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쳐놓은 현금이 얼마나 많은 거야?
부자 없는 나라가 어디 있겠어요? 중국이나 인도 부자가 세계 제일이라잖아요. 인구도 많고, 눈 먼 돈도 많을 테고요. 한국에서 온 부자 친구들이 방콕에 오면 놀라더군요. 시암 파라곤 백화점 3층은 슈퍼카 전문 매장이에요. 람보르기니, 애스턴 마틴, 포르셰 등을 한 곳에 모아놨어요. 백화점에서 슈퍼카 쇼핑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더라고요. 자동차 가격은 평균 우리나라 두 배 생각하시면 돼요. 태국 내 공장이 있는 일본 자동차는 그나마 약간 저렴하고요(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파는 같은 모델과 비교하면 훨씬 비쌈), BMW, 벤츠는 거의 두 배 가격이에요. 명품만 전문으로 수입하던 독일계 기업 이사도 입을 못 다물더라고요. 그래 봤자 백화점인데 미국에 사는 가족과 꼭 함께 오고 싶다는 거예요. 선진국은 백화점을 노른자 땅에 이렇게 크게 짓기 힘들죠. 창고형 매장을 외곽에 초대형으로 짓기는 해도요. 중심가에 초대형 백화점이 신선한 충격이었던 거죠. 유럽과 미국에 좋다는 곳은 다 다녀본 사람이 이리 반응하니 저도 새삼스럽기는 하더라고요. 태국은 분명 우리나라보다 못 사는 나라죠. 평균적으로는 가난한 거 맞죠. 대졸자 월급도 60만 원 정도니까요. 지방에도 스타벅스가 엄청나게 생기고 있어요. 수도권에도 초대형 쇼핑몰이 손님으로 바글바글해요. 현금 두둑한 소비자가 전국적으로 골고루, 넉넉하게 있다는 거죠.
제가 왜 이리 목에 핏대를 세우냐면요. 어제 대추나무 농장을 방문했거든요. 이런 도둑놈들. 대추나무 묘목 한 그루가 얼마냐면요. 3,500밧요. 한국돈으로 135,000원요. 십만 원이 넘어요. 제가 무식해서 시세를 모르는 걸 수도 있으니까요. 한국 가격을 일단 검색해 봅니다. 한국 대추나무 묘목은 3천 원부터 시작하더군요. 방콕의 대추나무가 40배 이상 비쌉니다. 그래요. 대추 자체가 다른 거겠죠. 훨씬 맛있는 대추겠죠. 그래도 2년 전 가격에서 세 배로 뛴 건 너무했네요. 수코타이에서 농장을 하는 형님이 몇 그루 더 사겠다며 방문한 거거든요. 작은 묘목 하나에 십삼만 원이라뇨? 더 놀라운 건 그 나무를 사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요. 대추가 달기는 달아요. 중동 지방에서 나오는 최상급 대추 정도로요. 비싼 대추나무 가격에 놀랐다기보다는, 그걸 사겠다고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놀랐어요. 가격이 얼마든 상관없다. 맛있으면 용서된다. 같이 간 태국 형님도 비싼 가격에 광분하더니, 네 그루나 사더군요. 이렇다니까요.
두리안도 그래요. 두 덩어리 정도 사면 만 원이 훌쩍 넘어요. 백 미터마다 두리안을 파는 매대가 있어요. 그 많은 가게에서 꼭 누군가는 두리안을 사고 있어요. 일용직 노동자는 한 달 삼사십만 원을 버는데, 과일 하나에 만 원을 어찌 그리 쉽게 쓸까요? 우리나라 포방터 돈가스처럼 줄 서서 먹는 식당이 있어요. 게살을 듬뿍 넣은 오믈렛이긴 하지만, 하나에 천 밧이에요. 사만 원이라고요. 사만 원 오믈렛이 세상천지에 어디에 있냐고요? 네, 방콕에 있어요. 줄 서서 먹어요. 저도 거기서 다섯 시간 이상 줄섰어어요. 카드도 안돼요. 오직 현금만 받아요. 내가 더러워서 다시는 안 온다. 부아가 치밀더라고요. 배달 주문이 그렇게 많더라고요. 줄 서는 손님은 대부분 외국인이지만, 전화 주문은 태국 사람이거든요. 화교가 많아서일까요? 부정으로 졸부가 된 사람들이 많아서일까요? 기이할 정도로 씀씀이가 커요.
태국에서 좀 잘 산다 싶으면, 일단 대단히 잘 살 확률이 높아요. 한국인이지만 내가 더 가난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대체로 맞을 거예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청소를 하다 보니 내 몸에서 나오는 가루가 참 많더라고요. 그 가루들이 제 소멸의 증거죠. 몸도 돌처럼 닳아서, 모래처럼 사라져 가는 미물일 뿐이더군요. 뼛가루가 되기 전에 글로 남기는 삶이 장땡이죠. 열심히 씁니다. 뼛가루가 될 날이 그리 먼 미래도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