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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Oct 16. 2020

나를 미워했던 사람들에게

누구나 다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샌프란시스코 트윈 픽스에서 

-미안하다. 내가 너 많이 미워했다. 

-그런 이야기를 이제 와서 왜 하시는 거예요. 엉엉엉. 


제 앞에서 어머니와 고모할머니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우시더라고요. 어머니도 할머니 소리 듣는 마당에, 아이처럼 목 놓고 우시더라고요. 어머니는 미운털의 삶이었죠. 가난한 친정 총대 매고 시집와서, 할머니, 큰어머니, 시댁 식구들의 구박이란 구박은 다 받아내야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어머니를 미워했던 분들이 도를 넘었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각자의 입장이 다 있었으니까요. 어머니는 그렇게 구박을 받으셨어도, 담아두지를 않으시더라고요. 되려 제 인간관계를 못 마땅해하셨어요. 한참 뜸한 친구들 안부를 묻다가, 요즘 잘 안 만난다고 하면. 


-사람 그렇게 쉽게 내치는 거 아니다. 이거 저거 따지면 남는 사람 없다.  


저는 딱 아버지 과예요. 틀어지면 회복이 잘 안 돼요. 아버지는 친한 친구들이 90% 이상 등을 돌렸어요. 누가 문제인지는 제가 정확히 모르죠. 아버지가 싸움닭이란 건 확실히 알아요. 저는 아버지처럼 공격적인 사람은 또 아니에요. 어릴 때는 추잡하게 애들 거 한입만 구걸하다가, 동네 아주머니들의 표적이 됐어요. 


-저런 아이랑 놀지 마. 


거지 근성은 있었으나, 조숙하기도 해서 다 상처로 남았죠. 직장에서 저를 험담했던 이야기도 결국엔 다 알게 되더군요. 


-민우 씨, 이건 말해도 될까 모르겠네. 


이런 식으로 알려줘요. 인상이 별로다. 믿지 마라. 나댄다. 재수 없다. 이런 이야기들이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평정을 유지할 수가 있겠어요? 겉으로야 평온하지만, 사적인 말은 섞지 않죠. 누가 저를 험담했다는 얘기는 안 듣느니만 못 해요. 2차 가해죠. 모르고 지내는 편이 낫죠. 정확해진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건 없으니까요. 저라고 누구 험담 안 했겠어요? 도찐개찐이죠. 내가 더 나아 보이려면, 정상적인 인간이 되려면, 주변을 깎아내려야 하니까요. 상대방을 제압해야 하니까요. 한 명이라도 더 내편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나를 미워했던 여러분


잘 지내시나요? 저도 똑같이 미워했어요. 저는 어머니처럼 너그러운 사람이 못 되니까요. 미움받는 순간, 발톱을 드러내요. 사실 그 발톱은 아무 힘이 없어요. 그거라도 드러내야, 죽지라도 않을 것 같았어요. 벼랑 끝으로 떠밀린 느낌이었거든요. 세상에 다시 발을 들여놓으면 안 될 것 같은 두려움 아시나요? 그래서 저도 철저하게 당신을 무시하고, 당신의 의견에 한쪽 입꼬리만 올렸어죠. 네, 정확히 보셨어요. 비웃은 거 맞아요. 네 주제에 감히 나를? 그런 연기라도 해야죠. 받은 만큼 돌려줘야죠. 왜 당하기만 하나요? 저는 어머니처럼은 못 살아요. 하지만 아버지처럼 꼿꼿한 삶이 외롭다는 것도 알아요. 아버지처럼 살지만,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아요. 


미움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요? 일이 걸리고, 돈이 걸린 일들이었죠. 사적으로 만났다면, 그렇게까지 민낯을 드러낼 일도 없었겠죠. 미워할 수밖에 없어서, 미워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 미움을 미워하도록 해요. 사실 글로 써야겠다고 생각하니까, 떠오른 것뿐이에요. 늘 당신을 담고 살지는 않아요. 오랫동안 보지 않으니, 감정도 다 밍밍해지네요. 그렇다고 다시 볼 용기까지는 안 생겨요. 그때 왜 그러셨어요? 묻는 것 자체가 두려워요. 그럴만했으니까 그랬지. 그 말은 날카롭게 저를 찌를 테니까요. 그러니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옅어지면서, 잊히는 존재가 되자고요. 어차피 모든 사람이 친구일 수 없어요. 모든 사람과 다 풀고 죽을 수도 없어요. 맹렬한 증오는 다 누그러뜨리고,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제 기억 속에서 헤어지도록 해요. 살펴 가세요. 저를 미워하지 않도고, 행복한 삶이기를 바랍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공감의 글쓰기, 치유의 글쓰기이고 싶어요. 짧은 위로면 족해요. 잠시 담아두고, 바로 잊으셔도 돼요. 그런 글이면 족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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