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혐오가 정당하기 위해서 제가 좀 혐오스러워지겠습니다
한때 이란을 참 많이 흉보고 다녔어요. 분이 풀려야 말이죠. 그렇게 좋다고 해서 갔더니요. 완전 구박 덩어리였죠. 나한테만 불친절한 나라라면 앙심 품어야죠. 저보다 먼저 이란을 다녀온 홍콩 여자는 초대한 남자 집에 갔더니요. 지하에 개인용 클럽을 만들어 놨대요. DJ도 있더랍니다. 쿵짝쿵짝 잘 사는 것들끼리, 춤추고, 마시고 밤을 하얗게 지새웠대요. 제가 이란을 가기 전에 얼마나 설렜는지 모르실 거예요. 가기만 하면 깨가 쏟아지겠구나. 힘들게 비자까지 받아서 갔더니요. 매일 이럴 리가 없는데. 갸우뚱할 일만 생기는 거예요. 길거리에 먹을 게 없어요. 아예 없지는 않죠. 치킨 햄버거, 싸구려 소시지 햄버거 가게가 드문드문 있고요. 꼬치집 정도 봤네요. 지금도 이란의 전통 음식이 뭔지 잘 몰라요. 거대한 시장에도 먹을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어요. 충격적이지 않나요? 페르시아 문화 대국이 이럴 리가 없잖아요. 살기 팍팍하니까 인심도 사납더군요. 한 푼이라도 더 뜯어가려는 택시 기사, 팸플릿을 펼치고 수백만 원 카펫을 사라는 숙소 주인, 매일 카메라가 얼마 짜리인지 묻는 사람들, 동양인이라며 낄낄대는 인종 차별주의자들. 하루에 최소 두세 번은 인상을 찌푸렸어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내가 뭘 잘못했지? 먹을 게 특히 중요한 저는 화려한 모스크도, 페르시아의 유적도 눈에 안 들어오더군요. 버스에서 나와 일본 친구 카즈마를 둘러싸고 원숭이 보듯 질문 공세를 하던 고등학생들은 그중 최악이었죠.
-얘는 잘 생겼는데, 너는 못 생겼어.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어요. 아무리 어려도 그렇죠. 카즈마는 그 친구들과 열심히 놀아주더군요. 저는 눈을 감았어요. 자는 척을 했어요. 여행이 재미없으니, 매사에 시큰둥했던 거죠. 말 상대를 안 해 주는 제가 마음에 안 들었나 보죠. 그중 가장 까부는 놈이 저를 공격하더군요. 저는 그 아이 멱살을 잡고, 죽여 버린다고 핏대를 세우고요. 막장도 그런 막장이 없었다니까요. 제가 흉 좀 볼만 하죠? 친절한 사람이 왜 없겠어요? 좋은 사람 많았어요. 하지만 못된 사람도 상당이 많더군요. 이란 다녀오고 나서, 이란 좋다는 사람과는 논쟁을 벌였죠. 어디가 어떻게 좋다는 거냐? 지금 못 살아서 망정이지, 천하의 인종 차별주의자들이다. 페르시아인의 후손인 자기네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무슬림은 짐승이라고 말하는 거 똑똑히 들었다. 미치광이가 되어서 이란을 저주했어요.
누구나 다 이란을 싫어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가기 어렵지만, 가기 쉬워져도 다들 무시했으면 좋겠어요. 저를 싫어했으니까요. 서러웠으니까요. 어느 날 혐오의 전사가 된 제가 보이더군요. 미워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저요. 극히 개인적인 경험임을 너무도 잘 알면서, 일반화시키려고 기를 썼어요. 이란은 좋은 나라면 안돼요. 제가 옳아야 하니까요. 결국엔 발광하는 저만 남아요. 이란은 확실히 나쁜 나라여야 해요. 자기애가 지나친 자의 전형적인 '흑화'죠. 정치를 하는 사람, 법을 다루는 사람, 힘 좀 쓰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왜지?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죠. 반대편 정당 사람이랑 골프를 치고, 회식을 하면서 국민이 보이는 곳에서만 싸우는 척하죠. 법을 다루는 건 국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지만, 국민 위에서 군림하려 들죠. 국민들이 개돼지인 줄 아나 봐요. 원래의 목적은 까맣게 잊고, 자기들만 남아서 '흑화'돼요. 나는 지금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학습 목표와 같죠. 그걸 잘 이해한 아이들이 성적이 좋죠. 그런 거와 상관없이 죽어라 외우기만 하는 아이들은 발전이 없죠. 저는 이란이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라야 해요. 좋아지고 있으면 되는 거죠. 미국의 봉쇄로 서민 경제가 폭삭 주저앉은 안타까운 나라예요. 글은 쉽게 써야 하고, 노래는 울림이 있어야 하고, 집은 습기가 없고, 환해야죠. 원래의 목적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면, 세상이 되면 우린 굉장한 진화를 이룰 거예요. '흑화'된 자들이 사라져야죠. 저는 또 왜 밥 잘 먹고, 이리 진지한 척하는 걸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긴 터널 같은 요즘입니다. 제가 터널 끝 빛은 될 수 없어도, 터널을 함께 걷는 손 정도는 될 수 있을 거예요. 같이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