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크쉑과 블루 보틀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국이라는 개미지옥에 왜 들어왔나요?

by 박민우

뉴욕에서 쉐이크쉑을 먹으면서 뭐지? 왜 감동이 없지? 강남에 1호점이 생겼을 때도 일부러 안 갔죠. 미국에서 원조 맛을 보려고요. 캬아, 이 맛이야. 울컥할 줄 알았어요. 왜, 왜? 맘스터치 먹을 때의 그 흡족함이 없는 거죠? 크기조차 작아서 여기가 미국 맞나 싶었네요. 크기가 너무너무 작은 거예요. 미국이니까, 인기 버거니까 크기로 실망할 일은 없을 줄 알았죠. 이게 진짜 미국 사람 한 끼 맞아? 간식이겠죠. 이걸 먹고 그 큰 몸이 유지가 되나요? 아, 프렌치프라이로 배를 채우나요. 그렇다면 이해되고요. 일단 크기로 1차 충격을 받고요. 두 번 째는 맛이요. 맛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절대 네버 줄 서서 먹는 맛이 아니에요. 줄을 서서 먹다뇨? 이 정도로요? 맘스터치가 백이라면 80점 정도의 맛이더군요. 이걸 왜? 이걸 왜? 믿기지가 않아서 다음날 시그니처 메뉴라는 쉐이크쉑 쉑스택(Shack stack) 버거를 먹었죠. 버섯 안에 치즈를 넣어서 튀긴 패티가 들어가요. 기대한 느끼함은 충분하더군요. 에게게. 크기가 작으니까요. 높이는 충분한데, 폭이 좁아요. 실물로 보면 일단 그냥 억울해요. 강조하지만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요. 뭔가 가짢은 거예요. 이걸로 생색을 내겠다고? 만 원 넘는 버거가? 한국 사람에겐 어림도 없죠. 매달 신상 치킨들이 쏟아지는 나라에서, 이 앙증맞은 버섯 치즈 튀김으로 센세이션을 기대한다고요? 아니겠지, 아니겠지. 두 번 가고 손절했습니다.

블루 보틀 때문에 저 미국 갔어요. 과장이긴 한데, 그 정도로 블루 보틀에 대한 기대가 컸죠. 뉴욕 매장에서 처음 블루 보틀을 영접할 때 어찌나 영광스럽던지요. 응? 이게 다야? 내가 뭘 마신 거지? 좋게 말하면 기본에 충실한 거고, 공격적으로 말하면 네 맛도 내 맛도 아니었어요.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가서 원조 블루 보틀(1호점은 아니고 2호점)을 마셔요. 쉐이크쉑과 마찬가지예요.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요. 열광하는 포인트를 못 찾겠더라고요. 라테는 거의 두유 느낌? 커피의 존재감이 상당히 약해요. 즉 순한 맛 약배전이나 중배전 원두를 쓴 거죠. 저처럼 촌놈은 콩 볶은 향이 좀처럼 안 느껴져서 길을 잃고 말아요. 이걸 무슨 맛이라고 해야 하지? 그냥 순한 라테였어요. 치커리를 넣은 특이한 라테 뉴올리언스(이게 블루 보틀의 시그니처 메뉴죠)에서는 오곡 두유의 친근함을 느꼈네요. 제가 오죽 답답했으면 도쿄에서 또 블루 보틀을 갔다니까요. 이럴 리가 없어. 블루 보틀은 맛있어야 해. 도쿄 블루보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맛있더군요. 일본과 미국이 같은 블루 보틀이어도 콩을 다르게 볶는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제가 오히려 감동받은 커피는 뉴욕 한복판 파리 바게트 커피였어요. 네, 한국의 그 파리바게트요. 뉴욕 사람들이 요즘 파리 바게트 단팥빵에 환장합니다. 파리 바게트 커피 아다지오를 한 잔 주문했죠. 브라질, 인도, 콜롬비아 원두에 시크릿 원두를 섞어서 만들었다면서요. 잔뜩 긴장하고 마신 블루보틀에선 물음표만 가득하고, 단팥빵 먹으러 간 파리 바게트에서 눈이 번쩍 떠지는 이유는 뭘까요? 가장 이상적인 커피의 균형을 귀신처럼 잡아냈더군요. 물론 신맛은 약하지만, 그게 또 제 취향이라서요.


'미국'이라는 이름으로 장사하던 시대는 지났죠. 특히 한국 소비자는 까탈스럽고, 영리해요. 한국 소비자를 사로잡으면 전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죠. 한국에서 실패해도 전 세계 시장 사로잡아요. 한국만 못 잡을 뿐이죠. 한국에서 이미 성공한 회사들은 자부심 가지세요. 다른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먹힙니다. 파리 바게트를 흔한 빵집이라 생각하시면 안 돼요.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수준의 프랜차이즈는 없어요. 아니 저는 왜 파리 바게트에서 찹쌀 도넛 하나 못 받고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걸까요? 셰이크 쉑 버거(파리바게트 모기업인 SPC가 하는 거죠)를 까서 좀 많이 미안했나 봐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저랑 친구 먹으실래요? 제 글을 읽으면 이미 친구입니다. 혹시 어디서 만나도, 우리는 한 시간 이상 떠들 수 있어요. 우리 어머니, 아버지보다 어쩌면 저를 더 많이 아시는 걸 수도 있어요. ^^

매거진의 이전글가난한 그 시절이 그립다고요? - 추억 동심 팩트 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