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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Oct 14. 2020

누군가에게는 천국, 누군가에게는 지옥, 미국이란 나라

한국인에게 미국은 참 특별하게 가깝고 먼 나라 

가족, 친척 중에 미국에 사는 사람 한둘은 다들 있지 않나요? 저는 외삼촌이 라스베이거스에 거주하세요. 어머니와 이모 둘, 그리고 이모 딸 한 명. 넷이 외삼촌 덕분에 미국 여행을 하게 됐죠. LA 한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어머니에게 말을 걸더래요. 같은 한국인이라서 반가웠나 봐요. 


-한국 사는 걸 큰 복으로 아세요. 절대로 이민 같은 거 생각하지 마세요. 미국 이민 온 게 너무 후회돼요. 


그 광경을 보는 외삼촌의 심경이 얼마나 착잡했을까요? 늘 미국이 최고라고 우리에게 주입식 교육을 하시던 분이었으니까요. 


미국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고등학생 아이를 과외한 적이 있었죠. 아버지 일 때문에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케이스죠. 이 아이가 적응을 못 하는 거예요. 다시 미국으로 보내 달라고 울고 불고,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었죠. 국어를 가르쳐야 하는데, 이 아이가 영어만 쓰는 거예요. 저도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섞어서 국어를 가르치는, 아주 해괴한 현장이었습니다. 처음엔 이 아이가 미국에서 태어난 줄 알았다니까요. 초등학교 고학년 때 간 아이가, 무슨 한국어를 까먹겠어요? 그냥 한국인인 게 싫었던 거죠. 이 아이는 공부가 급한 게 아니다. 일단은 좀 더 친해져야겠다. 그래서 하루는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어요. 신사동 사거리 극장으로 택시를 타고 가는데, 이 아이가 안절부절. 미국은 이렇게 차가 안 막힌다면서, 한국은 이런 것만 봐도 살곳이 못 된다는 거예요. 한국이란 나라가 그 아이에겐 거대한 감옥이더군요. 영화관에서 서양인을 대뜸 보더니 말을 걸어요. 아버지 뻘인데도, 헤이 맨, 헤이 듀드. 신이 났더군요. 미국은 말도 못 하게 좋은 나라인가 봐. 그땐 가보지 못한 미국이 참 궁금하더라고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친구는 정 반대 케이스였어요. 자신과 같은 인종이 주류인 한국이 큰 감동이었대요. 한국에서 취업까지 잘했는데, 입영 통지서가 날아왔어요. 군 생활까지는 마음의 준비를 못 했대요. 그래서 결국 미국으로 돌아갔어요. 너무너무 살고 싶은 한국을 포기하고요. 미국이 마치 지옥이라도 되는 양, 가기 싫다는 말만 백 번은 하더군요. 


도대체 미국은 어떤 나라일까요? 한국을 감옥처럼 느끼던 친구는 미국 사랑의 계기가 있었어요. 학교 선생님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등교 중간에 사라진 거예요. 경찰이 동원돼서 아이를 찾느라 난리가 난 거죠. 학교를 안 간 이유가 선생님 때문이라고 하자, 학교가 발칵 뒤집혔어요. 그런데 아이는 영웅이 되었더랍니다. 친구들이 용감한 히어로라고 떠받들어 줬대요. 자신의 존재감이 미국에서 훨씬 컸던 거죠. 


저도 미국 좋아해요. 뉴욕,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달 반 머문 게 전부지만요. 자연은 웅장하고, 도시의 빌딩은 화려하죠. 뉴욕과 보스턴에서 빌딩만 봐도 그리 재미나더라고요.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또 안 들더군요. 부자 나라지만, 가난도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어요. 집 없이 떠도는 홈리스가 엄청나게 많아요.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을 방치할까? 미국 정부의 입장이 궁금하더군요. 말투나 행동은 너무나 멀쩡한데, 길바닥에 종이 상자를 깔고 자요. 아침이면 동네 사람들이랑 안부를 나누고, 더러는 누군가가 커피도 사다 주고요. 멀쩡한 여자가 마트에서 도둑질을 하다 들키고, 경호원은 흔한 일이라는 듯 바구니만 놓고 가라더군요. 불법 체류자들은 기본급도 못 받고, 한 방에 우르르 모여서 먹고, 자요. 통계에서만 사라진, 엄연히 존재하고, 그 숫자도 엄청나게 많은 '가난'이 식당 주방에서 접시를 닦죠. 영어보다 스페인어가 더 자주 들리더군요. 미국은 더 이상 영어권 나라라고 할 수 없겠더군요. 


세계의 두뇌들이 모이는 나라는 여전히 미국이죠. 그만큼 기회도 많을 수밖에요. 좀 더 큰 세상에서 경쟁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미국만 한 나라는 없죠. 드넓은 자연이 주는 해방감도 누군가에게는 천국처럼 다가올 거예요. 여행자로서 저는 미국이 여전히 궁금해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시애틀의 스타벅스가 궁금해요. 뉴올리언스의 재즈가 궁금하고, 포틀랜드의 여유가 궁금해요. 시카고의 빌딩 숲과 LA의 활력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요. 그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햄버거와 피자를 배 터지게 먹는 그 날을 기다립니다. 샌프란시스코 슈퍼두퍼 버거는 정말 최고였으니까요. 누군가에게는 천국, 누군가에게는 지옥. 미국만 그렇겠어요?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이야기하면 너무 꼰대려나요? 자기에게 맞는 곳은 따로 있다. 이거 어때요? 평생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사는 거죠. 그런 곳이 어딘가에는 꼭 있다. 큰 위로가 되지 않나요? 지금 머무는 곳이 최고인가요? 이미 이루셨네요. 한턱 쏘세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을 쓰면서 저 역시 많은 걸 배워요. 제 글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글이 아닌, 생각하게 하는 글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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