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맛있는 게 방치되어 있으면 당신은 바보
비행기표를 언제 끊어야 할까? 코카서스 말이다. 조지아로 가는 비행기표를 이젠 끊어야 한다. 인쇄소로 방콕 맛집 책 원고가 넘어가는 날이, 비행기표를 끊는 날이다. 그냥 끊을까? 정말 지독한 복통이었어. 하루가 지났다고 라면을 끓여먹었다. 어머니의 호박죽만 먹다가, 치명적인 인공맛에 손이 갔다. 집엔 삼양라면뿐이었지만, 비비고 만두 다섯 개를 넣었다. 복통으로 시달렸으니, 천천히, 어루만지듯 먹어야지. 허겁지겁, 감정적 폭식을 했다. 그것도 라면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는 커피 관장을 했다.
했다고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쓴다. 좋다는 말을 할까? 말까? 나에겐 좋았다. 침침한 눈이 밝아졌다. 내장기관을 씻어주는 느낌이다. 장염으로 끓던 속도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았다. 커피 관장으로 검색해 보면 된다. 관련된 서적도 많다. 굳이 말하는 건, 좋아져서다. 좋았던 게 비밀이 되면 불편하니까. 반박과 부작용도 읽어보길 권한다. 물의 온도는 신경 써야 한다. 너무 뜨거우면 안 된다. 당연한 거지만.
머릿속엔 방콕 맛집 책이 아른아른. 제발, 빨리 좀 인쇄소로 넘어가렴. 이 책은 대박 책이 될 것이다. 확신보다는, 확신이 성공을 만든다는 많은 이들의 간증 때문에 확신하기로 한다. 백만 부가 팔릴 것이다. 많이 팔리는 책은 좋은 책인가? 결단코 아니다. 사람들은 글을 읽지 않는다. 정독하는 사람은 구입하는 사람의 십 분의 일, 백분의 일이다. 책은 들고 다닌다. 제목과 머리말만 읽는다. 꼭 읽을 거란 감정을 사랑한다. 읽고 싶을 때 손에 닿아야 한다. 그 정도의 만족감으로 산다. 그런 책들이 무덤처럼 꽂혀 있다. 책은 많이 읽혀야 한다. 많이 읽힌 책이면 된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다가가면 족하다. 방콕 여행이 열 배는 근사해질 테지. 십만 원, 이십만 원 가치의 책이다. 아, 정말 백만 부가 팔리면 어쩌지? 코카서스 3국에서 이탈리아 아말피 해변으로 곧장 넘어가서, 별 다섯 개 호텔에서 한 달을 머무르는 거지. 별 다섯은 너무했고, 별 세 개. 아니, 에어 비엔비. 박민우 네가 이따위 싸구려라 백만 부 작가가 못 되는 거야. 아니, 당신들 아말피 에어비엔비가 만만해? 그래도 한 달 백만 원 이상 들어요(그 돈도 안 쓰려고 했으니, 큰 놈이 못 되는 거라고요. 멍청한 박민우 씨)
머릿속엔 또 별 다섯 커피가 들어가 있다. 커피 그라인더. 커피콩을 가는 물건. 정말 불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갈아진 커피를 마시면 된다. 유난 떠는 사람들의 장난감이지. 이제 그라인더는 내 삶의 흥분이다. 이걸 배낭 여행자가 가지고 가면 말도 안 되는 거. 맛을 알아버렸다. 잘 볶인 커피콩 두 숟가락을 담고는 지이잉 간다. 지이잉, 갈리는 소리가 좋다. 그라인더 뚜껑을 연다. 뚜껑에서 훅 퍼지는 향은, 천국의 캐러멜이다. 우주의 진동이다. 커피 그라인더와 별 다섯 커피 중 케냐 커피 2 봉지, 도미니카 공화국 커피 한 봉지, 콜롬비아 커피 한 봉지. 총 네 봉지 정도는 쟁여가야 한다. 미친 짓이다. 하, 지금의 이 감정 상태면 100% 가져간다. 그라인더 뚜껑을 열었을 때 20초. 그 20초가 거대한 커피 구름이 되어 주위를 감싼다. 세상의 20초가 달라진다. 어, 이거 괜찮은 카피인데? 써먹어야지. 별 다섯 커피가 지구 끝까지 알려지면 임 대표, 장 대표, 김이사가 기뻐할 테고, 그걸 맡아본 사람들이 기뻐하겠지. 맡아본 사람들이 훨씬 더 기뻐할 것 같다.
복통이었던 어제와, 조금 진정된 지금. 감정 상태가 다르다. 복통이었을 때 미운 사람들을 주로 떠올렸다. 나와 언쟁하는 상상을 하고, 내가 이기는 상상을 했다. 몸이 가벼워지자, 우스워졌다. 모두 하찮아져서 우스운 게 아니라, 집중하는 사람만 손해라 우스웠다. 당신은 누군가를 미워한다. 도통 잠이 안 온다. 그 사람은 잘 자고, 일어나자마자 유튜브를 틀고, 어제 남긴 치킨을 먹는다. 당신의 미움은 닿지도 못한다. 아니, 그 미움은, 당신에게만 머문다. 그 인간의 감정적 비중은 엄청나게 뻔뻔하다. 그러니까, 손해보지 말기. 우리도 유튜브 음악 틀고, 식은 양념통닭을 맛있게 먹어야 한다. 이기는 건, 눈 앞의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여먹는 것. 지금 냉장고에 있는 가장 맛있는 냉동식품을 흠없이 데워먹는 것이다.
이기는 것도, 지는 것도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