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공간에서 누군가는 지옥, 누군가에겐 덜 지옥
저는 여행하며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글로 먹고사는 일은 진즉에 사형 선고였어요.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삶이라서요. 사실 코로나가 크게 대수롭지는 않아요. 한 달에 50만 원 안쪽으로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것도 쉽지 않은 삶이지만요. 아예 수입이 뚝 끊긴 사람이 한둘이 아니죠. 여행 가이드, 여행사, 해외 여행자들을 주로 받는 게스트 하우스, 호텔, 공항, 면세점 등은 수입 자체가 0으로 수렴하는 중이죠. 외국에서 스냅사진으로 잘 나가던 사진작가들도 지금은 일이 없을 거예요. 몰랐어요. 그렇게 수요가 많은 일인지요. 해외여행을 가서 인생 샷을 남기는데 돈 안 아끼더군요. 현지에 오래 살아야만 알 수 있는 장소에서 감각적인 사진을 찍어 주는 거죠. 가격도 비싸던데, 결과물이 얼마나 좋은지 고맙다는 후기뿐이더군요. 시대를 못 읽는 저는 그런 일이 돈이 되는지 몰랐어요. 그렇게 유능한 분들도 지금은 퍼석해진 통장 잔고를 박박 긁어 쓰고 있을 거예요.
코로나 시대에도 수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나요? 수입이 되려 늘었나요? 쉽게 버는 돈은 없으니까요. 고생 많으셨어요. 전적으로 본인의 능력이죠. 비참한 순간을 버티는 사람들도 무능한 사람들은 아니죠. 미국에서 2억을 쓰며 파일럿이 된 사람이 무능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대박 식당이 손님이 뚝 끊긴 게 사장 잘못은 아니잖아요. 같은 시공간에서 엄청난 비극이 진행 중이죠. 타인의 고통은 사실 느끼기가 힘들죠. 힘든 사람들도 유튜브 보면서 웃고, 노래를 들으면 흥얼거리니까요. 영화가 보고 싶으면 극장에도 가고, 치킨이 먹고 싶으면 배달시켜 먹으니까요. 진짜로 바닥이면 그런 것도 사치라고요? 타인의 비극을 영화로, 드라마로만 보신 거죠. 24시간 내내 눈물만 흘리며 살 수는 없어요. 가끔이라도 긴장이 풀리기는 하죠. 대부분의 시간은 지옥이에요.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지나, 살아도 될까? 마치 자신이, 불필요한 군더더기처럼 느껴질 때가 와요. 내 삶은 허락받지 못한 건가? 그런 생각까지 미치게 되면, 바깥출입을 끊고 감금이 시작되죠. 친구가 불러도, 괜히 몸이 찌뿌둥하고, 귀찮고, 재미도 없어요. 만나기 싫지는 않지만, 딱히 만나고도 싶지 않죠. 다음에 보자. 햇반을 돌리고, 라면 물을 올리죠.
화석이 되는 것처럼, 벽화로 굳어가는 것처럼 말라가고 있어요.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고요? 우리의 시선이 뉴스나, 자신에게만 너무 기울어져 있는 건 아닌가 해서요. 크게 대단해지거나, 기부를 하라는 건 아니에요. 여유가 넘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진짜로 배가 고픈 친구가 분명 있어요. 아쉬운 소리 하느니, 차라리 굶는 친구가 분명 있다니까요. 있을 수밖에 없는 시간이니까요. 힘들어 보이는 친구들이랑 밥 한 끼 정도는 하시라고요. 그게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고마움이 되니까요. 이렇게 대단해진 한국이 더 대단해지는 건 결코 북유럽을 능가하는 가구 소득이 아닐 거예요. 친구가 되어 주는 나라가 되야죠. 고립과 낙오를 허락하지 않는 사회여야죠. 약자가 덜 서럽고, 강자가 더 조심하는 사회가 보란 듯이 되어야죠. 다시 태어나도 내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다. 상위 20%가 아니라, 80%가 그런 목소리를 내는 나라를 보고 싶어요. 아픈 사람이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코로나 시대, 안녕하신 분들! 고맙습니다. 안녕하지 못하신 분들. 역시 고맙습니다. 견뎌 주셔서요. 미래를 보며 고민해 주셔서요. 그 고민이 가치가 될 날이 올 테니까요. 지금 쑥쑥 커가는 내성으로, 다음 어려움을 미리 준비해 주세요. 하루하루 가시밭길을 묵묵히 피를 흘려주셔서,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나의 부족함이 글로 다듬어지기를 바랍니다. 다듬어진 제가 의미 있는 메아리로 세상에 퍼지기를 바랍니다. 반갑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