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고자 하는 자의 변명
빨리, 빨리!
3박 4일간 최대한 많은 걸 봐야 한다.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
로 강의를 해보려고 한다. 한국에 잠시 머물면서 ‘태국에서 한 달 살기로 강의를 했다.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폭발적? 단어가 너무 자극적인가? 신흥 종교의 교주가 된 기분이었다. 여행이 아니면 차라리 죽겠소. 하나라도 더 묻고, 하나라도 더 들어야 한다. 전국에 그런 사람 천지였다.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
돈이 된다.
이거면 돈이 된다. 확실한 콘텐츠만 있으면, 비싼 강사가 될 수 있다. 15만 원에서 80만 원까지. 두 시간 몸이 헐도록 떠들고 나면 엄청난 돈이 들어왔다. 그 돈으로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다녀왔다. 태국 형님과 함께 머무는 3박 4일. 차로 이동할 수 있다. 운전면허도 없는 나에게는 아예 불가능한 여행이다. 여러 번 치앙마이에 왔지만, 내 여행은 반경 5km를 넘지 않았다.
공항에서부터 차로 이동한다. 차를 렌트하면 이렇게 좋구나!
“나나 정글 베이커리부터 가볼래요?”
토요일에만 여는 빵집이다. 숲속에 크루아상과 바게트를 진열해 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사람들이 아침 여섯 시부터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선다. 열한 시면 문을 닫는다. 열시 삼십오 분에 도착. 문 닫기 직전의 숲속 빵집은 잔잔했다. 맛있어 보이는 빵도 있다. 안 그래 보이는 빵도 있다. 아침 여섯 시부터 있던 빵이다, 듬성듬성 사람, 숲이라기보다는 나무가 있는 곳 정도. 태국은 가게 하나만 대박을 쳐도, 상권이 빠르게 형성된다. 국수 가게, 옷 가게, 주스 가게까지 있다. 어엿한 시장이 됐다. 상상력이 필요하다. 아침 여섯 시, 이곳은 전혀 다른 빵집이 된다. 백 명 이상이 번호표를 받고, 발 동동 빵만 생각한다. 다 팔리면 어쩌지? 무료 커피 한 잔을 한 손에 쥐고, 방금 도착한 애플파이 한 개, 크루아상 하나를 허겁지겁 먹는다. 토요일 아침을 이렇게도 시작하는구나. 아침부터 뭐 하는 짓이야? 작은 호수를 보며 스스로를 한심해한다. 허무하고, 졸리다. 에이, 아무것도 아니네. 이미 이룬 자들은, 한없이 교만하다. 두 번 올 곳은 못 돼. ’한 번’을 이루었으니, 으스댄다. 줄을 서며, 함께 초조해한 내가, 당신이 사실 이 빵집의 꽃이다. 사람이 없으면, 그저 텁텁한 빵집이다.
다음, 다음!
더 많은 걸 봐야 한다. 하필 토요일이다. 토요일이니까 주말 시장도 문을 연다. 어수선하고, 화려한 주말 시장에서 꼬치를 먹고, 아보카도 주스를 마시고, 카오소이를 먹고, 맥주를 마셨다. 내려가지 못하는 음식이 식도로 올라온다. 신물도 올라온다. 토하고 싶다. 한 남자가 공항 라운지에서 마음껏 먹으라며 5만 원을 썼다. 깨작깨작 대충 먹으면 예의가 아니지. 배고프지 않아도 밀어 넣었다. 공항에서부터 이미 체했다. 아프면 되고, 토하면 된다. 여행의 흥이 나 때문에 깨져선 안 된다. 돈 한 푼 안 쓰는 주제에, 광대라도 되어야지. 나는 기쁨이고자 한다. 그게 공포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빈대 붙는다는 치욕도 위장에 딱 달라붙어 있다.
내게 실망스럽다. 치욕을 느껴서가 아니다. 모든 감정을 폭식한다. 기쁨, 여유, 분노, 두려움. 이름이 있으니, 다 느껴야 하는 감정이다. 공평하게 머물다, 간다. 그걸 안다고 생각했다. 치욕을 덜어내려고, 의미 있는 존재가 되려고 나를 파괴하고 있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다.
아픔의 기원은 두려움이다.
나나 정글 베이커리의 그 어떤 빵도 다 팔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