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절대 가지 말아야 할 나라일까?

그래도 바라나시는 아름다웠, 아, 아닙니다.

by 박민우


한 유튜버가 인도에 절대 가지 말라는 영상을 올려요. 강간당하고 싶으면 가라. 거의 협박에 가까운 경고를 하더군요. 조회수가 무려 이백만에 육박하더군요. 어허. 이 사람 인도에 가보지도 않았네요. 뉴스만 보고 인도 절대 금지를 당당히 외치다뇨? 댓글을 봐요. 1년 살다온 사람, 2년 살다온 사람들도 맞장구를 치네요. 개막장 국가 맞다. 강간을 안 당한 당신이 운이 좋았을 뿐. 이런 분위기라면 저는 입을 닫아야죠. 두 달 정도 머물고는 아는 척할 뻔했어요. 바가지, 사기꾼, 소똥, 돼지똥, 바퀴벌레, 물 설사만 빼고 저는 괜찮았거든요.

DSC04454.JPG 바라나시는 그래도 다시 가고 싶어요


제가 바라나시에 갔을 때 일본인이 납치, 살해되는 사건으로 떠들썩했죠. 텐트 치고 야영하던 스위스 부부 중 아내도 집단 강간을 당했죠. 남편이 보는 앞에서요. 강간을 신고했다고 소녀를 불에 태워 죽인 나라이기도 하죠. 저만 무사했다고 변호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닌 거죠. 아침이면 기찻길 선로에 조르르 앉아서 똥을 눠요. 바닷가에서도, 사막에서도 아침이면 전깃줄 새처럼 앉아서 집단 똥을 누죠. 화장실이 없으니까요. 13억 인구 중에 5억 명이 화장실이 없어요. 아침이면 순례자처럼 페트병에 물 담아서 어딘가로 향하죠. 구정물과 쓰레기 더미 사이로 돼지들이 킁킁대고, 소들은 길바닥에서 철퍼덕 소똥을 지려대죠. 누군가가 권하는 음료나 짜이(인도식 밀크티)도 절대로 마셔선 안돼요. 운이 좋으면 그냥 털리고 끝나지만, 재수 없으면 실종되는 거죠. 쥐도 새도 모르게, 지구에서 사라지게 되는 거죠.


에휴. 원래 의도는 그래도 인도는 가볼만한 나라야.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엄청난 나라니까요. 인도. 딱 두 글자 안에는 수많은 나라가 공존하죠. 대도시도, 티베트도, 히말라야도, 고산지대의 은은한 차밭도 있죠. 우리가 생각하는 생지옥 도떼기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터번을 둘러쓴 쉬크교도들은 얼마나 정직하고, 멋진데요. 그냥 인도로 퉁치기엔 너무도 억울한 사람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해결해야죠. 스스로의 자정 작용을 보여주지 못하면, 책임도 자신들의 몫이죠. 같은 뿌리인 파키스탄은 상대적으로 이런 잡음이 훨씬 덜하죠. 교육의 문제인 거죠.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어요. 아라비아 숫자, 간다라 미술, 요가, 위대한 철학자들이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너무도 당당한 바가지, 사기꾼들, 자신의 계급만 믿고 기고만장한 브라만들, 자기네 집만 깨끗하면 된다. 이기적인 질서의식도 다 비난받아 마땅하죠.


막상 인도는 여성팬이 훨씬 많아요. 인도가 가진 치명적인 매력들이 한둘이 아니니까요. 나풀나풀 세상 모든 색감을 다 표현한 사리들(전통 의상), 저렴한 은수공에품, 온갖 종류의 망고, 라씨(요구르트), 처트니(과일이나 채소로 만든 인도식 소스 혹은 잼), 커리, 마살라, 라다크(인도의 히말라야 지역)가 여심을 흔들죠. 당당하게 인도를 변호하지 못하는 현실이 속상하네요. 인도를 가보지도 못한 이가 저렇게 마음껏 인도를 혐오해도, 반박 댓글 하나 없더군요. 가본 사람들이 더 맞장구를 치니, 저 역시 움츠러드네요. 찬란하고, 신비로운 나라가 자신의 위치를 되찾을 때까지 이런 따가운 시선은 수그러들 일이 없겠네요. 바라나시에서 마셨던 뜨거운 생강 커피가 생각나는 오후네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많은 걸 가지고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보면서, 가지지 못한 내게도 행복의 기회는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글이 내 행복을 안내하는 길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기대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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