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세상이 저는 몹시 두렵습니다
오늘 강용석, 김세의, 김용호 씨가 고 박원순 시장의 주검 발견 장소에서 고인을 마음껏 조롱했다더군요. 저는 차마 보지는 못했어요. 너무 가슴이 아파서요. 일베 때부터 고인 능욕이 게임처럼 흔해졌어요. 왜 저런 일이 가능할까? 혼란스러워요. 제가 꼰대인가요? 수요 공급의 법칙처럼, 목숨 값도 헐값인 시대니까요? 살아남은 자들이 오히려 더 대접받아야 하는 처지라서요? 저는 여행 프로그램 출연 제의가 들어오면 번지 점프는 절대로 안 한다고 못을 박아요. 줄이 잘못 튕겨져서 목을 졸라버린 동영상을 봐버렸거든요. 흔한 일은 아니어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목을 조르는 동영상을 안 봤어도, 못 뛰어내렸을 거예요. 아니다. 카메라가 앞에서 돌면 뛰어내려요. 카메라가 제일 무섭죠. 다들 먹고살자고 먼 나라까지 왔어요.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들이 '민우 씨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라고 말했다 쳐요. 조건 반사적으로 하겠다고 해요. 내가 뭐라고, 방송에 초를 치나요? 나 하나만 눈 질끈 감으면 하루 종일 사기 뿜뿜해지거든요. 그래서 미리 못을 박는 거예요. 현장에서 분위기 싸해지지 않으려고요. 왜 번지 점프가 두렵냐면, 죽음 근처의 감정이라서요. 바닥으로 내리꽂는 감정을 왜 굳이 느껴야 하냐고요? 그래서 누군가가 목숨을 스스로 버리는 상황을 상상하면 오금이 저려요. 덜덜덜 떨리고, 오줌도 찔끔 마려워요. 그런데 이젠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은가 봐요. 고인에 대한 조롱은 다들 그럭저럭 받아들일 만 한가 봐요. 저는 초조해요. 제가 세상을 못 읽고 있는 거죠?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거죠? 저는 백이면 백 모두 달걀 프라이에 소금을 넣는 줄 알았어요. 안 넣는 사람이 훨씬 많더군요. 저는 어리석습니다. 저만 혼자 진지한 건가요? 감정 이입하고, 혼자 오버하는 건가요?
우리나라는 장점이 많은 나라죠. 세계에서 제일 유능한 나라일 거예요. 많은 것들을 이뤘어요. 이렇게 화가 많은 나라라는 건 미처 몰랐네요. 이 정도겠지. 제 예측은 박살났어요. 그들이 고인 모독을 한 것도 충격이지만, 그 영상을 함께 즐기는 사람이 수십만 명이라는 게 더 괴로워요. 단골 식당 주인일 수도 있고, 비행기 조종사일 수도 있고, 깨가 쏟아지게 웃기는 유튜버일 수도 있죠. 그런 사람들이 신나게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어요. 저도 언젠가는 죽겠죠. 저의 죽음도 참 쓸쓸할 거예요. 결혼도 안 한 채 늙어 죽을 테니까요. 죽으면 끝인데요. 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해두려고요. 내 죽음이 누군가에겐 웃겨 죽는 일일 수도 있으니까요. 저를 아는 사람들이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런 세상인 걸 여전히 모르셨으면, 순진함을 반성하셔야죠. 이제 반의 반값으로 후려쳐진 우리 목숨을 어떻게든 질질 끌며 살아요. 비참하다는 생각도 사치죠. 우리 모두가 만든 오늘이니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요즘엔 한글로 제 심정을 쓰는 게 쉽지 않아요. 이 순간도 결국엔 의미가 됨을 믿습니다.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