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착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들

이거야 말로 주관의 끝판왕급

by 박민우

여행 며칠 했다고 그 나라 사람들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어요. 여행자들이 드문 나라는 여행자가 연예인이죠. 여행자가 반가울 수밖에요. 여행자가 늘어나면 확 달라지는 시한부 친절이죠. 특정한 시간에 갔더니, 참 친절한 사람이 반겨 주더라. 이게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해요. 어쨌든 여행은 풍경이 아니라 사람, 사람 때문에 다시 가고 싶은 나라들


1. 숨은 보석, 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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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첫인상은 깨끗하다였어요. 소똥 천지인 인도에서 넘어와서 더 그렇게 보인 것도 있지만, 파키스탄 제2의 도시 라호르는 누가 봐도 훌륭한 도시예요. 거슬러 올라가자면 기원전부터 인더스 문명의 본진이었죠. 진짜 본진 하라파까지 차로 두 시간 반만 가면 돼요. 인도와 파키스탄이 원래 한 나라였던 건 아시죠? 인도에서도 가장 부유한 주가 펀잡 주예요. 히말라야에서 발원한 다섯 개의 강이 합쳐진 땅이어서 그렇게 비옥할 수가 없어요. 펀잡은 파키스탄과 분리될 때 갈라졌어요. 파키스탄의 펀잡이 인도의 펀잡보다 훨씬 커요. 라호르가 있는 펀잡 주가 파키스탄에서도 가장 잘 사는 곳이에요. 우리 기준으로는 대단한 도시까지는 아니지만, 천 년 단위 역사로 비교하자면 라호르가 훨씬 오랫동안 훨씬 더 부유했죠. 그러니까 사람들도 아무래도 밝아요. 간다라 문명 아시죠? 네, 알렉산더 대왕이 이곳까지 쳐들어 왔어요. 알렉산더 대왕이 가지고 온 그리스 문명은 이곳의 불교문화와 합쳐져서 간다라 문명이 됐답니다. 지금은 이슬람의 나라지만, 한 때는 불교의 성지였어요. 파키스탄이 얼마나 친절한 나라인가를 얘기하기로 해놓고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네요. 하루에 공짜 밥을 가장 많이 얻어먹은 도시가 라호르예요. 돈을 못 내게 해요. 게다가 모든 음식이 맛있기까지 해요. 인도 음식과 뿌리가 같은데 훨씬 위생적입니다. 인도 음식 제대로 드시려면 파키스탄을 추천해요. 지금보다 조금만 더 안정적인 나라가 되면, 파키스탄부터 가세요. 알짜배기 나라입니다.


2. 느려도 너무 느려,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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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방송 일 아니었으면 몰랐을 거예요. 세계 테마 기행 촬영 덕에 시골로 깊숙이 들어갈 기회가 생겼죠. 사실 시골은 나라 상관없이 다 순해요. 캄보디아 사람들은 더 순하고, 다정다감하더라고요. 캄보디아에 가면 앙코르와트와 톤레삽 호수 정도만 가시잖아요. 시골 여행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다른 나라에 입국하면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재난 메시지 같은 게 오잖아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태국 사람들보다 말투가 느리니 각별히 유의하라는 내용이더라고요. 뭘 유의하라는 걸까요? 속 터질 거 대비하라는 거겠죠? 느리고 느린 동남아시아 사람들 중에서도 1등으로 태평한 나라입니다. 끌리지 않나요? 씨엠립 관광지만 봐도 그렇게 여행자들로 들썩이지만 인상 찌푸려지는 일이 없었어요. 물가도 바가지 별로 없고요. 개인적으로 라오스에선 안 좋은 기억이 좀 있어요. 관광객을 호구로 본다거나, 현지 물가보다 몇 배나 비싼 관광지 물가라든가요. 캄보디아는 순하고, 셈이 느린 사람이란 인상이었어요. 노후를 캄보디아에서 한 번 보내봐? 크게 흔들릴 정도로요. 은퇴 이민 고민하시는 분들은 캄보디아도 한 번 방문해 보세요.


3. 뒤늦게 발견한 대박 나라 - 아르메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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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서스에 세 나라가 있어요.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 최근에 조지아로 빵 터졌죠. 관광지로는 조지아가 최고죠. 신기할 정도로 볼 게 많은 나라예요. 사람만 쏙 빼서 보면, 저는 아르메니아 팬입니다. 아르메니아 사람들 진짜 매력 있어요. 진국이예요.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고 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심하지도 않아요. 우호적인 시선을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어요. 그렇다고 나한테만 잘해주는 것도 아니에요. 인종 차별로 불쾌했다는 친구는 단 한 명도 못 봈어요. 조지아요? 조지아에서는 여행자들끼리 누가 더 서러웠나? 밤을 새도 모자라요. 게다가 아르메니아는 안전하기끼지 해요. 조지아 못지않게 음식도 맛있어요. 압도적인 풍경은 조지아에 몰려 있지만, 아르메니아에도 아예 없는 건 아니라서요. 아르메니아도 앞으로 더 많이 많이 사랑받을 여지가 충분합니다.


4. 의외로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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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사실 치안이 불안한 도시가 둘 있죠. 상파울루와 리오 데 자네이로. 남미에서 대도시 치안은 안 좋다고 보시면 돼요. 중소도시나 시골에서 만난 브라질 사람들은 그렇게 친절하더군요. 아르헨티나는 제가 좋아하는 나라지만 백인 우월주의가 있어요. 브라질도 백인이 그렇게 많은데, 전혀 못 느끼겠더라고요. 한국인 2세를 만났는데, 자기는 브라질 사람이라고 못을 박더군요. 소수인으로 불만이 있다면, 아무래도 한국은 어떨까? 궁금하기라도 할 텐데요. 약간 능글능글 낙천적인 바람둥이 느낌이었어요. 클럽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데 표를 끊는 사람이 저를 손가락으로 불러요. 먼저 입장하래요. 아니, 아니 이거 할리웃 연예인 대접 아닌가요? 상파울루 인근 꾸리티바라는 도시였어요. 그러니 제가 브라질 안 예뻐할 수가 있겠어요? 인정하긴 싫지만 그날 클럽에서 제가 단연, 독보적으로 못 생겼더군요. 쳇!


5. 상류층을 만나 봤더니 더 대만,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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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제가 팔자에도 없는 초상류층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5성급 호텔 대표, 10대 재벌 등등요. 네, 저는 가난뱅이 글쟁이였죠. 물론 가난뱅이라고 소개는 안 했고요. 제가 유니클로에서(불매 운동 전에, 하지만 광복 이후이긴 하죠) 산 정장 재킷을 보면서 질 샌더 거냐고 묻더군요. 유니클로라고 했더니 못 알아듣더라고요. 사모님들이 그렇게 먹을 걸 잘 챙겨 주시더군요. 그날 제가 그 모임에 뉴페이스이긴 했어요. 마셔라 마셔라가 저에게 집중되더군요. 호텔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자더군요. 네, 십 대 재벌 그분께서요. 다음에 오면 어디를 가자, 뭐 하고 놀자. 제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봐요. 저는 마셔라 해서 마시고 기절한 것밖에 한 게 없는데요. 경호원이 데리고 간 기억은 전혀 없고요. 초상류층이 이 정도면, 대만 사람들은 대부분이 정말 성격 좋겠다. 실제로 대만에서 만난 사람들들은 하나같이 친절했어요. 아, 한국인 가이드가 좀 무서웠어요. 제가 연로하신 어머니랑 다니느라 자꾸 뒤처졌거든요. 저는 대만 성애자입니다. 태국과 대만. 이 두 나라가 좋아요. 사람도, 음식도, 심지어 습한 날씨까지도. 눈에 콩깍지가 씌면 이렇다니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쓰고 다시 보지는 않아요. 오늘 글로 만나는 사람들이 마냥 신비롭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쓰고, 태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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