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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1988이 5년 전 드라마라고? 미친속도, 시간

1년, 1년이 석 달 같지 않나요?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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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요즘 드라마 아니었어요?


박보검, 혜리, 류준열, 라미란이 그 드라마 때문에 떴잖아요. 이젠 다들 주연급이네요. CF까지 휩쓸면서 돈방석에 앉은 그 드라마 맞죠? 그게 5년 전 일이라고요? 왜 저는 1년 전 같죠? 혜리나, 박보검이나 여전히 신인 아닌가요? 이제는 중견 연기자인 거예요? 5년 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저스틴 비버가 데뷔한 지 십 년이 넘었어요?


꼬꼬마 아기 아닌가요? 아니, 아니. 그 아기가 벌서 이십 대 중반을 넘었어요? 변성기도 안 지난 목소리로 누나팬들을 사로잡던 그 아이가요? 하나도 안 어울리는 문신으로 어른 흉내 내던 그 소년이요? 이제 서른도 멀지 않았다고요? 저스틴으로 검색하면 저스틴 팀버레이크보다 저스틴 비버가 먼저 뜰 때 느꼈던 씁쓸함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강남 스타일이 9년 전 노래라고요?


이런 세월 날강도 같은 놈들. '강남 스타일'이 엊그제 나왔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래도 9년이나 됐다고요? 거의 십 년이 다 된 노래예요? 어디서나 추던 그 바보 같은 춤이 9년 전 일이라고요? 이제 관광버스 주 소비층이, 강남스타일 완창 가능해진 건가요? 싸이는 제대로 원로 가수인 거죠? 요즘 아이들에겐 나훈아처럼 어르신인 거죠?


아바타 2가 아직도 안 나왔다고요?


아바타가 언제 나온 영화인지 똑 부러지게 맞추실 수 있는 분? 에이, 검색하지 마시고요. 2009년에 개봉했네요. 십 년이 넘었어요. 다들 설마설마하셨죠? 아무리 완벽주의 제임스 카메론이라고 해도 후속작이 십 년 넘게 걸릴 거라고는 생각 못했죠? 최근에 또 개봉이 연기됐더군요. '타이타닉'을 검색했더니 20년이 넘었네요. 요즘 아이들에게 디카프리오는 할아버지 느낌까지 나겠는데요? 그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몇 살이란 거죠? 54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67세네요. 그렇게까지 할아버지는 또 아니네요. 젊을 때부터 이 양반은 명작 제조기였던 거네요. 대신 영화 한 편을 오래 오오래 만들기는 하네요.


불닭볶음면이 아홉 살이라고요?


이건 진짜 인정 못 해요. 무슨 불닭 볶음면이 9년 전에 나와요? 최근에 반짝 뜬 라면이잖아요. 요즘 어린아이들은 그럼 태어날 때부터 불닭 볶음면이 있었다는 거예요? 해괴한 매운 라면이 꾸준히 팔리는 국민 라면이 되는 동안 저는 뭘 한 걸까요? 참깨라면이 몇 살인 줄 아세요? 여러분 기절하시만 안 돼요. 94년생이네요. 저스틴 비버랑 동갑이에요. 늘 먹으면서 참신하다고 생각했던 제가 이상한 거죠? 이런 신제품이 계속 냐와줘야 해. 할아버지 라면에게 이렇게나 무례했었군요. 제가!


유튜브 채널 영국 남자가 2013년에 시작했다고요?


전 세계에 불닭 볶음면을 알린 영국 남자는 언제 시작했을까요? 2013년이라고요? 길어야 5년이라고 생각했는데, 7년 전이네요? 조쉬가 우리나라 나이로 스물다섯 살 때 시작했었군요. 친구들한테 불닭볶음면 먹이고, 자기가 더 자지러지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7년 사이 해맑은 동네 총각이 할리우드 스타들은 모조리 인터뷰하는 인터뷰어가 됐네요. 이번에 불미스러운 일로 잠시 떠나긴 했지만, 상대방의 긴장감을 풀어주면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은 동시대 누구와 비교해도 최고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한국 문화 전도사로서만 부각되는 게 아까울 정도로 능력자라고 생각합니다.


CGV 극장이 20년도 더 된 극장이라고요?


기가 막히네요. 최신식 멀티플렉스 극장이 20년 전에, 아니 정확히 21년 전에 문을 열었다고요? 1호점이 강변 CGV 맞죠? 서울에서 유행 좀 아는 멋쟁이들이라면 일부러라도 한 번씩은 가 봤던 그 극장이 이제는 재건축 대상인 '늙은 극장'이 됐다는 거네요(어련히 알아서 리뉴얼 했겠지만)? 국도, 대한, 피카디리 극장 등을 한 물 가게 해놓고서, 이젠 자기네들도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는군요.


시간이 빠른 거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무섭도록 빠르네요. 남은 시간을 살뜰히 써야겠어요. 위로가 되는 건,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도 이 무시무시한 속도에 휩쓸려간다는 거겠죠. 그러니까 조금은 등에 진 무게를 가볍게 여기면서 살아도 될 것 같아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시간은 공평하게 같은 속도로 흐르고, 저는 그 시간 속에서 글을 쓰는 삶을 택했어요. 제가 채우는 시간이 지구라는 푸른 별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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