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면 변하지 않는 게 이상하죠. 20년 전 자신과,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달라졌나요? 매일 살았을 뿐인데, 돌이켜 보니 엄청나게 변하지 않았나요? 20년 전 사람들과, 지금의 사람들. 뭐가 가장 달라진 것 같으세요? 제가 생각하는 20년 전과, 지금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1. 엄청나게 좋아진 피부
연예인 메이크업이라는 게 있죠. 화면발 잘 받는 특별한 화장법. 연예인은 아우라가 남다르다고요? 그거 화장발일 확률이 110%예요. 화장 지우고 나면, 그 아우라 다 사라지는 연예인 많아요. 요즘 사람들은 모두 연예인 피부더군요. 연예인들이 받는 특급 메이크업이 기본 장착된 꿀피부요. 저는 피부가 안 좋은 편이라서, 한국 가면 어떻게 보일까? 걱정부터 되더라고요. 백인이 엄격하게 말하면 흰 피부가 아니죠. 분홍색에 가깝지 않나요? 동양인 역시 노란색 피부는 아니죠. 한국 사람이 제 눈엔 가장 하얘요. 출근길 신분당선 안에는 깐 달걀이 주렁주렁이라니까요. 국뽕 다 빼고 봐도 한국인 피부가 전 세계 단연 1위예요. 2위와 압도적 격차로요. 한국 피부과의 승리인가요?
2. 깜짝 놀랄 정도로 안 늙는 사람들
오십 대 형님이 페이스 북에 '오래간만에 OO 형과 함께'. 이런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더라고요. 전 조카인 줄 알았어요. 누가 봐도 삼십 대인데 최소 오십 대 중반이라는 얘기잖아요. 사진발이라면 둘 다 똑같이 젊어졌겠죠. 제가 아는 그 형님도 동 나이 열 살은 젊어 보이는 사람인데 말이죠. 예전에 60대면 완전 할머니였는데, 이젠 아줌마죠. 신기할 정도로 나이를 안 먹어요. 동안도 한국 따라올 나라 없어요. 자매가 아니고, 엄마랑 딸이라고?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충격받는 것 중 하나가, 자매 같은 모녀죠.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을 봐도, 비교가 안 돼요. 딱히 건강에 좋을 거 없는 라면을 그렇게 먹고도 어찌 그리 동안일까요? 그런데 또 평균 수명이 이웃 나라들을 압도하지 않는 거 보면, 외모에 치우친 관리만 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전국 노래자랑을 볼 때마다 응? 자세를 고치고 다시 보게 된다니까요? 저분이 할머니야? 저분이 할아버지라고? 20년 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지금은 아줌마, 아저씨가 됐어요.
3. 두리번거리지 않는 사람들
스마트 폰 때문이겠죠. 예전에 여행을 하면서 선진국 사람들은 왜 그리 무심할까? 궁금했어요.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자기 할 일만 하더군요. 일본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요. 유럽, 북미 사람들도 대체로 그렇더군요. 피곤한 상황을 사전에 피하는 건지, 타인의 삶이 아예 무관심한 건지 모르겠지만요. 저만 열심히 두리번거리면서, 사람들을 관찰했죠. 이젠 한국 사람들도 그러더라고요. 웬만해선 고개를 잘 안 돌려요. 세련되고 까칠한 사람들이 많아졌달까요? 두려움이겠죠. 속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거나요. 제가 인도 걌을 때, 한국인들이 그렇게 여행 친구들을 찾더군요. 같이 라면 끓여먹고, 왕 게임하는 게 그렇게 행복한가 봐요. 그런 걸 보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도 같은데 말이죠. 관계가 그립지만, 관계가 두려운 복합적인 감정이 사람을 방어적으로 만드는 걸까요? 그런데 인도에선 왜 안 그러냐고요? 혼자 다니다가 죽을 것 같으니까요. 이 도시에 한국인 여행자가 몇 명 있고, 몇 명이 더 올 건지를 다 꿰차고 있더라니까요. 큰 두려움이, 작은 두려움을 제압한 거죠. 지금의 이십 대도 나이를 먹으면 지하철에서 누구와도 말을 섞을까요? 안 그럴 것 같아요. 여전히 청춘이어서 철저히 시선 관리하고, 자기 관리하는 60대가 될 것 같아요.
4. 엄청나게 싱거워진 음식들
소금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더군요. 저는 달걀 프라이에 소금을 안 넣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호기심으로 달걀에 소금 안 넣는 사람, 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 절반 넘는 사람이 소금을 아예 안 뿌리고 프라이를 하더군요. 예전부터 그랬는데 저만 몰랐던 걸까요? 저는 간이 안 된 달걀 프라이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요. 달걀에 소금을 안 뿌려도 충분히 짜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재료가 가진 천연 염분만으로도 짜게 느껴진다고요? 그 정도면 나노 혀 돌기 아닌가요? 혹시 싱겁게 먹어서 피부가 좋아진 걸까요? 국물을 많이 먹어서 염분 섭취는 여전히 또 많은 편이더군요. 어쨌든 식당 밑반찬은 삼삼한 간이 기본값이더라고요.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한국에서 2주만 있으면, 스님처럼 경건한 입맛이 돼요. 짠 음식에 기겁을 하게 되고요. 마카롱 먹으면서 아우 달아. 인상 쓰는 사람도 단위 면적당 한국인이 가장 많을 거예요. 달지 않은 마카롱은 어떤 건가요?
5. 사람들의 체취가 좋아졌어요
유전적으로 한국 사람은 체취 자체가 거의 없다면서요? 세계에서 체취가 가장 없는 한국 사람. 큰 복이죠. 그렇다고 냄새가 아예 없는 건 아니죠. 땀냄새, 입냄새, 집에서 묻혀온 음식 냄새, 담배 냄새도 무시 못하죠. 먹고살기 바쁜 때는 냄새 신경 못 썼죠. 요즘엔 섬유 유연제 안 쓰는 집 거의 없죠. 보디 클렌저, 샴푸, 보디로션을 열심히 써서 그런지 한국 지하철 냄새가 진짜 좋아요. 체취도 세대 차이가 있죠. 나이 먹고 신경 안 쓰는 사람은 확실히 체취가 강해요. LG 스타일러스가 그래서 그렇게 잘 팔리나 봐요. 몸에 체취가 가장 없는 민족인데도, LG 스타일러스가 잘 팔리는 이유가 뭘까요? 시선의 무게가 그만큼 무겁다는 거겠죠? 데오도란트 한 번 안 쓰고도 농구하고, 지하철 타는 한국인들을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모르시죠? 하긴 우리나라 식당 냄새는 그 어디와 비교해도 세긴 해요. 생마늘과 파채, 삼겹살과 소주를 콜라보로 섭취한 후에 지하철에서 트림으로 재활용할 때 작은 소용돌이가 치더군요. 제 눈엔 보이던데요? 저야 잽싸게 피하죠. 죽고 싶지 않으면 봐야죠. 도망쳐야죠.
PS 매일 글을 씁니다. 저는 날 수 없지만, 제 글은 날 수 있어요. 저보다 훨씬 가벼운 글이, 가끔은 그렇게 대견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