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한국에 못 간 지 1년이 다 되어 가네요. 이렇게 오래 한국에 못 간 건 처음이지 싶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죠. 하지만 한국에 가면 제주도에 좀 오래 머물고 싶고, 큰 마음먹고 백령도에도 며칠 있어 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봐요. 내 나라로 돌아가는 거지만, 큰 여행이 돼요. 그리고 음식들을 떠올립니다.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 이젠 확신해요. 한국에서 화제가 되는 음식은 최고의 상품성을 갖췄다는 걸요. 나노 감성, 나노 욕망, 나노 지적질 사이에서 살아남은, 혹은 지지를 받은 음식들은 다른 나라에선 비슷한 것조차 찾을 수 없어요. 요즘 사람들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메뉴들이 매우 매우 궁금합니다.
1. 푸라닭의 고추 마요가 그렇게 맛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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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는 블랙 알리오가 더 많은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제 취향은 단연 고추 마요입니다. 안 먹어 봐도 알아요. 저는 마요네즈 성애자니까요. 어떻게 프라다를 베낀 치킨이 나올 수가 있을까요? 명품을 흉내 낸 이 찬란한 B급 감성은 뭔가요? 혼란스러운 와중에 포장은 대놓고 고급스럽더군요. B급 감성이 갈 곳을 잃은 느낌이네요. 이름만 신선하고, 내용물이 별로면 잠깐 반짝하고 말았겠죠. 여전히 주문조차 어렵다면서요? 치킨은 더스트백에 담아 주네요? 이미 포화상태인 치킨업에 뛰어들려면 이 정도 아이디어는 있어야 하나 봐요. 오븐에 한 번, 기름에 한 번 그렇게 두 번 익힌 치킨이더라고요. 튀김기와 오븐을 다 갖추고 장사를 한다는 건가요? 그래서 살이 퍽퍽하지 않고 겁나 부드럽다면서요? 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치킨을 어디서 먹어 보겠어요? 오븐에 굽고, 튀김기에 튀긴 그런 치킨이 세상에 존재하는군요. 한국은 진짜 위대한 나라 맞습니다.
2. 진짜 풀무원 얇은 피 만두가 비비고보다 맛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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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요? 제가 비비고 만두를 먹고 충격 먹은 당사자입니다. 워낙 만두, 딤섬을 좋아해요. 미슐렝 가이드 선정 딤섬 집도 몇 번을 가봤다고요. 비비고 만두가 전혀 안 꿇려요. 공장에서 찍은 만두가 흠잡을 데가 없더군요. 그런데 풀무원 만두는 더 맛있다고요? 진짜 믿을 수가 없네요. 풀무원 교자 광고를 봤더니 밀가루 날개를 없앴다고 광고하네요. 무슨 소리지? 손으로 빚을 때 마지막으로 꾹꾹 봉합하는 부위를 도려낸 만두네요. 피자 가장자리는 그렇다 쳐요. 식빵 테두리도 없앴다고 하면 잘했다 칭찬했을 거예요. 누가 그 얄팍한 만두 가장자리까지 불평한다는 거죠? 불만 없었지만 좋기는 해요. 얇디얇은 만두와 만두소. 미니멀의 극치인 만두가 입으로 쏙 들어가는 상상. 오금이 저립니다. 한국은 공장 만두에 미슐렝 마크 찍어 줘야 해요.
3. 에그 드랍 샌드위치, 진짜 에그가 입에서 녹나요?
이미지가 없어서 호떡을...물의를 일으켜 죄송하옵니다 ㅠㅠ
유튜브 영국 남자 다들 보시죠? 영국 남자 조쉬가 쌍둥이 친구(한 명은 신부, 한 명은 군인)를 한국으로 초대해서 에그 드랍 샌드위치를 먹는데 호들갑도 그런 호들갑이 없더군요. 엄격하게 따지면 에그 드랍은 짝퉁이죠. 에그 슬럿이 원조잖아요. 미국 LA에서 달걀 덕후가 탄생시킨 참신한 샌드위치죠. 그 원조도 우리나라에 문을 열었더군요. 셰이크 쉑 버거로 큰 재미를 못 본 SPC(파리 바게트, 배스킨라빈스, 던킨을 거느린)가 에그 슬럿으로 또 한 번 문을 두드리네요. 저는 한국 가면 에그 드랍과 에그 슬럿. 두 가지를 동시에 먹을 수가 있겠군요. 원조와 짝퉁의 대결에서 원조는 늘 승리했는가? 전혀 그렇지가 않죠.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요. 여러분은 맥도널드와 맘스터치 중에 어디 햄버거가 더 맛있나요? KFC와 비비큐 황금 올리브 중에 어떤 치킨이 더 맛나던가요? 더 비싼 에그 슬럿이 조금이라도 더 맛있지 않을까? 이 정도의 편견을 가지고 맛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4. 최고의 치즈가스 먹어보기 - 제주도 연돈은 미리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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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연돈은 하룻밤을 새워야 겨우 먹을 수 있다면서요? 한 시간도 저는 못 기다려요. 본전 생각나서 제대로 맛도 못 느낄 것 같아요. 다른 곳의 치즈가스를 먹으면 되죠. 왜 먹고 싶냐면, 엄청난 맛집이 많아졌을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죠. 한국인 특성상 뭐 하나가 잘 되면, 나도 할 수 있어. 비슷한 가게들이 속속 문을 열게 되잖아요. 사람들도 화제가 된 메뉴에 더 몰리는 경향도 있고요. 꼭 연돈이 아니어도 비슷한 수준의 식당이 전국적으로 여러 개 있을 거라고 봐요. 그중에 몇 곳에 가서 완벽에 가까운 치즈가스를 먹어보고 싶어요. 아끼지 않은 치즈에, 치밀하게 계산된 익힘까지 다 확인해 보고 싶어요. 예전엔 서울 빼면 맛집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이젠 전국 어디든 서울 뺨치는 맛집이 차고, 넘치더군요. 위장이 하나라는 것, 하루에 세 끼 이상은 죽어도 못 먹는 우스운 소화력이 속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5. 신사역 가로수길 '루비 떡볶이'를 꼭 먹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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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면 무조건 떡볶이집부터 가요. 버스를 기다리면서 포장마차 떡볶이라도 먹어야 해요. 흥건한 양념에 튀김도 비벼먹고, 순대도 곁들여야 저의 입국식은 완성되죠. 그래서 유명하다는 떡볶이집을 즐겨 찾는데, 이번에는 신사역 가로수길 루비 떡볶이를 먹어 보려고요. 특이하게 건새우를 수북하게 쌓아주는 '새우깡 떡볶이'가 있더라고요. 새우를 쏟아부었는데 맛이 없을 수가 있겠어요? 수요 미식회에도 나왔다니까 후회할 일은 없겠죠? 딴 이야기이기는 한데, 가로수길 스쿨푸드가 아직도 있네요. 한국에 갈 때마다 사라지는 가게가 너무 많아서 살아남은 가게들이 반갑더라고요. 떡볶이에 와인을 먹을 수 있는 분식집으로 한 때 난리였었죠.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요. 언제 한국을 가게 될지 모르지만, 이렇게 먹고 싶은 걸 정리하니까 괜히 기분이 좋네요. 기다림이라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잖아요? 코로나가 잡혀서 14일 격리 없이 바로 나돌아 다닐 수 있는 그 날을 꿈꿉니다. 꿈은 이루어집니다. 얍!
PS 매일 글을 씁니다. 제가 왜 태어났는지 잘 모르듯이, 제가 왜 쓰는지 잘 모를 때가 있어요. 굳이? 피곤한데? 그런 날도 쓰고 나면 잠이 잘 오더라고요. 너무 많은 생각이 글을 방해할 때가 있어요. 일단은 쓰고 보는 거죠. 행동이 앞서는 제가 맘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