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복통 - 구급차를 불러야 하나?

지옥의 하루, 결국 살았다

by 박민우


배탈이 났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설사와 구토가 교대로 네 번씩. 아랫배를 쥐어뜯는 고통이 찾아왔다. 겨우 숨을 돌리면 십 분 후가 걱정됐다. 정확히 십분 후, 복통이 더 격렬해졌다. 쭈그리고 앉았다. 제발, 살살. 기절을 하고 싶었다. 기절을 하면 잠이 드는 거니까. 맨 정신으로는 못 버틴다. 이 고통은 실재하는 것인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고통이다. 처음 맛보는 고통이다.


전날 나는 통영에서 온 가리비를 먹었다. 통영에서 주문한 굴을 먹었다. 가리비는 익혀 먹었다. 굴은 날것을 먹었다. 가리비는 입에서 녹았다. 지금까지 가리비와는 맛 자체가 달랐다. 통영 RCE 식구들이 보내준 것이다. 굴은 한 겨울 음식이다. 4월의 굴, 의심스럽다. 어머니, 아버지는 멀쩡하다. 먹은 음식보다는 나에게서 문제를 찾자.


며칠 전엔 치통으로 잠을 설쳤다. 잇몸이 패인 건 줄 알았다. 이가 썩어 있었다. 잇몸에만 신경 썼다. 패인 잇몸을 땜질하는 처방을 기대했다. 사랑니를 뽑고, 그 옆 치아를 긁어냈다. 내가 보는 세상은, 나의 해석. 나의 해석은 대부분 틀리다. 그날 진통제를 먹지 않았다. 처방전을 들고 아무리 찾아다녀도 약이 없었다. 치과 바로 밑 약국에서만 약을 사야 하는 거였다. 처방전 없이 피가 철철 나는 잇몸으로 잤다. 살도 너덜너덜 뜯어져 있었다. 다음날 서울에서 저녁 약속이 있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고기리에서 잤다. 오랫동안 비워둔 방이어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피로감이, 긴장감이 빵 터진 것이다. 나의 해석이다. 이 해석도 틀릴 것이다. 인천 석남 도서관에서 강연이 있다. 오후 두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두 시간 반 걸린다. 버스를 타고, 또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고 가야 한다.


카카오 택시를 부른다.


경기도 광주 태전동에서 인천 석남동까지. 예상 요금 81,000원. 망설이는 자는, 여유로운 자. 그런 택시가 있어서 그저 감사하다. 열 두시에 도착한다. 두 시간 남았다. 사우나에서 씻는다. 안 그래도 말랐단 소리만 지겹게 듣는데, 오늘은 입으로, 아래로 다 쏟아냈다.


그래도 괜찮다.


어쨌든 석남동이다. 응급실에 실려가지도 않았다. 감사하다. 극단적인 고통은 감사의 시간인가? 나는 내 몰골이 딱히 신경 쓰이지 않는다. 어머니가 싸주신 매실차를 마신다. 아랫배가 꾸릉, 통증이 온다. 아침보다는 그래도 견딜만하다. 계속 더 견딜 만 해질 거야.


여행자의 이야기


자, 강연 시작. 늘 애매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를 다녀와서 하는 이야기가 약간은 잡담 같다. 두 시간, 나는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두 시간이 빨리 지나기만을 바란다.


- 오늘은요. 정말 기적이에요. 저는 올 수 없었어요. 응급실에 실려가야 했죠. 실려가지 않았어요. 여기에 왔어요. 우연일까요? 아뇨. 우린 어떻게든 만나야만 했어요.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날이에요. 여행작가가 되고, 해외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할 수도 있어요. 저를 만나기만 했는데요.


아프면 내 혀는 더 발랄해진다. 혀가 알아서 놀도록 놔둔다. 오늘따라 세치 혀가 기특하다. 자, 어차피 두 시간이다. 이왕이면 채우자. 꽉 채우자. 몸이 바닥을 칠 때, 바닥에서 튕겨져 나오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 순간은 빛이기도 하고, 오기 같은 것이기도 하다. 아프다는 이유로 두 시간을 허비하면, 두고두고 후회다. 그 어느 때보다도 멋진 시간이어야 한다. 꽉 찬 시간이어야 한다. 나는 등을 펴고 활짝 웃는다. 내가 모르는 내가 마이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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