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쩝쩝 소리를 내면 안 되는 걸까요?

무소음 식탁 예절은 정답인가요?

by 박민우


우리나라 먹방 프로그램을 보면 면치기라고 하나요? 후루룩후루룩 면을 끊지도 않고 쑥쑥 넘기더군요. 보면 침이 절로 넘어가죠. '후루룩'에 관대한 편이죠. 그럽 '쩝쩝'은요? 이건 세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거예요. 50대 이상은 쩝쩝 개념이 없는 분들도 많죠. 요즘엔 교과서에서도 '쩝쩝' 안 된다고 배운다네요. 저는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어요. 여행을 많이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거예요. 처음엔 어찌나 답답했는지 몰라요. 입을 꼭 닫고 조물조물 씹어야 하니까요. 입과 코로 동시에 숨을 쉬었는데, 코로만 쉬면서 씹어야 하니까요. 적응하면 또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니고요. 외국 사람들이 '쩝쩝' 소리를 정말 정말 거슬려하더군요. 코털이 삐져나온 채로, 1시간 강의하는 거나 다를 바 없으니까요. 본인은 소리를 내는지 몰라요. 알기 어려워요. 숨 쉬는 것처럼 먹었던 거니까요. 미국 유학파에 최고 대학 박사인 친구가 있어요. 이놈이 그렇게 쩝쩝 소리를 화끈하게 내더군요. 거슬린다기보다는 걱정되더군요. 학교 연구소에서 어린 조교들이 어떻게 보겠어요? 몇 번 말해도 그때뿐이더군요.


쩝쩝은 무례한 건가?


답은 없죠. 원래부터 우린 그렇게 배웠다? 제 기준으로는 아니요. 젓가릭질, 음식물 입 안에 넣고 말하지 않기, 반찬 뒤적이며 먹지 않기, 국물은 숟가락으로 한 번에 뜨기 정도였네요. 숟가락은 부모님이 먼저 들 때까지 기다리고요. 깜짝 놀랐네요. 요즘 친구들의 '쩝쩝'에 대한 혐오가 담배 이상이던데요.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많이들 혐오하시죠? 그 이상이더군요. 전 후천적으로 거슬리는 것뿐이에요. 사람들이 싫어하니까, 나도 싫어해야겠다. 요즘 사람들은 역겹대요. 원초적인 생리 현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참 재밌어요. 후루룩은 또 관대한 이유가요. 서양 예절로 치면 '후루룩'도 거북하긴 해요. 모든 음식은 입술을 꾹 닫은 채 오물거려야 하죠. 그 전엔 소리가 새 나가면 안 돼요. 우리가 서양 사람인가? 전통 식사 예절은 제가 잘 모르겠어요.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든다.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는다. 설거지 편하게 빈 그릇에 숭늉을 부어서 먹는다. 국물은 밥 오른쪽. 또 뭐가 있나요?


세상을 보는 눈이 세대 간에 갈리는 거야 당연하죠. 생각보다 간극이 멀어요. 요즘 친구들은 상식, 법, 논리에 벗어나는 걸 극도로 혐오하죠. 우리 때 음주 운전, 우리 때 병역 문제는 이렇게까지 치열하지 않았죠. 안전벨트도 선택이었는데요, 뭐. 원칙을 더 철저하게 지키는 세상. 바람직하게 변하는 거죠. 쩝쩝도 안 된대요. 교과서에도 나왔다잖아요. 자신은 늘 먹던 대로 먹는데, 누군가는 밥맛이 떨어진대요. 요즘 말로는 '씹극혐'인 거죠. 사람이 사람을 혐오하는 것만큼 슬픈 게 어디 있겠어요. 굳이 노력해야 해? 억울한 어르신들도 많겠죠. 같이 사는 사회인데, 누군가가 엄청 엄청 괴롭다면 노력해야죠. 그게 또 유연하게 늙는 지혜가 아닐까 싶어요. 태국 치앙마이에서 아버지에게 '쩝쩝' 주의를 드렸다가, 종일 분위기 싸했네요. 그냥 마음껏 소리 내면서 드시라고 하는 게 맞았을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토요일에도 씁니다. 방콕은 밝고, 화사합니다. 그 마음이 글에 1그람이라도 담겼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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