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내가 말이야, 과거의 승자가 패자가 되는 이유

시간의 흐름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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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랑 1년 잡지사 기자 생활을 했어요. 연예인 인터뷰를 주로 했죠. 신인 연기자나 모델들은 한결같죠. 예의 바르고, 약간은 주눅 들어 있죠. 처음부터 톱스타는 없으니까요. 톱스타가 되고 나면, 신인 시절 자신을 인터뷰한 기자를 불편해하더군요. 너무 무리하게(?) 깍듯했던 자신이 떠올라서겠죠. 기자들도 신인 때 모습만 기억하고, 아랫사람 대하듯 하기도 해요. 그 안에 논리는 없어요. 서로 다른 조직에 속해 있으니, 상하관계일 수가 없죠. 일(인터뷰)로 만난 것뿐이니까요. 어리바리 신인 때 만난 게 일종의 무기가 되는 셈이죠. 현실을 보지 못하고, 과거에 머무르는 대표적인 예죠. 특히 기자들.


왕년에 한가닥 하셨나요? 어릴 때 부자였나요? 그때 더 예쁘고, 잘 생겼었나요? 한 때의 잘 나감이 장애물이 되더군요. 현실을 부정하게 되는 거죠. 내가 잘 나갈 때 지질했던 친구를 무시하죠. 그때 아래였으니까, 지금도 아래여야 해. 자신의 기고만장한 자세를 고치려 하지 않아요. 연예인 세상은 더 잔인해요. 인기는 데뷔 순이 아니잖아요. 게다가 인기는 권력이잖아요. 한 때 조연이었다고, 평생 조연이 아니죠. 내가 주인공일 때 조연이었던 친구가 인기가 더 많아져 봐요. 상대적 박탈감이 어마어마하죠. 그 어떤 권력도, 전성기도, 인기도 영원할 수 없음을 깨닫는 게 중요하죠. 그런 사람에겐 또 한 번의 기회가 와요. 재역전의 기회죠. 조연부터 다시 시작해야죠. 아무 역이라도 주세요. 단역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99%에겐 그게 불가능해요. 예전에 받았던 대우가, 개런티가 발목을 잡죠. 거기에서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죠. 그걸 받아들이면, 자신이 추락했음을 받아들이는 게 되는 거니까요.


한 때 너무 잘 나갔던 사람은 그게 장애물이 돼요. 세상이 늘 자기중심으로 돌았으니까요. 자기가 한 말은 다 맞았고, 먹혔으니까요. 남들은 나를 부러워하며 끊임없이 갈고닦는데 그걸 몰랐어요. 그게 결정적 패착이죠. 그때의 나는 맞았지만, 그게 그대로 머물라는 쿠폰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혹시 지금 그렇게 역전당하셨나요? 못 나가던 친구가 잘 나가서 배가 아프신가요? 그러면 이제 조연부터 시작하세요. 아니 단역부터 시작하세요. 그 사람들을 존경하고, 흉내 내세요.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받아들이는 훈련이 성공보다 중요해요. 언제든지 성공할 수 있고, 실패 역시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세요. 단역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주인공도 오래 해 먹더군요. 무명의 시간은 굉장한 훈련이었으니까요. 주인공으로 내내 살았던 사람들은 이제 조금 긴장해 주세요. 내려가는 법을 모르는 것처럼 위험한 것도 없으니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우리는 모두 어리석습니다. 하지만 서로에게 답이 있어요. 그러니까 듣고, 나눠야죠. 그렇게 결핍을 채우다 보면 꽤나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늙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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