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멕시코를 왜 잘 안 갈까?

여전히 관광 대국이긴 하지만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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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미 여행을 하면 멕시코는 관심 밖이죠. 너무 압도적인 여행지들이 많아서죠. 쿠바면 몰라도, 멕시코가 주목적지가 되는 경우는 드물죠. 마추픽추를 빼겠어요? 우유니 소금사막을 빼겠어요? 아니면 이과수 폭포를 빼겠어요? 멕시코가 진짜 알짜 여행지라는 생각을 요즘 해요. 14개월 남미 여행은 멕시코에서 시작했죠. 빨리 탈출하고픈 마음뿐이었어요. 멕시코가 이 정도면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얼마나 더 좋겠어? 이 생각뿐이었죠. 돌이켜보니 멕시코가 진짜 가진 게 많은 나라였어요. 워낙 큰 나라라서 저 역시 못 가본 곳이 많기도 하고요. 멕시코 생각이 요즘 참 많이 나네요.


1. 정말 맛있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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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음식점이야 한국에도 많죠. 멕시코에서 멕시코 음식을 드셔 보셔야 해요. 전혀 다른 음식이에요. 길에서 다진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를 듬뿍 올린 타코에 살사 베르데(연두색 소스)나 살사 로하(매운 고추 소스)를 뿌려 먹죠. 과카몰리가 또 예술이죠. 아보카도에 토마토, 양파, 고추 등을 넣은 소스요. 그 고급진 느끼함은 독보적이죠. 나초를 과카몰리 소스에 푹 찍어서 한 번 드셔 보세요. 먹기 전과 먹은 후. 여러분의 삶은 두 개로 쪼개지고 맙니다. 멕시코 옥수수도 그렇게 맛있어요. 옥수수 딱히 찾아먹지 않는 저도 멕시코에선 환장하고 먹었네요. 마요네즈를 처발처발해주는 게 그렇게 좋더군요. 꼭뗄(Coctel de camaron) 이게 또 일품요리죠. 토마토와 칠리소스를 섞어서 삶은 새우를 빠트린 거예요. 토마토케첩에 삶은 새우 섞으면 그 맛이 그 맛 아니야? 맞아요. 비슷해요. 레몬, 고수, 양파 등이 추가돼서 먹을수록 숨은 맛을 깨닫게 되죠. 중독성 장난 아닙니다. 평양냉면처럼 처음엔 갸우뚱할 수 있어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침샘이 콸콸 치솟습니다.


2. 도시들이 말도 못 하게 예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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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예쁘다는 건 주관적이죠. 그래도 딱스꼬(Taxco)나 과나후아토(Guanajuato)는 무조건 예뻐요.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어요. 유럽과 다르게 예뻐요. 남미의 다른 도시들과도 달라요. 엄청나게 화려하고, 레고 블록처럼 아기자기하고, 골목마다 새롭고, 역동적이에요. 과나후아토는 평생 제 가슴에 남아 있는 도시죠. 마리아치 아시나요? 어디서나 마리아치 연주가 들리죠. 축제의 도시고, 젊음의 도시고, 골목의 도시예요. 그냥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아련 아련 청춘의 기운이 있어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면, 과나후아토에 가면 돼요. 그곳에서는 누구라도 젊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 누구의 스무 살도 그곳에 있죠. 출중하게 예쁜 도시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중남미 열 개의 예쁜 도시를 뽑으면 다섯 개가 멕시코에 있을 정도라니까요. 도시, 카페, 아기자기함 좋아하는 여성 여행자들이라면 멕시코를 파셔야 해요. 상대적으로 참 안 알려진 보석이 멕시코라니까요.


3. 피라미드의 나라는 이집트? 노노,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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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는 이집트 아닌가?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세계에서 피라미드가 가장 많은 나라가 멕시코예요. 무려 430개의 피라미드가 있죠.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왕의 무덤이었다면, 멕시코의 피라미드는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었죠. 인신공양이 일상이었죠. 죽음을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았다네요. 태양신 우이칠로포치틀리에게 심장을 바치는 건 무한한 영광이었다고 해요. 와, 나 죽어. 와 태양신한테 간택됐어. 목요석으로 만든 칼로 가슴이 도려지는데 이 과분한 영광을 어찌 하나? 사지를 떨며 기뻐했다는 걸까요? 멕시코 테오티우아칸 피라미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피라미드였네요. 1억 개의 돌을 쌓아 올린 거대한 조형물, 급경사 계단을 조금씩 밟아가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과 바람이 아직도 생생해요. 팔렌케, 치첸이트사, 뚤룸, 꼬바 등 마야 문명 유적지들이 멕시코 남부 지방에 산재해 있죠. 밀림에서 원숭이 울음 소리 들어가며 피라미드 한 번 보셔야죠. 이게 진짜 시간 여행이다 싶으실 거예요. 유적 좋아하시면 무조건 멕시코로 가세요.


4. 에메랄드 빛 바다가 취향이라면 칸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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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쿤은 저도 못 가봤어요. 푸에르타 바야르타쪽만 가봤어요. 멕시코는 태평양과 카리브해를 모두 즐길 수 있는 나라죠. 칸쿤은 물가가 비싸다고 해서 지레 겁먹고 포기했어요. 푸에르타 바야르타에서도 싸구려 게스트 하우스에서 며칠 머문 게 전부죠. 멕시코 카리브해 주변은 세계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해변들이 널리고 널렸죠. 모래도 곱고, 물의 투명도도 훌륭하고요. 뚤룸은 유적지를 품은 바다로 또 유명하죠. 바다는 아니지만 쎄노떼라고 석회암 우물 들어보셨나요? 사진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지구에 있는 게 맞나 싶게 신비롭더군요. 그곳에서도 꼭 수영해보고 싶어요. 제가 물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멕시코에서는 꼭 수중 레포츠를 즐기고 싶어요. 날씨와 분위기, 물빛, 음식, 칵테일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바다가 그곳에 있거든요.



5. 멕시코 사람들의 친절, 환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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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대부분의 나라가 여행자에게 우호적이긴 해요. 인종 차별이 없지는 않아요. 동양인만 보면 눈 찢어가며 치노 치노(중국인) 놀리는 경우가 종종 있죠. 철없는 중딩이 주로 그래요. 나쁜 뜻은 없다지만, 그게 웃고 넘길 일은 아니죠. 그런 소수를 제외하면 한국인에게 우호적이에요. 개인적으로는 멕시코와 콜롬비아가 그중에서도 가장 친절했어요. 초대하고, 먹을 걸 권하고,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참 많았어요. 그래요. 멕시코 치안이 불안한 건 사실이에요. 멕시코시티에서는 저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대도시만 아니라면 치안은 멕시코도 괜찮습니다. 제가 신이 아니라서 완벽하다고는 말씀 못 드려요. 하지만 남미의 다른 나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치안 때문에 남미는 가고 멕시코는 포기한다면 많이 아쉬운 선택입니다. 저는 뜬금 멕시코를 앓고 있어요. 코로나로 우린 모두 손발이 꽁꽁 묶였어요. 그립죠. 여행의 자유가요. 그때가 오겠죠? 저는 멕시코를 진지하게 고민 중입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답답한 일상, 제가 작은 숨구멍이 되어 드리고 싶어요. 꿈이 야무진가요? 우리 숨이라도 깊고, 크게 쉬면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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