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이 아프냐고요? 그럼 안 아파요?

아프지만 휘둘리지는 않겠다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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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악플 별로 없어요. 유명 스타도 아닌데요. 그래도 뜨끔하거나, 마음에 오래 남는 댓글들이 있죠. 글에 대한 지적부터(글을 다시 배우라네요), 외모 혹은 제 삶의 한심함(여행자로서 삶이 그렇게 보일 수 있죠)에 대해서까지요. 아침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영상 메시지를 올리는데, 그냥 풍경이나 보여 달래요. 주저리주저리 말 늘어놓지 말고요. 먹는 얼굴 안 보고 싶다. 그런 댓글에 한동안 먹는 사진이나 영상은 안 올렸죠. 못 올리겠더라고요. 사람이니까요. 일단은 자존심이 상하죠. 누군가에게 거북함을 주면서까지 해야 해? 그런 생각으로 이어지더군요. 저한테 엄청난 돈이나 명예가 생기는 일도 아닌데 말이죠.


-제 자식이지만 좀 이상합니다. 병신입니다.


여행 중에 다른 한국인들과 마주했어요. 아들이 결혼했냐는 질문에 아버지가 그리 답하시는 거예요. 저는 얼어 버려요. 평소에도 너는 왜 그렇게 사냐? 결혼 안 할 거냐? 지금 네가 맞게 사는 거냐? 그런 말씀을 자주 하셨죠. 왜 이해가 안 가겠어요? 부모 마음이야 다 같죠. 아들이 평범하게 가정을 이루고, 노년에도 외롭지 않기를. 무난하고, 따뜻하게 늙어 가기를 바라시는 거죠. 그래도 그 발언은 심하셨죠. 악플러들도 사람이겠구나. 저는 악플러들은 악에 받친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화 낼 곳만 찾는 거죠. 자신만 상처인 게 억울하니까요. 자신만 비참할 수 없으니까요. 아버지는 늘 화가 나 있거나, 늘 이상한 분이 절대 아니거든요. 평상시엔 얼마나 정의롭고, 정이 많으신데요. 게다가 저를 자랑스러워까지 하세요. 모르는 사람에게 대뜸 내 아들은 여행작가요. TV에도 나왔다오. 저만 귀가 벌게져서 아버지를 말릴 뿐이죠. 저를 가장 예리하게 공격하시지만, 그런 마음만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관심과 사랑도 그 밑에 깔려 있더군요.


부정적인 댓글에 흔들리는 건 제가 그걸 안 놔주기 때문이에요. 즐기는 거죠. 괴로움도 즐거울 수 있어요. 무의식적으로 씹던 껌처럼, 곁에 두려는 거죠. 무료하지 않게, 걸리적거리는 자극도 자극이니까요. 긍정의 댓글들을 모두 무시하고, 부정적인 것만 보게 되는 거죠. 그게 바로 함정이죠. 놀아나는 거죠. 놀아난다는 표현도 웃겨요. 노는 거죠. 저도 합의하고, 비참한 심정과 2인무를 추는 거죠.


너도 나처럼 비참해져 봐. 상상으로라도 복수를 꿈꾸면서요. 지금요? 이젠 안 그러죠. 만질 수 없는 사람에게는 영향 정도만 받아야죠. 지배를 받으면 쓰나요? 만져지는 것들이 우선순위예요. 마찬가지로 시간도 지금이 최고죠. 보이지 않고, 닿지 않는 것들엔 무수한 상상력이 덧붙여져요. 제가 멋대로 덧칠한 상상 속 악플러와 마주할 뿐이죠. 1초도 고민 안 하고 내뱉은 말을 24시간 붙들고 있는 바보가 될 순 없죠. 약한 사람들이 공격적이더라고요. 아버지도 약해요. 많이 약해지셨어요. 약함을 들키지 않으려면 공격을 해야죠. 공격을 하는 사람도, 무너지는 사람도 다 약한 사람들이에요. 강한 사람들만 무사한 세상이에요. 슬프지 않나요? 그러니까요. 덜 억울해지기 위해선 흔들림에서 끝나야죠. 무너지는 것까지는 오버 아닌가요? 약해 보이지만 뿌리는 내리는, 풀처럼 살려고요. 쓸려고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 거예요. 보이지 않는 것들은 또 보지 못해요. 그러니까 적당한 겸손은 매우 실체적 인간에 가까워지는 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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