겨운가 봐요. 별미에 목을 매는 거죠.


5. 차이나 타운은 지옥이야. 아뇨, 재미난 천국이죠


여행 한두 번 한 사람도 아닌데, 지옥이라뇨? 사촌 형 내외가 와서 방콕 차이나 타운을 갔어요. 방콕을 이미 열 번도 넘게 온 사람들이라, 차이나 타운을 온 거죠. 안 가봤다는 거예요. T&K 시푸드 식당이 제격이다 싶었죠. 길바닥 테이블에서 먹는 거지만, 가격도 괜찮고 일단 재밌거든요. 시장 특유의 떠들썩함이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놈 데리고 오고 싶다.


아니, 형님 동생이 고민 끝에 고른 식당인데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되나요? 도떼기도 그런 도떼기가 없죠. 운이 없었는지 쓰레기통 옆이기도 했어요. 대치동 성공한 학원 원장님께서 못 볼 꼴을 본 거죠. 아니 저는 왜 그 쓰레기 더미, 사람 더미의 지옥불이 아무렇지도 않냐고요. 아니, 왜 더 맛있냐고요? 한국 친구들이나 친척들 오면 무안하지 말라고, 같이 놀라는 척은 해요. 제가 이리도 생각이 깊은 놈입니다. 연기력도 좋고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가끔은 힘들고, 피곤해서 더 열심히 씁니다. 쉽지 않아서, 쉬운 것보다 더 매달리게 됩니다. 사람이 오기도 조금은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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