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먹고 싶다. 내가 사랑한 지구촌 별미

여러분의 원픽은 무엇인가요?

by 박민우


1.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먹었던 가스파초


가스파초 드셔 보셨나요? 차가운 토마토 수프예요. 만들기도 엄청 쉬워요. 토마토, 오이, 마늘, 올리브유, 양파, 파프리카를 드르륵 갈면 끝. 소금도 넣으셔야죠. 한 꼬집. 귀찮은 과정이 좀 있기는 해요. 토마토는 살짝 데쳐서 껍질을 벗기고 오이와 파프리카는 씨를 제거해 줘야죠. 사실은 식빵이 주재료긴 해요. 가스파초가 아라비아어로 젖은 빵이란 뜻이거든요. 빵까지 갈아서 먹는다는 게 좀 신선하죠? 차갑게 먹는 수프인 것도요. 이슬람에서 전해진 요리래요. 거의 800년을 무어인(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무슬림)이 이베리아 반도 대부분을 점령했었죠. 스페인은⁴ 이슬람에 절반은 걸친 나라죠. 그 아름다운 알함브라 궁전도 무어인이 지었잖아요. 저는 마트에서 팩에 든 가스파초를 마시고 반했어요. 우유처럼 팩 용기에 팔더군요. 첫 가스파초였죠. 상큼하고, 복잡한 듯 단순한 차가움이 머리통을 강타하더군요. 종소리까지 들었다니까요. 맛있지이이이잉? 태워 죽일 듯 타오르는 스페인의 태양은 가스파초와 찰떡궁합이죠. 추운 러시아에선 굴라쉬, 지지고 볶는 안달루시아에선 가스파초. 그 새콤한 시원함이 잊히지를 않네요. 해 먹으면 되잖아? 네, 말 나온 김에 한 번 만들어 먹으려고요.


2. 중국 청두에서 먹었던 탄탄면(단단면?)


제가 탄탄면을 얼마나 좋아하냐면 대만이나 한국에서도 탄탄면을 찾아다녔어요. 최악의 탄탄면은 청담동 유명한 푸드 코트였네요. 국물이 흥건한 탄탄면인 거예요. 중국 청두에서는 꾸덕꾸덕 탄탄면만 먹었 거든요. 농심에서 나왔던 사천 탄탄면도 흥건하더군요. 와, 그 실망스러움이란. 물 안 따르고 끓인 짜파게티를 상상해 보세요. 분노의 공감대가 마구 형성되시죠? 그거 진짜 탄탄면 아니에요. 아니지. 이렇게 쓰면 큰일 나죠. 중국이 얼마나 큰 나라인데 이런 탄탄면, 저런 탄탄면 없겠나요? 청두에서 먹었던 윤기 자르르 비빔면 재질 그 탄탄면 먹고 싶네요. 탄탄면은 왜 이리 맛있을까요? 땅콩 때문인 것 같아요. 땅콩도 일종의 반칙이죠. 이게 들어간 음식이 맛없을 수가 있나요? 매콤하고, 다소 느끼하고, 적당히 달달한 소스에 고소한 땅콩이 한 움큼. 충분하게 느끼하고, 고소한 그 맛이 눈에 밟히네요. 입에 밟힌다고 해야 하나요? 그깟 국수 한 그릇이 뭐라고 청두에 가고 싶어요. 걸쭉하게 비벼진 탄탄면을 삼시 세 끼 먹고 싶네요. 청두에 탄탄면이 없었다면 이리 사무치게 그리웠을까 싶네요.


3. 뉴욕에서 먹었던 두툼 연어 베이글


연어도 그냥, 무조건, 함부로, 대단히 맛있죠. 싱싱하기만 하면 연어도 맛 깡패죠. 뉴욕에서 십만 원 넘는 스테이크도 먹어 봤고요. 랍스터도 먹어 봤어요. 저의 원픽은 연어 베이글입니다. 뉴욕 물가는 정말 미쳤어요. 살인 물가 아니고요. 그냥 살인이에요. 사람 죽이는 물가죠. 코딱지만 한 구멍가게에서 만들어 주는 스무디가 만 원이 넘더군요. 누가 봐도 싸야 한다. 사람들이 알아서 음식 퍼담는 카페 테리아 있죠? 배급받는 것처럼 줄 서서 무게를 재요. 그렇게 파는 음식도 만 오천 원, 아니 이만 원은 줘야 배불리 먹어요. 그러니까 저처럼 가난뱅이는 피자 브로스만 가요. 1달러 피자. 말도 안 되게 싸고, 막장으로 맛없지도 않은 피자만 주야장천 먹게 돼요. 그런 비루한 일상에 연어 베이글은 구원이었죠. 사랑이고, 자비고, 은혜고, 종교였어요. 가격이야 당연히 만 원 넘지만 반만 먹어도 든든해요. 두 끼 분량인 거죠. 연어가 두텁고 충실하게 들어가 있어요. 그게 폭신폭신 잇몸 사이로 뭉개지는 느낌이 그렇게 좋더군요. 뉴욕 베이글이 특별히 맛이 좋잖아요. 뉴욕 수돗물이 베이글 반죽 최고의 수돗물이래요. 쥐새끼 천국, 시궁창 도시가 물이 그렇게 좋은 줄 저는 몰랐죠. 남다른 베이글과 아낌없이 채워주는 연어. 연어 베이글은 진짜 뉴욕에서 드셔야 해요.


4. 페루에서 해산물 한 사발 하시죠 -세비체


페루의 국민 요리예요. 세비체의 날까지 있다니까요(6월 28일). 생선살과 해산물을 라임이나 레몬에 절여서 먹는 요리죠. 물회를 먹고, 초장에 회를 푹 찍어 먹는 한국 사람한테는 딱인 요리죠. 길거리 음식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천차만별의 세비체가 있어요. 페루가 원조국으로 인정받지만, 남미 대부분의 나라는 세비체를 즐겨 먹어요. 그렇다고 한국인 모두에게 쉬운 요리는 아니죠. 상한 건가? 시큼한 생선살이나 해산물이 의심스러울 거예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고수도 누군가에겐 괴로운 향이고요. 기본적으로 해산물이니까 아주 저렴하지는 않아요. 중독성이 어마어마하죠. 페루에선 1일 1세비체는 꼭 했네요. 페루 사람들은 세비체를 정력제라고 생각해요. 세비체에 뿌려 먹는 소스를 타이거 밀크라고 해요. 피시 스톡에 라임, 마늘, 생강, 고수 등을 넣고 갈아요. 우리나라 물회의 '물'과 비슷해요. 생선 맛, 상큼 맛. 이것만 먹으면 불끈불끈해진답니다. 페루가 어떤 나라인가요? 천연 비아그라 마카가 나오는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에서 인정받은 정력제는 세비체라고요. 저는 그렇게 먹어도 모르겠, 아, 아닙니다.


5. 뽀득뽀득 어쩜 식감이 이래? 체코의 소시지


제가 독일을 못 가봤어요. 소시지는 독일이겠죠. 프라하에서 당시 가장 큰 마트가 테스코였어요. 소시지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팔더군요. 이 사람들은 밥도 빵도 주식이 아닌가 보다. 소시지를 먹고 반찬으로 빵이나 맥주를 먹는가 보다. 가격도 저렴해서 1kg을 샀어요. 소시지만 1kg을 드셔 보신 적 있나요? 어릴 때 소시지 못 먹고 자라서 한이 맺혔거든요. 부잣집 아이들이나 먹는 반찬이었잖아요. 어머니가 하루는 큰 마음먹고 롯데 살로우만 소시지를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셨어요. 이게 웬일인가? 도시락에서 광이 번쩌번쩍 나더군요. 그 광은 진짜였어요. 비닐 채로 썰기만 해서 넣어주신 거예요. 같이 밥 먹던 친구들 입에서 비닐이 한 조각씩 나오고, 저는 비닐 까느라 밥도 못 먹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소시지 1kg을 팬에 넣고 한꺼번에 볶는데 향이 완전 미쳤더군요. 그중에서도 파프리카가 들어간 소시지였어요. 모든 소시지가 다 맛있지만, 파프리카가 들어간 소시지 앞에서는 천하장사 소시지가 되더군요. 체코 맥주가 또 좀 맛나나요? 프리카 소시지 노릇 노릇 구워서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체코의 버드 와이저) 병나발 불고 싶네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작은 기다림, 작은 여운이면 족합니다. 그게 쉬워? 제가 이리도 야심 있는 놈입니다. 데헷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박민우식 여행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