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재밌어? 좋아? 나는 세상의 왕따인 걸까요?

저만 빼고 90%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들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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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공놀이, 네 저에겐 진짜 그깟 공놀이


한 때는 농구장, 배구장도 일부러 가기는 했어요. 재밌더라고요. 잠깐 그러고 끝. 제가 축구나 야구에 결정적으로 실망했던 건 경기장에서 공이 안 보여서죠.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도 보고, 전광판으로도 보고 하죠. 예전엔 정말 아무것도 안 보였어요. 다른 사람들은 용케 그 공을 보더군요. 날아간다. 잡았다. 넘어간다. 와. 저는 그냥 사람들 말만 들어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긴장감이 왜 생기겠어요? 어떤 지점에서 재미를 느껴야 하나요? 축구공은 보이기는 해요. 공을 골대에 넣는다. 이게 이렇게 만장일치로 난리 날 일인가요? 온 국민이 입에 거품을 물만큼 위대한 성취라고요? 제가 운동 신경이 둔해서 더 그래요. 어디 가서 잘 한단 소리 들으면, 그 재미로라도 열심히 보고, 즐겼겠죠.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엔 일부러 거리로 나가요. 그 한산함이 얼마나 신기한지 몰라요. 저랑 비슷한 친구 놈이랑 산책을 하면서 아파트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로 점수를 짐작하죠.


운전면허 6번 떨어진 사람도 있어? 여기 있습니다만


꼴에 처음엔 1종을 따려고 했어요. 유럽에서는 스틱 기어가 많으니, 렌트할 때를 대비하려고요. 이론은 쉽게 붙더군요. S자, 후진도 쉽던데요? 외우면 어떻게든 돼요. 도로 주행에서 다 떨어져요. 차선 바꾸면서 추월하기. 이때부터 덜덜 떨리기 시작해요. 저는 떠느라 제가 안 보이죠. 감독관이 내리래요. 감독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을 정도면, 제가 어떻게 운전했는지 아시겠죠? 억울할 때도 있죠. 생전 처음 보는 곳인데 우회전 타이밍을 놓쳤다고 탈락시키더라고요. 억울한 건 둘째 치고, 다들 어떻게들 붙죠? 모르는 곳에서 우회전할 곳을 정확하게 알고들 있을까요? 전 모르겠어요. 코스를 한 번 설명해주기는 해요. 그걸로 충분하다고요? 머릿속으로 입력이 착착착 된다고요? 원주에서 마지막 여섯 번째 면허 시험을 봤네요. 네 무면허로 살아요. 차가 없는 게 아니라 운전면허가 아예 없는 마흔여덟 한국 남자 보신 분? 여기 있습니다. 네 실컷 보세요. 웃으셔도 돼요. 웃기시면요.


무한도전이 그렇게도 재밌었나요? 저는 그냥저냥


아예 재미없다고는 안 해요. 영향력,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이었잖아요. 배를 잡고 뒹구는 포인트가 저는 없더군요. 오히려 게시판이 더 재미어요. 각각의 캐릭터를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 서사로 재미를 느끼는 거겠죠. 저처럼 띄엄띄엄 보는 사람은 재미를 느끼기 힘들 거예요. '놀면 뭐하니'가 제게는 좀 더 편하더군요. 유재석만 알면 되니까요. 맞다. 요즘 ASMR도 뜬금없더군요. 속삭이며 먹고, 책 읽고, 공부하는 영상이 조회수 폭발이더군요. 그런 것도 좋아하는 소수가 있는 게 아니라, 대세가 되었잖아요. 그게 신기해요. 아예 그걸 틀어 놓고 잠든다면서요? 일종의 수면 유도제라면서요? 이렇게 속삭이는 소리에 수요가 많다니요. 그만큼 자극적인 영상과 소리에 지쳐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죠. 저도 즐겨 보는 영상이 있기는 하지만, 조회수를 볼 때마다 깜짝 놀라요. 이 많은 사람들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쫑긋 세운단 말이야? 저도 언젠가는 ASMR에 중독될까요? 저도 시도해 볼까요?


고스톱이, 도박이 그렇게도 재미있나요?


마약이나 섹스보다 도박이 주는 쾌락이 훨씬 크다면서요? 도파민(쾌락 호르몬)이 콸콸 쏟아진다면서요? 저는 왜 이리 고스톱이 재미가 없을까요? 어릴 때는 종종 했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오래 못 앉아 있겠더군요. 카지노도 전 겁을 많이 냈어요. 헤어 나올 수 없을까 봐요. 아는 분이 칩을 한 움큼을 주시더라고요. 야, 이걸 언제 다 쓰나? 슬롯머신이라고 하나요? 과일 모양 같으면 우루르 돈 나오는 거요. 그것만 영혼 없이 계속했네요. 일확천금에 대단히 흥분하지 않아요. 큰돈이 생기면야 좋죠. 하지만 확률을 알고 나서는 당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결국 대부분은 자기가 확률의 희생양이 되잖아요. 한두 번 딴 사람들이 더 헤어 나오지 못하고요. 따고 딱 도박을 끊는 사람을 못 봤어요. 강원랜드 주변엔 자살한 사람이 그렇게나 많다면서요? 방에서, 차에서요. 저희 아버지도 도박으로 집 한 채를 날린 전력이 있기도 하고요. 쫄보라서 그래요. 배짱이 없으니, 얼굴에 다 드러나요. 저랑 화투 치면 다들 딸 걸요? 제 약점을 아니까, 재미가 아예 없더군요. 저만 빼고 온 가족이, 친구들이 시간만 나면 화투를 꺼내더군요. 저는 자요. 딴 거 해요.


스키 딱 두 번 타고 끝, 바다에서도 발 안 담금


스키어들이 경사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참 근사하죠. 처음 배울 때 하도 구박을 들어서일까요? 스키를 신고 벗는 게 엄청 어렵더군요. 엉금엉금 걸을 때마다 괜히 부끄럽고요. 속도감이 짜릿한 걸 알겠는데, 그 속도감을 즐기려고 바리바리 싸들고 강원도까지 가는 과정이 부담스럽더라고요. 전 국민 스포츠가 된 지금이 놀랍기만 해요. 그 귀찮고, 거추장스러운 장비를 짊어지고 그 먼 곳까지 가서 야간 스키를 타고, 다음날 출근하는 사람들이 경이로워요. 어쩜 그렇게들 열심일까요? 바다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그것도 하루나, 이틀 까지만요. 바다에 대한 로망이 언제 사라졌을까요? 저도 여행하면 야자수, 그물침대가 먼저 떠오르던 때가 있었거든요. 와, 예쁘다. 빨리 돌아가자. 이런 식이죠. 카페에 앉아서 일렁이는 바다를 보면 충분하고, 충분해요. 알겠네요. 저는 귀찮은 걸 못 견디는 인간이로군요. 느긋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좋아해요. 그렇다고 제가 특이한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 해요. 저마다 소수자인 취향이 있죠. 모든 게 평균적인 취향이면, 이미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죠. 그러니까요. 타인의 취향에 관대해지자고요. 우리에게 있는 '마이너함'을 존중받기 위해서라도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별 것도 아닌 것들도 글이 돼요. 이야기가 돼요. 여러분도 써 보세요. 공감이란 멋진 세상에 자신만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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