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인정받는 고민 해결은 독이 될 수도 있어요
요즘엔 분위기가 달라져서 자주 안 가는 커뮤니티이긴 한데, 우연히 댓글이 많이 달린 글을 봤어요. 8년 처가살이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40대 중반 남자의 하소연이었죠. 주식으로 1억 빚이 생기면서, 처가에서 갚아줬대요. 또 사고칠지 모른다면서 같이 살자는 장인, 장모의 뜻에 따라 합치게 됐고요. 최근 1년간 정신적인 한계가 오더랍니다. 장인어른이 식사 시간에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줬대요.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나라네요. 지금까지 참고 살았지만, 이제는 너무 힘들다고요. 1억 빚은 다 갚은 상황이고요. 아내는 아이가 6학년이니까 1년만 더 있다 분가하자. 남편을 말리는 중이고요. 남자는 원래부터 공황장애가 있었대요. 처가 식구 몰래 응급실에도 몇 번 실려갔을 정도면 꽤 심각한가 봐요. 어떤 댓글이 달렸을까요?
분가하라는 의견이 많기는 하지만, 참고 살아라. 그런 의견도 30% 정도는 되더군요.
-1억 빚을 진 순간 당신은 할 말 없음
-처가에서 밥 해줘, 애 봐줘. 혜택은 혜택대로 받고, 무슨 유배 생활인 것처럼 엄살임?
-골프 사진, 식사 사진 보면 처가에서 대접받고 산 것 같은데 앞뒤가 맞는 것임?
-처가 식구는 편했겠음? 노인들 늙고 힘 빠지니까 분가하겠다는 것임? 배신임
의견이 다 같을 수야 없죠. 일리가 있는 말도 있고요. 저야 물론 분가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죠. 경제적으로 더 챙겨드리야 할 부분이 있다면, 분가를 해도 챙길 수 있는 부분이고요. 새벽에 응급실까지 가야 하는 공황 장애란 걸 읽기는 한 건가? 아픈 사람한테 견디라는 말을 참 쉽게 하네. 순간 모두를 설득하는 고민 해결이 얼마나 부질없나를 생각해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은 객관화가 불가능하죠. 자신의 병이 더 심해지건, 자살을 하건 그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어요. 웁스, 그렇게까지 힘든 줄은 몰랐지. 그렇게 되기 전에 알아서 나갔어야지. 당신의 죽음 앞에 이 정도 한 줄을 덧붙일 뿐이에요.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은 건가요? 당사자의 행복이나 안정에 조금도 관심과 애정이 없다는 게 안 느껴지시나요? 이런 문제일수록 자기가 먼저여야죠. 욕도 좀 먹을 각오를 차라리 하세요. 아내가 힘들다면 일단 혼자라도 나와야죠. 혼자 사는 게 더 스트레스인 사람도 있기는 하죠. 하지만 타인에 의한 모멸감이 훨씬 치명적이죠. 누가 더 잘했나? 이건 지금 상황에서 의미가 없어요. 장인어른이 볼 때 어떤 사위였는지는 모르는 거니까요. 확실한 건 집이 불편하다는 건데, 그걸 1년만 참으라는 건 가혹한 조언이 아닐까요? 불편하면 찢어져야죠.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한국 사람은 고민 해결도 공정해야 하나 봐요. 자기가 얼마나 파괴되는지를 봐가면서 그런 것도 따져야죠. 공정하고, 공평한 사람이 되려고 조언을 구하지 마세요. 차라리 아내에게 살려달라고 하세요. 숨이 잘 안 쉬어진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세요. 객관적인 고민 해결이 큰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타인의 죽음에 무덤덤하고, 조장하는 사람이 열의 둘인 시대예요. 내가 나를 보살펴야 하는 세상이 됐어요. 슬프지만 그런 세상이 되고 말았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우리에겐 영혼이란 게 있어요. 만져지지 않지만, 제 몸을 떠나지 않고 꼭 붙어 있죠. 새삼 신기해요. 뜬금없죠? 대신 멀리멀리 퍼뜨릴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글도 한 방법이죠. 그래서 매일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