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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 딴 나라 문화 충격

우리나라의 상식은 우리나라 상식일 뿐이었습니다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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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람도 마찬가지겠죠. 우리에겐 당연한 게, 그들에겐 충격일 수 있죠. 번데기나 산 낙지 같은 거요. 외국에 다니다 보면 크고 작은 충격의 연속이죠. 그런 충격이 여행의 큰 재미이기도 하고요. 기억에 남는 충격들이 뭐였냐면요.


1. 물로 헹구지 않는 설거지 - 영국


선진국은 위생도 완벽할 것이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건강에 신경 쓰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런던에서 그런 선입견이 와장창 무너졌죠. 싱크대에 물을 받고, 세재를 듬뿍 뿌려요. 접시와 그릇들을 거품 목욕시켜요. 수세미로 박박 닦은 다음, 마른행주로 쓱. 설거지 끝. 물로 안 헹궈요. 제가 본 표본이 몇 안 되지만, 그들은 전부 물로 헹구는 과정을 생략하더군요. 런던에서 수프를 먹었더니 향긋했나요? 바닥에 깔린 세제가 은은하게(?) 풍겨 나와서일 거예요. 또 생각나는 런던 문화 충격. 옛날 집들은 수챗구멍이 많지 않아요. 식당 주방에도 수챗구멍이 없어요. 제가 청소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세재며, 오물이며 다 묻은 물걸레를 그 싱크대에 빨았어요. 그 싱크대 대충 씻고, 채소를 가득 담아서 씻어요. 샐러드용 채소를 그렇게 깔끔하게(?) 세척했죠. 꽤나 비싼 식당이었어요. 영국 사람들은 전염병으로는 덜 죽을 거예요. 온갖 세제로 속을 깨끗하게 살균했을 테니까요.


2. 뭘 봐? 똥 누는 사람 처음 봐? - 중국


중국은 개방형 화장실 문화죠. 문이 아예 없는 화장실이요. 사람들도 똥 누는 사람과 눈인사하고 소변봐요. 지금은 문 없는 화장실은 시골에나 있죠. 여행 중 만난 홍콩 변호사 말로는, 베이징에서 일할 때 문을 열고 일 보는 동료들 때문에 스트레스였대요. 변호사조차도 화장실 문을 안 닫고 일을 보는 거죠. 동티베트 여행 중에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한 남자가 저를 노려보는 거예요. 쭈그려 앉아서 저를 뚫어져라 보더군요. 내가 뭘 잘 못 했나? 못 들어올 곳을 들어왔나? 똥을 누면서, 낯선 이방인을 신기해한 거였어요. 똥 누면서 눈 정도는 깔아줘도 되잖아요. 돼지우리에 있던 화장실도 강렬했네요. 맞은편 돼지를 노려보면서, 인간도 돼지도 똥을 떨구는 기묘한 장면. 길에서 꼬마 아이의 정조준 오줌으로 저의 발이 따뜻했던 중국을 어찌 잊겠습니까?


3. 아침마다 거룩하게 똥을 눕니다. 쾌변 순례 - 인도


인도는 화장실 없는 집이 많아요. 아침마다 한쪽에 페트병 들고, 마땅한 곳을 찾아 나서요. 비슷한 시간에 똥이 마려운 법이어서, 옆집 고빈다 아빠도, 앞집 아니타 삼촌도 배를 문지르며 같은 방향으로 향해요. 사막이면 모래더미에, 기차역 근처면 철로에, 바닷가라면 바닷물에 자신의 영역 표시를 하죠. 인도인도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배설에 대해 딱히 부끄러워하지 않더군요.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사람들이 새처럼 앉아서 나란히 철로에서 볼일을 봐요. 기차 안 승객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면서요. 대신 다른 사람들과 신체 접촉은 민감해요. 구멍가게에서 뭘 사면 잔돈을 던지더라고요. 어떻게든 손에 안 닿으려고요. 인도에서 가장 하층 계급을 달리트라고 해요. 공식적으로는 달리트 차별은 금지지만, 공식은 공식일 뿐이죠. 달리트는 다른 카스트(계급)와 닿았다는 이유만으로 몽둥이찜질을 각오해야 해요. 구멍가게에서 저에게 물건을 던지고, 잔돈을 던진 사람들 심리가 뭐겠어요? 외국인도 아래 계급인 거죠. 인도가 미국처럼 잘 살았다면, 그 기고만장함이 볼만 했을 거예요.


4. 마을버스도 무장 강도가 있는 나라 - 필리핀


필리핀 일로일로에서였어요. 일로일로는 대학도시, 어학연수의 도시, 치안이 좋은 도시로 유명하죠. 필리핀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고요. 치안 안 좋기로 소문난 남미도 제일 큰 도시 한두 개 빼면, 다닐만해요. 제가 일로일로에서 한 달간 영어 연수 중이었는데, 같은 하숙집 여자가 강도를 만난 거예요. 그것도 지프니에서요. 지프니는 트럭이나 승합차를 개조한 필리핀의 작은 버스예요. 옆에 앉은 남자가 칼을 꺼내 든 거예요. 이 친구가 운이 없었던 게, 전 재산을 들고 다녔어요. 하숙집을 못 믿어서요. 몇 달치 생활비를 그 자리에서 날려 버렸죠. 필리핀이 치안 안 좋은 건 알았지만, 그나마 안전한다는 곳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더군요. 그때 충격이 너무 커서, 마닐라는 아예 가지도 못했어요. 필리핀 사람들 채소를 또 그렇게 안 먹더군요. 하숙집에서 내내 밥과 생선, 밥과 고기. 무채소 식사를 했네요. 노동자들을 보니까 아주 작은 생선 조각 하나에 밥 한 그릇 뚝딱 비우더군요. 치안도, 배변도 무척 괴로운 한 달이었습니다.


5. 뭐, 이메일이 없어? 디지털 구석기 - 일본


우리나라 성인 중에 이메일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10년 전 일이니까,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죠. 저보다 훨씬 젊은 친구들이 이메일 주소가 아예 없다는 거예요. 최근에 일본 갔더니, 신용 카드는 이제 웬만한 곳에선 다 되더군요. 그래도 사람들은 현금을 훨씬 많이 쓰더라고요. 예전엔 신용 카드 안 되는 곳 엄청 많았어요. 카페도 무선 인터넷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었죠. 상상해 보세요. 젊은 친구가 이메일이 없는 삶을요. 인터넷 커뮤니티 자체를 아예 모르는 삶이란 거죠. 이메일이 이메일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친구들, 가족들과 연결하는 '로그인' 문화가 없다는 건데요. 사업을 하거나, 학교를 다니면서 이메일 주소가 없다면 뭘 할 수 있을까요? 로그인을 아예 안 하는 삶이라뇨? 그 어떤 변화도 가장 나중에, 어쩔 수 없을 때 받아들이겠다. 제가 느낀 일본은 그런 나라였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일종의 뇌 운동입니다. 조금은 하기 버거운 숙제를 셀프로 내주는 거죠. 그 숙제를 하면서, 뇌의 노화를 조금이라도 잡아두려고요. 제 글을 읽어 주셨네요. 저의 뇌 운동에 큰 도움을 주신 거예요.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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