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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Oct 13. 2020

살면서 만났던 참 못된 인간들

사람이 악한 걸까요? 권력이 악한 걸까요? 

전교 1등을 하던 아이였어요. 같은 반이었던 적은 없었고, 친구의 친구인 이유로 같이 10분 정도를 걸었던 게 전부예요. 성적 이야기, 입시 이야기를 잠깐 했어요. 제가 서울대 교육학과 커트라인이 작년에 몇 점이었다더라라고 말을 꺼냈어요. 


-누가 그래? 알고 씨부려. 이 븅신아. 


깜짝 놀랐어요. 작년 배치표를 보고 이야기한 거고, 기억이 잘못됐을 수도 있죠. 화부터 내는 이유가 궁금하더라고요. 우린 완전 초면이었거든요. 그런데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더군요. 못 됐다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순간이기는 한데 워낙 인상이 강렬했나 봐요. 사법 고시를 패스해서 법조계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사람은 노예근성이 있어서 제대로 갈궈야 한다던 서양 친구 놈 역시 명문대를 나왔어요. 외교관 집안이었죠. 그 아이와 판박이인데 인종만 다른 한국 놈도 집안이 어마어마했어요. 위의 셋은 모두 분노 조절 장애가 있더군요. 기본적으로 화가 많아요. 


-아메리카노 그란데, 뜨거운 걸로, 필요 없어. 

-현금 영수증은요?

-내가 뭐라고 했어? 현금 영수증 필요 없다고 했잖아. 


이건 스타벅스 가로수길에서 직접 목격한 장면이에요. 암호처럼 이야기하고, 재빨리 알아듣지 못한다고 화를 내더군요. 드라마 속 싸가지 재벌 2세를, 셀프로 찍고 있더라고요. BMW를 타고 사라지는 걸 보니, 꽤 사는 사람이겠죠. 잘 살고, 가방끈이 길면 인간성이 더럽구나. 이런 얘기를 하는 거냐고요? 아뇨. 악마인가? 사람인가? 경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군대에서 봤으니까요. 가방끈이 길지도 않았고, 변변하게 내세울 것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계급이라는 절대 반지를 선사받죠. 그걸 가진 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릴 수 있어요.


부대 앞 개울이 홍수로 무너져서 돌다리를 놓는 작업이었어요. 주구장천 큰 돌만 옮기는 일이었어요. 이등병이나 일병은 작은 돌을 들고 가면 빠졌다고 욕을 먹어요. 누가 봐도 큰 돌을 들고 가야 해요. 몇 개만 나르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죠. 담당하던 중사가 중간에 와서 겨우 이것밖에 못해 놨냐고 민간인들도 다 보는데서 대가리를 박으래요. 조금 있다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고 또 대가리를 박으래요. 대가리를 박고 선착순을 시켜요. 땅바닥에 머리를 박은채 질질 끌고 중사 주위를 돌고 오는 거죠. 머리를 박고 얼마나 움직일 수가 있겠어요? 코미디가 따로 없죠. 조금씩 가다가 픽픽 쓰러지는 식이죠. 그런 얼차려를 받고 나면 입도 뻥긋 못하고, 사색이 돼서는 돌만 날라야 해요.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생각해요. 


인간은 누구나 귀신처럼 자신의 권력을 알아요. 그 권력을 쓰는 거죠. 군대에 악마가 많은 이유요? 다른 곳에선 누릴 수 없는 권력을 부여받았거든요. 군인 신분이 아니면 절대 쓸 수 없는 절대 반지. 공부를 잘하는 애가 싹퉁머리가 없는 게 아니라, 공부 잘하는 애들은 그래도 된다. 세상이 절대 반지를 주고, 알아서 굽신거린 거죠. 그러니까 세상의 악마들은, 우리가 만드는 거예요. 우리가 어느 집단을 쉽게 비난할 수 없는 이유죠. 가방끈 긴 집단이 실망스럽지만, 내 아이도 그 집단에 들어가기를 바라잖아요. 그 집단에서 내 아이만은 안 그러겠지. 그런 말도 안 되는 기대를 담아서요. 


-그래서는 안 된다. 


분명한 선을 그어 주는 것. 누구라도 선을 넘지 않아야, 억울한 사람이 없죠. 상처 받는 사람이 줄죠. 폭력의 세상이 문명의 세상으로 진화하죠. 이제 교육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가르쳐야 해요. 선을 넘는 자들 역시 결국엔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게 돼요. 공감하지 못하고, 권력에 취해 더더 사악해지기만 할 뿐이니까요. 모두를 위해 이제 '선'을 넘지 않는 지혜를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세상은 어 좋아지고 있나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더 좋아지는 세상에 작은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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