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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간헐적 단식을 포기한 이유

자기 몸에 맞는 건 따로 있나 봐요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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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귀 얇아요. TV에 나온 건강 정보는 다 믿어요. 대신 오래는 못해요. 플라세보 효과라고 하죠? 믿는 만큼 좋아진다. 그 '믿음'이 빨리 동나요. 처음 그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느낌'이 아닌 거예요. 흐지부지 관두게 돼요. 오일 풀링을 꽤 오래 했어요. 최소 3년은 했을 걸요? 아침 공복에 올리브 오일이나 코코넛 오일을 입에 십 분 정도 물고 있는 거요. 오일풀링도 효과 봤다는 사람들에게는 만병통치약이죠. 구취제거는 기본이고, 잇몸병, 피부질환, 비염, 독감 예방까지. 이렇게 신통방통한 것도 없어요. 우연인지 모르겠는데, 오일 풀링을 하다가 올리브 오일을 깜빡하고 여행을 갔어요. 며칠 오일 풀링을 안 했더니, 음식을 씹는데 너무 아픈 거예요. 며칠 식은땀 흘리다가 치과 갔죠. 엄청 썩었더라고요. 갈고, 뭐 채워 넣고 하더군요. 오일 풀링이 적어도 썩은 이가 악화되는 걸 막아준 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은 해요. 그런데 왜 그만뒀냐고요? 압착 올리브 오일 비싸니까요. 치과에서 한 방에 해결해 주니까,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지름길은 치과인 건가? 오일풀링이고 뭐고, 치과느님이 최고시다. 그때 현대 의학에 많이 감사하게 됐거든요.


간헐적 단식도 처음 했을 때는 신세계였어요. 16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거라서, 크게 어렵지도 않더라고요. 아침을 굶었어요. 저녁엔 허기지면 잠이 안 와서요. 와. 죽었던 내장들이 일제히 살아나는 거예요. 제가 소화가 잘 안 돼요. 급하게 먹는 것도 있고, 입에 맞는다 싶으면 폭식도 하고요. 과부하가 걸렸는지, 위가 잘 안 움직여요. 위하수라고 하죠. 평소에도 소화가 안 되니까 자주 명치 쪽을 문질러요. 명치 쪽이 까매졌다니까요. 그런데 16시간을 굶었더니, 내장이 각성하듯이 움직이는 거예요. 위가 꾸르릉 꾸르릉 세상 잡아먹을 것처럼 활성화되더군요. 이거다. 평생 간헐적 단식을 해야겠다. 16시간만 굶는다면 마음껏 먹어도 된다대요. 이것 또한 큰 축복이죠. 아무거나 먹고, 배가 찢어지게 먹었어요. 그래도 얼마든지 소화해낼 수 있다. 간헐적 단식은 종교고, 구원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또 소화가 안 되기 시작하더군요. 왜지?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에, 당혹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나머지 두 끼도 조금은 자제하면서 먹었어요. 사람들이 제 얼굴이 너무 안 좋다는 거예요. 속건강만 좋으면 되지. 안색이 무슨 대수야? 자기 최면을 아무리 걸어도 위축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간헐적 단식이 재미가 없어지는 거예요. 귀가 얇은 사람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얼굴이 못 쓰게 됐다. 왜 그렇게 폭삭 늙어 버렸니?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다 보니까, 간헐적 단식을 놓게 되더라고요.


요즘엔 세 끼를 먹어요. 살도 조금 붙었고요. 혈색도 나아졌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지만, 간헐적 단식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답은 아닌가 봐요. 소화기능이 활발한 사람은 효과 보실 거예요. 허기진 상태에서, 몸 안의 복구 능력이 활성화가 될 테니까요. 저처럼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에겐, 굶는 시간 동안 적절한 복구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즉, 효과를 볼 수 있는 몸이 아닌 거죠. 세 끼를 천천히, 과식하지 않는 것. 지금 생각하는 최선이에요. 앞으로도 간헐적 단식은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그동안 몇 번 간헐적 단식을 추천했어요. 긍정적인 변화도 사실이었으니까요. 장기적으로는 또 안 맞았어요. 당연한 거지만, 자신에게 맞아야 해요. 그 어떤 만병통치 건강법도, 안 맞으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요. 앞으로도 저는 이런저런 좋다는 거 다 해보려고요. 방송에서 다큐멘터리까지 만들 정도면, 엄청나게 해롭지는 않을 테니까요. 요즘엔 설탕과 밀가루, 흰쌀밥, 우유를 멀리하고 있어요. 이거 정말 효과 짱입니다. 하다가 안 맞으면, 즉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로 세상에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해요. 큰 도움 말고, 작은 도움. 작아지고 싶습니다. 내가 너무 커지면, 삶이 비대해지니까요. 있는 듯 없는 듯, 그리운 듯, 심심한 듯 그렇게 존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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