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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요? 한국행 비행기가 취소됐다고요?

올해 안에 한국 갈 수 있을까요?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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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울며불며 아이가 됐어요. 아이 목소리로 조잘조잘. 사람들은 웅성웅성. 그러더니 기절을 해요. 깨어난 여자는 기억이 안 난대요. 빙의라고 하나요? 아이의 영혼이 여자의 몸속으로 들어갔었나 봐요. 여자는 그 순간 번호를 불렀어요. 이게 무슨 번호일까요? 나는 몰라도 태국 사람들은 알죠. 복권이죠. 사람들은 그 숫자들을 재빨리 적어요. 냉큼 달려가서 복권을 사요. 그중 1등 당첨자가 나왔답니다. 여자는 절에만 가면 그렇게 아이 목소리로 옹알이를 해요. 사람들은 그 여자를 보러, 아니 복권 번호를 들으러 구름 떼처럼 몰려들고요. 어처구니가 없으시죠? 저는 그런 뉴스를 매일 봐요. 아이가 실종됐는데, 강에서 주검으로 발견됐죠. 강의 신이 화가 나서 아이를 데려갔다는 거예요. 강의 신이 개로 변신해서 아이를 데리고 갔다고 부모는 굳게 믿더군요. 강의 신 심기를 건드린 자는 누구일까요?


저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어요. 이런 미개한 나라 계몽해야 마땅하다. 여러분은 답답하신가요? 저에게는 동화의 세상처럼 아늑해요. 인디언 기우제를 보면 여러분은 억지라고 생각하시죠? 비가 올 때까지 기도를 하는데, 그게 무슨 기도발인가 싶으시죠? 인디언들의 간절함이 비를 조금이라도 빨리 내리게 했다고 저는 생각해요. 논리적인 사람에서, 비논리적인 사람이 됐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수학에서 확률을 굉장히 재밌어했던 사람이고요. 복권도 절때 안 사는 사람인데 말이죠. 내가 1등이 될 확률이 거의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이런 아이 같은 사람들의 믿음을 비웃고 싶지 않아요. 무시하고 싶지 않아요. 그들의 바람대로 됐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굳이 각성하지 않아도 무사한 삶으로 일생을 살았으면 해요.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취소됐다는 메시지가 왔어요. 예정대로라면 7월 7일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날아가죠. 에어아시아 비행기는 7월에 비행기가 뜨지 않는군요. 9월 한국에서 방콕으로 오는 비행기도 취소됐어요. 뭘 의미하는 걸까요? 올해 안에 비행기가 안 뜰 수도 있다는 거죠.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는 모르겠어요. 비행기가 떠도 너무 비싸면 당분간 안 갈 거예요. 끈 떨어진 연이 됐어요. 괜찮아요. 저는 방콕이 좋고, 비자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렇게 머무는 것도 좋아요. 이유가 있을 거예요. 제가 방콕에 고립된 이유가요. 저만 언제 오나 기다리는 부모님께 더 자주 전화를 드려야겠어요. 어머니, 아버지가 건강하셔서 일단은 안심입니다. 제가 코카서스 3국 여행기를 쓰고 있어요. 자비 출판을 계획하고 있죠. 전국을 돌면서 팔려고 했거든요. 캐리어에 가득 담아서요. 세계 최초 책돌뱅이가 되는 거죠. 그 계획도 미뤄졌어요. 암담하다거나, 슬프지는 않아요. 한국에 가면 가는 대로 좋고, 남아 있으면 남아 있는 대로 좋아요. 사실 한국에 갔다 다시 못 돌아올 수도 있어서요. 그것도 무섭기는 해요. 저는 확실히 열대의 나라에서 늘어져 있는 쪽이 편한가 봐요. 여행이 간절하고, 태국이 끔찍이 그리운 사람들을 위해서 제가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여행 갈증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게 지금 방콕에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멀리 있지만, 그래서 더 자주 인사를 주고받는 우리가 되자고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로 여러분을 만나는 게 좋습니다. 안녕하셨나요? 저도 오늘 안녕했어요. 내일 뭐 할까를 정하기 전에, 오늘부터 재미나게 살자고요. 그런 하루를 채워서, 하늘에 닿는 근사한 탑을 쌓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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