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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석한 요즘 친구들

외롭고, 불안하고, 가난하고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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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쉽게 들지 않는 밤, ASMR아 도와줘


이게 뭐라고 이렇게 유튜브 조회수가 많이 나와? 갸우뚱할 때가 많아요. 속삭이는 콘텐츠 ASMR이 대표적이죠. ASMR이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저도 몰라요. 찾아봤어요.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저는 해석조차 안 되네요.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래요. 뇌를 자극해서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이랍니다. 바람 소리, 연필로 사각사각 글씨 쓰는 소리, 빗소리 등이 대표적이라네요. 다양한 시도는 아름답죠. 폭발적인 조회수는 여전히 의아해요. 그 많은 사람들이 속삭이는 소리에 열광하는 게 이해가 안 가서요. 잠잘 때 틀어놓고 잔다고 해요. 듣지만, 듣지 않는 행위를 동시에 하는 거죠. 불면증에 뒤척이는 사람, 정적이 불안한 사람이 귓속말 같은 소리에 안심하는 거죠. 밤이 불안한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그 폭발적인 조회수에 요즘 친구들의 불안이 보여요.


원룸 살이, 팍팍하지만 행복하기도 함


2평, 3평 인테리어 조회수가 엄청나더군요. 자취하는 친구들에게 꿀 정보니까요. 원룸의 일상을 소소하게 보여주는 영상도 조회수 폭발이에요. 젊을 때 하숙이나 원룸 생활이야 우리 때도 했죠. 지금 친구들이 원룸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와 완전히 다르죠. 우리 때야 원룸이 정류장이었지만, 지금은 평생 살 지도 모르는 주거 형태니까요. 평균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평균의 월급으로 내 집 장만은 사실 허상이니까요. 작은 공간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정보는 소중하기만 하죠. 굶어 죽지나 말자.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세대를 지나, 공간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세대가 등장했어요. 그런데 그 세대는 더 가난해요. 학자금 대출부터 시작해서 빚쟁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죠. 안목은 높아지고, 생활은 더 궁핍한 최초의 세대. 그들이 좁은 방을 꾸미는데 열광하고 있어요. 우리 때보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방청소도 훨씬 잘하는 것 같아요.


나는 너만 있으면 돼, 애완동물 전성시대


개고기를 가장 즐겨 먹던 민족이었으니까요. 어릴 때 동네에서 개 잡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어요. 쌀포대에 개를 산 채로 집어넣고, 야구 방망이로 두들겨 패서 잡았죠. 그래야 고기가 연해진다고요. 교미를 하는 개에게 뜨거운 물 붓기, 자기 집 개 발로 뻥뻥 걷어 차기, 기르던 개 잡아먹기 등의 가혹 행위가 흔했어요. 그런 걸 보고 자란 저에게, 지금의 애완동물 사랑은 천지개벽급이에요. 그때는 개든, 고양이든 분명 사람 밑이었거든요. 지금은 청담동 동물 병원이 웬만한 병원보다 훨씬 많이 번다더군요. 강아지 아프면 수백 만원 깨지는 건 기본이고요. 사람이 다치는 것보다, 개가 당한 사고에 분노하고, 동정하는 청춘들이 더 많아졌어요. 동물이 아니라 친구가 된 거죠. 인간관계는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하지만 동물과는 그런 스트레스가 없죠. 배신도 없고요. 그래서 마음껏 사랑을 퍼줘도 돼요. 외롭고 싶지는 않지만, 스트레스도 싫은 청춘들에게 애완동물은 소중한 대안인 거죠. 물에 빠진 모르는 사람을 구할래? 내 강아지를 구할래? 요즘 친구들은 열의 여덟은 강아지를 택할 거예요. 열의 아홉일 수도 있어요.


우리는 시대의 피해자, 가해자인 어른이 미워요


점점 멀어지는 내 집 마련, 줄어드는 일자리, 싸움만 하는 정치인. 어른들의 잘못으로 지옥 같은 삶이 됐다고 생각해요. 아르바이트 임금이 연체됐거나, 시간 외 업무를 시켰을 경우 댓글을 보면 장난이 아니에요. 악덕 고용인은 처단해야 할 적폐고, 기성세대는 대체로 악덕 고용인이다. 이런 공식이 있더군요. 기성세대는 꿀 빨 거 다 빨고, 자꾸 젊은 층에게 양보하래요. 룰을 잘 지키래요. 갑질에 경기를 일으키는 세대죠. 그럴 수밖에요. 학생이나 신입 사원이 갑의 위치에 있을 수나 있었겠어요? 그래서 대동단결 거대한 '을의 연대'가 되어 세상을 바라봐요. 직간접적으로 많은 피해를 받다 보니, 그런 피해에 발끈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라도 자신의 몫을 지키겠다는 거죠.


환경, 공정, 준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분리수거, 음주 운전, 세금 탈루 등에 대해 더 염격하더라고요. 우리 때 음주 운전이 이 정도로 비난받지 않았어요. 다음에 안 하면 되지. 많이 봐주는 문화였죠. 세금도 딱히 와 닿지 않는 나라일이라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마음이 컸어요. 환경 문제 역시 먹고사는 문제에 밀려, 이상적 담론에 가까웠어요. 지금 친구들은 보다 철저하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요. 공존을 위한 상식을 제대로 갖추게 된 거죠. 그 덕에 음주 운전 사망자가 줄고, 몰래 세금을 빼돌리려는 사람들도 줄었어요. 반면에 포토샵으로 전혀 다른 얼굴을 올리는 거는 관대하더군요.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 재미고, 치장이니까요. 공익을 해치는 일까지는 아니니까요. 톡 까놓고 말해서 자기도 하니까요. 팔다리 늘리고, 얼굴 줄여서 모델도 하고, 돈도 벌지만 그건 존중해 주더라고요. 정직, 공정의 잣대는 내가 비난할 위치인가? 아닌가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그건 딱히 지금의 문제인 것만은 아니지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우린 많이 아파요. 아픈 사람들이 쓰고, 아픈 사람들이 읽죠. 나만 아픈 건 아닐까? 그런 외로움에게, 저의 글이 닿기를 원합니다. 아픔이, 아픔에게 다가가 같이 아파하는 연대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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