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지났다고요? 2020년의 여름이 지났다고요?
거짓말 아니죠? 이렇게 2020년이 홀라당 사라지겠네요.
우리의 시간은 참 억울하게 흐르고 있어요.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요.
글을 쓰며 여행하는 사람이에요.
십일 년 째 방콕에 머물고요.
방콕에만 머물지는 않았죠.
틈틈이 여행을 하고 책도 냈죠.
네, 여러분들이 꽁꽁 묶인 것처럼 저 역시 방콕에 묶였어요.
여기서 매일 글을 써요.
매일 유료 구독자에게 전하는 글도 씁니다.
구독료도 한 달에 12,000원이니까 비싸죠.
솔직히 다른 작가한테 돈 주고 글을 받아 본다?
저라도 안 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글을 팔아요.
일 년이 넘게요.
세상 기적 참 많지만 저의 1년도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혹시라도 제가 연재를 중단할까 선입금들을 참 많이들 해주세요.
덕분에 방콕에서도 쌀국수 안 끊기 고 먹고 있어요.
매일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저의 메일을 열어 보신대요.
커피 한 잔과 함께요.
좋은 소리 참 많이 들었네요.
우울증이나 항암 치료에 제 글이 도움이 될 줄은 몰랐어요.
막연한 미래의 불안감이 저로 인해 희석될 줄도 몰랐죠.
코로나로 답답한 분들께, 굉장한 대리 만족까지 드릴 줄 역시 몰랐습니다.
처음엔 굶어죽을까 봐 벼랑 끝에서 시작한 연재고요.
지금은 제법 여유까지 생겼어요.
칭찬 덕이죠.
시작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해요.
어떤 글인지 궁금해하실까 봐, 하루 일기를 샘플로 올릴게요.
마감은 8월 31일 밤 열두 시까지고요.
미리 서두르시면 아차 하고 놓치시는 일 없을 거예요.
그 이후엔 아무리 부탁하셔도 구독이 불가능하니까요.
저의 무모한 도전이, 누군가에게 작은 기다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입금(계좌는 포스터 오른쪽 하단에 있사옵니다) 하시고 성함과 이메일 주소는 꼭 남겨 주셔요.
이메일로 보내 주셔도 돼요 modiano99@naver.com
9월의 독자님들 미리 반갑습니다. 꾸벅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드리는 편지)
다섯 시 반에 일어났어요. 여덟 시 오십 분 기차거든요. 좀 더 자도 되지 않냐고요? 짐 싸야죠. 아침밥 먹어야죠. 아침 인사 동영상 찍어야죠. 기차 놓치면 안 되니까 삼십 분 일찍 가 있어야죠. 매일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리는 글 정도는 써놔야죠. 다섯 시 반에 일어나도 빠듯해요.
8시 50분 치앙마이에서 출발해서, 방콕에 저녁 7시 25분 도착. 열한 시간 정도 걸리네요. 게다가 의자도 제대로 안 펼쳐져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 타면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이면 되죠. 부산까지 갈 때도 좀이 쑤시는데 열한 시간은 가혹하네요. 그렇다고 괴롭기만 한 건 아니에요. 마음가짐이 달라져요. 애초에 두세 시간 안에 안 끝날 걸 아니까요. 마음이 시작부터 가난해지죠. 스마트폰 배터리까지 간당간당하네요. 방콕에 도착하면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잡아야 할지도 몰라요. 그래서 스마트폰도 보지 않아요. 창밖을 봐요. 억지로요. 그렇게 네 시간, 다섯 시간 멍하니 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영화라도 미리 다운로드해올 걸. 이럴 줄 알았으면 노트북에 음악이라도 좀 더 담아가지고 올 걸. 심심해요. 시간 참 안 가네요. 모처럼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됐어요. 이걸 디지털 디톡스라고 하더군요. 우린 늘 스마트폰, 인터넷에 매달려 살잖아요. 24시간 인터넷과 스마프폰 끊고 살아보신 적 있나요? 대부분은 힘드실 거예요. 어떤 분은 아예 불가능할 거예요. 인터넷 없이 업무가 가능한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요. 무미건조한 시간이 오래간만이라서 반갑기까지 하네요. 지루함의 터널을 조금만 지나면, 생쌀의 고소함이 느껴진달까요?
저는 요즘 안경조차 쓰질 않아서 세상은 다 희미해요. 모든 게 다 모호해요. 답답해요. 장점도 있어요. 시선으로 뺏기는 에너지가 적어져요. 내면을 더 들여다보게 돼요. 집중력이 올라갔어요. 더 완벽한 신체, 더 많은 소유는 행복에 보탬이 될까? 방해가 될까? 어떤 한의사 말로는 신체가 평소에 건강한 사람이 돌연사의 확률이 높다더군요. 일정한 연봉 이상이면 행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그러면 일부러 건강하지 말아야 하나? 일부러 돈 벌 기회를 피해?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어요. 얼마나 건강한가, 얼마나 부자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키려는 욕심에 타락의 함정이 기다리는 게 아닐까요? 충분한 건 없어요. 안정도 없죠. 건강해도 계속 몸을 쓰고, 단련해야 하고, 돈이 많을수록 쓰고, 벌고를 반복해야죠. 지키려고만 하면 두려움만 커질 뿐이죠. 뺏기지 않는 마음이 커질수록 세상은 의심스럽기만 해요. 돈은 많은데, 정신과에 가야 해요. 제가 아는 한 분이 그래서 눈앞 삼백 미터를 두 발로 못 걸어요. 평소엔 경호원을 대동하고 걷죠.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어요. 저만치 보이는 편의점을 혼자서 못 가더군요. 그렇게까지 지킬 게 많다면 실컷 쓰고, 또 새롭게 벌 궁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키려고만 하면 생명 에너지는 사라져 버리니까요.
저의 처지를 변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가난하고, 불완전한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가난하니까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한다. 몸이 비루하니까, 조금이라도 건강해져야 한다. 발버둥을 치는 순간, 그 순간이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11시간의 기차는 지루하지만, 저는 사물들을 뚫어져라 봐요. 시력 훈련이죠. 오늘 어떤 글을 독자에게 드릴까? 창밖 풍경을 보면서 뇌를 쥐어짜요. 이 모든 것들은 안락할수록 시들해져요. 불안과 불편은 엄청난 무기예요. 그걸 활용할수록 잠재력은 뿜어져 나오죠. 늦은 밤 저의 생각을 전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밤이 이렇게 흘러서 참 좋습니다.
흔들리면서, 반짝이자고요. 그러라고 태어났으니까요.
PS 기차 창밖 풍경(별거 없어요. 지루함 주의)
PS 오늘은 매일 쓰는 글을 이 글로 대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