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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Oct 18. 2020

코로나 시대에 호황을 누리는 사람들

절망의 시간을 이겨낸 호텔 

boutique raft resort river kwai 

-원래는 4천 밧인데 3,300밧만 내세요. 


농담하는 줄 알았어요. 15만 원 방을 12만 원에 줄 테니 고마운 줄 알아라. 이 호텔 주인 뭐 믿고 이렇게 뻔뻔할까요? 제가 외국인이라 이거죠? 누굴 호구로 아네요. 비 철철 오는 우기에 태국에서 방 한 칸이 12만 원이래요. 여기까지 온 거 억울해서 깎아달라고 했어요. 500밧만 깎아 주면 자겠다고 했죠. 씨알도 안 먹히더군요. 원래 태국이 잘 안 깎아주기는 해요. 어쩌겠어요? 방콕에서 세 시간 반이나 걸려서 왔는데요. 울며 겨자 먹기로 12만 원에 자기로 해요. 요즘 제 낙이 호텔 검색이에요. 코로나로 초토화된 관광 업계가 살아남으려고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방을 내놔요. 얼마 전에는 방콕 메리어트 호텔이 3만 원대에 방을 내놨더라고요. 제가 왜 부아가 치미는 줄 아시겠죠? 이 시국에 이런 배짱 장사는 사기꾼인 거죠? 


여기는 칸차나부리 콰이강이에요. 네, 전쟁 영화의 걸작 '콰이강의 다리'의 그 콰이강이요. 뗏목 방갈로인데, 분위기야 죽여주죠. 무성한 열대의 나무들과 캐러멜 색으로 흐르는 급류를 넋 놓고 볼 수 있어요. 좋은 건, 좋은 거고 바가지는 바가지죠. 분한 마음에 호텔 가격을 아고다로 검색해 봐요. 뭐죠? 다음 주에는 빈방이 없어요. 그리고 정말 4천 밧, 아니 4천 밧이 넘던데요? 주변에 비슷한 숙소가 없는 것도 아니고, 외국인 여행자는 입국도 안 되는데 방이 없다고요? 내국인만으로도 이렇게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요?


우선 태국의 구매력에 놀라요. 1인당 국민 소득이 7천 달러 대예요. 우리는 3만 달러 대니까, 네 배 이상 높아요. 우리한테 15만 원이면, 태국 사람들에겐 최소 3,40만 원 이상 한다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빈방이 없어요. 태국 대졸 초임 월급이 대략 70만 원 대거든요. 그런데도 이런 호텔이 빈방이 없다는 게 믿기세요? 치앙마이 쪽에 가면 하루 60만 원 하는 호텔도 있어요. 일본식 온천 호텔인데, 후기를 보면 평도 좋더라고요. 그 큰돈을 내면서 당연히 좋아야죠. 본전 생각 안 날 정도로 좋다는 게 놀랍더라고요. 어디서 그렇게 돈이 나오는 걸까요?

제가 묵는 숙소는 방값은 비싼데, 밥값은 또 저렴하더군요. 호텔에 딸린 식당이 웬만한 맛집보다 솜씨가 좋아요. 그런데 그냥 동네 밥값이더라고요. 외진 곳에서 음식 값 비싸잖아요. 우리나라 계곡 토종닭 백숙 기본이 6만 원인 건 다들 아시죠? 닭볶음탕도 5만 원 정도 하죠. 모든 직원들이 잘 웃고, 인사도 잘해요. 태국 사람들이 순하고, 친절한 건 맞는데 모든 호텔이 다 살갑지는 않아요. 수줍어서 그런 것도 있는데, 언뜻 무뚝뚝한 호텔도 많아요. 손님 응대 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 같더군요. 이 숙소가 문을 연지 십 년이 됐대요. 단골들의 재방문율이 불황을 이겨내는 힘이 된 거죠. 


저 역시 하루를 묵고 나니 또 오고 싶어져요. 만족감의 가치야 제각각이겠지만, 자연의 가치에는 다들 후하죠.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은 보기 드문 쾌락이죠. 한 푼이라도 깎아 보려던 어제의 저는 없어요. 코로나로 휴식의 가치는 더욱 올라갔어요. 우리가 누렸던 여가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모두 알게 됐죠. 그걸 줄 수 있는 곳이 코로나 시대에 빛을 발하고 있어요. 정신적 만족감에 얼마든지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어요. 그들에게 최고의 하루를 선물해 줄 수 있다면, 코로나 불황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거죠. 희망을 보기 쉽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절망으로 향하는 건 아니에요. 인간은 늘 필요한 게 있기 마련이고, 그걸 눈치채는 사람들이 부를 차지해요. 돈을  쓰는 사람도 행복하고, 버는 사람도 행복한 일도 있어요. 자연 속에서 최고의 하루를 선물해 주는 일은 앞으로 더욱 번창할 것 같아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누군가에게는 휴식을,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누군가에게는 재미를 주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만 더 웃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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