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시절에 태어났다면 나는 독립운동을 했을까?

아뇨. 못 했을 거예요. 그래서 순국선열에게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by 박민우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자유롭죠. 그래서 정치나, 정부에 함부로 말하는 사람도 많죠. 일본 식민지 시절에도 그럴 수 있었을까요? 온갖 기득권이 일본 편인 시대인데요? 저요?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지금이야 쉽죠. 일본 놈 나쁜 놈. 우리의 피를 빨아먹었던 놈. 제가 1920년 생이어도 그랬을까요? 친일언론들은 일본을 찬양하고, 개화파 지식인들 역시 배울 건 일본 뿐이라고 나서는 마당에요. 학교 교육도 일본 사관이 중심일 텐데요. 깨어 있는 거요? 쉬운 거 아니에요. 구한말 우리나라가 얼마나 썩었었나요? 가렴주구. 고관대작들은 없이 사는 백성들 살림 쪽쪽 빨아서, 부귀영화 누리느라 바빴죠. 일본이나 조선이나. 아니, 조선보다 일본이 낫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연 적었을까요? 서구 문명을 일찍 받아들인 덕에 일본은 또 얼마나 화려했겠어요? 일본 한 번 다녀온 지식인들은 얼마나 일본을 찬양해댔겠냐고요. 초가집에 개똥과 진흙 천지 한양과 전차가 휙휙 다니는 멀끔한 동경이 비교나 됐겠어요? 힘들게 나라 지키면 뭐하나? 조선 사대부, 권문세가들이 다시 활개치고 백성들을 짓밟을 텐데.


그런 와중에도 일본은 안 된다. 너희들의 지배는 못 참겠다. 그 자존심으로, 분명한 목적성으로 자신의 목숨까지 버렸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순국선열의 결기가 더욱더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저는 1920년 생이라면 일본을 찬양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요. 일본을 따라가야 그래도 나라꼴이 되지 않겠나. 개화파 의견에 동의했겠죠. 어느 순간 일본이란 나라의 거대한 벽. 순혈주의, 서구 문명에 대한 일방적 사대주의, 집단 속 개인의 가치는 먼지 한 톨뿐인 세계관에 숨이 막혔을 거예요. 내 나라도 아닌데, 일본의 왕을 섬기고, 목숨을 바쳐라? 그것까지 해야 돼? 이름까지 바꾸라고? 어느 정도 판단할 나이가 되면, 일본의 자기중심적 세계관에 반감이 들 테죠. 어느 나라나 자기 나라가 최고죠. 단, 그걸 딴 나라에게 강요할 수는 없어요. 친구 엄마가, 우리 엄마를 대신할 수야 없죠. 결국 소극적인 반일을 택했겠죠. 일본을 싫어하고, 일본에 꼭 붙어서 배를 불리는 자들을 혐오했겠죠. 그래도 언감생심 목숨까지 바칠 용기는 없었을 거예요. 식민지 상황이 견딜 수가 없어 만주나 연해주로 뜨지 않았을까요? 혹독한 겨울을 견디며 조선땅을 그리워하지 않았을까요?


예전엔 광복절이 그냥 휴일이었다면, 지금의 광복절은 감사의 마음뿐이네요. 우리나라에 불만 많으신가요? 과격한 분들은 대통령 내려와라. 이런 말도 함부로 하시더군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금 이 시점이 건국 이래 최고의 전성기죠. 세계 최고의 여권을 가진 나라예요. 웬만한 나라는 무사통과죠. 차근차근 성장해서 이런 나라가 됐어요. 우리나라는 우리 거. 이 생각만으로 목숨을 바치신 분들 덕이죠. 비열한 탐관오리들이 기세 등등해도 조선 땅은 조선인이 해결해야 한다. 그 멋진 자존심 덕에 대한민국이 됐어요. 자신의 나라 국적을 이야기할 때 괜히 어깨에 힘 들어가는 기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어느 나라나 가진 특권 아니죠. 그런 나라에 살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로 빛이 되어주신 순국선열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로 다가가는 삶이고 싶습니다. 너무 가깝지 않아서 좋아요. 들이대지 않아서 좋아요. 조금은 거리를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사이. 그런 약간 먼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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