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철저한 나라였어?
태국은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 청정국가예요. 지역 감염은 근 한 달 0입니다. 코로나 씨가 말랐습니다. 허허. 그러면 슬슬 비행기를 띄워야 맞잖아요. 관광 산업 비중이 적은 나라도 아니고요. 7월, 9월 한국으로 가고, 오는 제 비행기는 모두 캔슬입니다. 해외 입국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거죠.
처음에 가장 강력하게 빗장을 걸어 잠갔던 나라는 베트남이었죠. 태국은 베트남이나 필리핀에 비하면 뜨뜻미지근한 느낌이었죠. 웬걸요. 경찰들이 시장 구석구석까지 돌아다니며 마스크 검사를 해요. 마스크 안 쓴 사람은 벌을 줘요. 예를 들면, 앉았다, 일어났다. 이런 거. 그리고 새 마스크를 나눠 주더군요. 개개인들이 진짜 철저하더군요. 엘리베이터에 누가 타면 일부러 기다렸다가,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요. 어디나 손소독제는 기본이고요. 식당이나 마사지 숍에서도 발열 체크를 해야 입장이 가능해요. 지하철은 붙어서 앉는 거 금지고요. 백화점 에스칼레이터도 연달아 타기 금지. 띄엄띄엄 네 계단씩 떨어져서 올라가고, 내려가요. 일본이 이런 모습이었으면 놀라지 않았을 거예요(일본은 가장 실망스러운 나라 중 하나입니다). 태국이 이렇게 결벽에 가까운 대처를 할 줄은 몰랐네요. 잘했어요. 박수 짝짝짝. 성과를 봤잖아요. 지역 감염이 한 달 가까이 없으면, 먹고 살 생각을 해야죠. 관광객도 받아야죠. 관광객은 올해 말까지 안 받을 거란 말이 도네요. 저는 혼란스러워요. 내가 아는 태국은 좀 어설픈 나라거든요. 별로 안 예쁘고, 안 잘 생긴 사람도 TV 데이트 프로그램에 나오고, 또 별로 안 예쁜 사람도, 안 잘 생긴 사람도 선택을 받고요. 쌀국수를 십 밧(400원) 더 싸게 판다고 뉴스에 나오지를 않나. 뱀도 그렇제 자주 나오면 뉴스에 그만 나올 법도 한데, 매일 뱀 이야기예요. 오늘은 아기 신발에서 또 뱀이 나왔다고 뉴스에서 난리난리. 호들갑도 심하고, 개개인은 또 태평하고. 그래서 재밌고, 그래서 귀여운 나라였죠. 이렇게 일사불란한 모습 조금은 서운해요. 공포심이야 미디어의 역할도 크죠. 에이즈 초기 때 자살로 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면서요? 실제 발병으로 죽은 사람 보다요. 태국 사람들이 병의 공포 앞에서 어찌나 똘똘 몽치는지, 그 삶의 의지가 경이로워요.
반면에 선진국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죠. 완벽한 통제는 애초에 꿈도 못 꾸죠. 마스크를 쓰네, 마네로 실랑이를 벌이죠. 차라리 병에 걸리겠다. 자유를 다오. 요즘 미국을 보면,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뿌리를 뽑을 수 있을까 회의적인 느낌이 드네요. 이렇게 꽁꽁 빗장을 걸어 잠그면 없이 사는 사람들은 어쩌나요? 제 옆 옆 호실 남자는 여행 가이드예요. 요즘 매일 술에 절어 살아요. 원래도 그랬지만, 지금은 일이 없으니 술만 마셔요. 서민들을 나라에서 보조를 해주면 얼마나 해주겠어요? 우리나라처럼 전부에게 혜택을 줄 여력도 없는데요. 태국 친구 말로는 화폐 없이도 태국은 먹고살 수 있대요. 숲으로 들아가면 열매가 있고, 그물을 던지면 물고기가 잡힌대요. 그 친구 말대로라면, 누구든 굶어 죽지는 않겠네요. 엉성한 것 같으면서도 철저한 나라네요. 부유한 것 같지는 않은데, 또 부유한 나라이기도해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새로운 나라이기도하고요. 이런 깍쟁이 같은 모습은 조금 섭섭하니까요. 낯설어요. 어수룩한 인간미가 저에겐 큰 매력이었는데 말이죠.
PS 매일 글을 씁니다. 나중엔 춤을 배우고 싶어요. 매일 춤을 추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지금은 글만 쓸 줄 알아서 글만 씁니다. 춤을 추기 전까지는 글만 쓰겠습니다. 빨리 춤을 배워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