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온 군인 한 명이 태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어요
태국은 코로나로 또 나라가 발칵 뒤집혔어요. 이집트 군인 때문에요. 코로나 확진자였던 거죠. 중국에서 오는 길에 잠시 태국에 머물렀어요. 격리 원칙을 어기고 쇼핑몰이다, 식당이다 마구 돌아다녔나 봐요. 태국은 53일간 지역 감염 0을 기록하고 있으니 난리 날 만도 하죠. 그 병사가 머문 주는 태국 라용이라는 곳이에요. 방콕에서 차로 두 시간 반 거리로 파타야 근처죠. 태국 정부는 병사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3천 명을 전수 조사해요. 태국 사람들 인심도 사나워져서요. 라용 사람들은 꼼짝도 말아라. 다른 지역으로 넘어오지 말아라. 이미 확진자 취급을 하네요. 코로나 초기도 아니고요. 단 한 명이예요. 이렇게까지 난리 칠 일인가요? 미국은 확진자가 삼백만 명을 돌파했다고요. 인도도 백만 명을 돌파했어요. 인도의 실제 확진자는 사천만 명 이상일 거라는 분석도 있더군요. 왜 이리 다를까요? 유럽이나 미국은 완전한 방역은 포기한 상태죠. 적당히 걸릴 사람은 걸리고, 알아서 조심해라. 죽는 것도 당신네 팔자. 최근에 프랑스에선 버스 운전기사가 사망했죠. 승객한테 마스크 좀 쓰라고 했다가 맞아 죽었죠. 한 명이 아니에요. 두 명이 합심해서 버스 기사를 폭행했어요. 미국에서는 비슷한 일로 총으로 쏴 죽이기도 했죠. 이미 코로나가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됐는데도, 사람들은 발끈해요. 억울하대요. 왜 나를 환자 취급하냐면서요. 누구나 다 목숨은 소중할 텐데요. 억울하다고 사람을 죽여요. 이렇게까지 미개한 나라였던가요?
이 더운 태국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악착같이 마스크를 써요. 걸려도 내가 걸리겠다. 나는 일단 환자가 아니다. 프랑스나, 미국에서 사람을 죽인 그 인간들은 아마 그런 이유였겠죠. 태국 사람들은 달라요. 내가 아프지 않아도 균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노인들이 위험해진다. 그래서 더 철저해요. 예를 들면 고향에 내려가기 전에는 사람 많은 곳을 일부러 피해요. 혹시나 자신 때문에 고향의 어머니, 아버지가 코로나에 걸릴까 봐요. 이렇게 효심이 지극한 나라는 처음 봤어요. 노인에 대한 공경도 믿기지 않을 정도죠. 예전엔 완전한 복지, 선진국의 노년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태국에 머물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러고 보니 태국에서는 폐지 줍는 노인도 거의 보지 못했네요. 자식들이 부모를 책임지는 게 당연해요. 성공한 자녀가 부모에게 소홀하면 뉴스에 나와요. 천하의 죽일 놈이 되는 거죠. 강제력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부모를 챙겨요. 그게 인생의 유일한 낙으로 보일 정도로요. 미취학 아이들도 살림이나 가게 일 돕는 게 너무도 당연해요. 떼를 쓰거나, 소란을 피우는 아이들도 거의 없어요.
코로나를 대처하는 자세. 어디가 정답이다.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이런 상태로 2,3년 지속된다면 태국은 어떻게 될까요? 태국의 경제는 지금 초토화 상태예요. 올해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이 -8.1%까지 추락할 거로 예상해요. 어느 나라나 다 휘청이고 있지만, 태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하죠.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그래도 청정한 나라가 최고인가요? 실업자가 천만 명이어도요?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코로냐를 받아들이고, 경제를 챙길 건가요? 사람의 목숨, 질병이라는 화두 앞에서 극과 극으로 달라지는 나라들을 보고 있네요. 태국은 극단적으로 깨끗해지고 있어요. 저는 그런 태국에 갇혀서 살아요. 안심이 되는 면도 없지는 않죠. 얼마나 갈 수 있으려나. 조마조마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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