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언제부터 정상이었는지가 이젠 까마득하네요. 늘 정상이었으니까요. 존재감 없던 신인 개그맨 때는 저러다 사라지겠지. 존재감을 따지기 전에 뭔가 비호감이었어요. 깡마른 외모에 깐죽거림이 개그 코드였으니까요. 얄밉다. 지질하다. 딱히 오래 보고 싶지 않은 개그맨이었죠. 이렇게 쓰고 보니까 저도 뭐 악플러네요. 저랑 비슷한 이미지여서 더 싫었나 봐요.
요즘에 더 말랐더군요. 자기 관리를 그렇게 잘한다면서요? 술, 담배도 아예 입에 안 대고, 커피도 안 마시는 것 같더군요. 볼 때마다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닌가 싶지만, 워낙 오랫동안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 냈으니까요. 스튜디오 예능은 요즘 '해피 투게더(이 프로그램마저 종영됐군요)' 뿐이네요. 이동도 많고, 변수도 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주로 하고 있죠. 자주 비교되는 신동엽, 강호동, 김구라에 비해서 일의 강도가 훨씬 더 세요. 가장 톱스타면서, 이등병처럼 현장에서 구르고 있죠. 신동엽이나 김구라는 대놓고 스튜디오 예능을 선호한다고 하죠. 유재석의 예능은 '해피 투게더'만 빼면 유사한 게 없을 정도로 독특하죠. 슈가맨, 유퀴즈온더블럭, 런닝맨과 최근에 론칭한 식스센스까지, 관찰 예능이 대세인 요즘 독특한 프로그램들 뿐이네요. 그가 어떤 프로그램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죠. 지켜야 할 위치에 있지만, 새로운 도전에 주저함이 없어요. 탑 100 귀(차트 100위 안에 드는 노래를 귀신 같이 알아보는 귀)만 있는 게 아니라, 새로움을 주도하는 진취성도 가지고 있는 톱스타.
관찰 예능은 상대적으로 편한 포맷이죠. 스튜디오에 앉아서 추임새만 넣으면 되는 거니까요. 같은 출연료라면 관찰 예능이 날로 먹는 거죠. 유재석은 관찰 예능을 현재 하나도 하지 않아요. 전체 출연자를 조율하면서, 주어진 임무를 해결하는 예능이 많네요. 오디오도 비면 안 되니까, 과하지 않은 선에서 끊임없이 떠들어 줘야 하죠. 유재석은 천재 지휘자예요. 지휘자는 자신이 드러날 때도 있지만, 드러나지 않을 때도 많죠. 프로그램 전체의 완성도를 위해서, PD 입장에서 분량을 확보하려고 애쓰죠. 방송인들이라면 다 그렇게 한다고요? 미묘한 차이가 있죠. 돈을 벌기 위해서, 다음번에 다시 캐스팅이 되기 위해서, 자신이 더 돋보이기 위해서 방송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요? 방송인도 엄연히 직업인이니까요. 제작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괜히 유재석을 찾고, 또 찾는 게 아니라니까요.
요즘엔 불가사의하기까지 해요. 저 방송들을 어찌 다 소화하나? 놀면 뭐하니, 런닝맨, 식스 센스. 다 기 빨리고, 체력 방전되는 프로그램들이라서요. 보통 사람은 하나만 맡아도 나가떨어질 걸요. 방송에 나오는 편집 분량만 생각해서는 안 돼요. 그걸 준비하고, 촬영하고, 쓰이지 않은 분량까지 보셔야 해요. 인간의 한계치에 이르는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이십 년 넘게 해오고 있어요. 피곤한 날에도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나나? 사람이 기복이 있을 텐데, 어떻게 저렇게 늘 분량을 뽑아낼까? 빨리 귀가하고 싶은데 PD가 추가 촬영을 요구하면 유재석은 화를 낼까요? 내지 않을까요? 화를 안 낸다에 백 원 걸겠습니다. 밤잠 못 자고 촬영하는 스태프들을 보면서 펑펑 울었다면서요? 구박받고 주목받지 못했던 초심을 여전히 잘 간직한 사람으로 보여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을 하는 스태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사람인 거죠. 저요? 저는 죽어도 그렇게는 못 살아요. 어서 빨리 녹화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 그 생각만 할 걸요? 또 추가 촬영이야? 보자 보자 하니까 내가 만만해? 이래서 착하게 살면 안 돼. 저의 바닥을 쉽게 드러내고, 잠적했을 거예요. 다 저 같지는 않겠지만, 톱스타 위치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미담만 생성하는 연예인은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선하고, 착한 사람도 극한 상황에 최악의 컨디션이면 욱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걸 조절해내는 사람이 유재석이니까요. 자신을 철저하게 죽이고, 세상의 환호에도 흔들리지 않고, 매사에 감사하며, 어려웠을 때를 잊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나요? 그냥 연예인이 아니라, 득도한, 존경해야 마땅한 '성인' 아닐까요?
우린 모두 유재석처럼 성공하기를 꿈꾸지만, 유재석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은 유재석뿐이죠.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이 주는 힘으로 세상에 기름이 되고 싶어요. 빡빡한 나사를 풀고, 마른 피부에 윤기가 흐르는 그런 코코넛 오일 같은 글이고 시습니다. 지금 코코넛 오일 한 스푼 먹고 있거든요. 몸에 좋다고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