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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Nov 17. 2020

국민성이란 게 있기는 한 걸까요?

분명 있기는 한 것 같은데 말이죠 


예전에 캐나다 친구랑 크게 말싸움을 한 적이 있어요. 


-서양 사람들이 섹스에 더 개방적인 것 같아 


이 말이 캐나다 친구를 발끈하게 했어요. 문란하다고 한 것도 아니고, 섹스가 나쁜 것도 아닌데 왜 이리 흥분하는 걸까요? 그때는 저도 지지 않으려고 발악발악 반격에만 열중했어요.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요. 다른 방식으로 섹스를 즐기는 것뿐이죠. 서양 친구들은 결혼 전엔 확실히 자유로워요. 게스트 하우스에서 눈만 맞으면 어딘가로 잠시 사라졌다가 와요. 도미토리에서 남들 다 볼 수 있는데도, 큰 수건 하나로 살짝 가리고 거사(?)를 치르기도 하더군요. 대신 결혼하고 나면, 가정에 확실히 몰입해요. 우리도 요즘 젊은 친구들 몰리는 게스트 하우스는 거의 클럽이던데요? 제가 나잇값도 못하고, 제주도에서 그런 게스트 하우스를 간 적이 있어요. 서로들 광선 쏘아가며 난리더군요. 룸사롱, 모텔, 안마방이 얼마나 많은지만 봐도요. 그 많은 섹스 산업이 미혼들만 주 고객일까요? 결혼을 해도 미련을 못 버리고, 옛날의 연애감정에 목말라하죠. 포기를 모르는 근성이 섹스에서도 드러난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지금은 캐나다 친구에게 사과하고 싶어요. 저는 틀렸어요. 영어로는 스테레오 타입(Stereo type)이라고 하죠. 스페인 사람은 잘 논다. 미국 사람들은 붙임성이 좋다(스몰 토크를 겁나 좋아한다). 영국 사람들은 예의가 바르다. 이런 거요. 이런 스테레오 타입도, 이웃 나라로 옮겨지면 달라지죠. 어디서나 좋은 평을 듣는 일본 사람을, 중국 사람과 한국 사람은 싫어하죠. 프랑스 주변국들은 하나같이 프랑스 사람을 욕해요. 이스라엘은 욕해도, 유태인 욕하는 서양 사람은 못 봤네요. 너무 큰 인류의 비극이었으니까요. 히틀러 같은 악마는 다시 나와선 안 된다는 역사적 공감대가 있는 것 같더군요. 독일 사람들에겐 대체로 우호적이더군요. 굳이 꼽자면 재미없다 정도? 인간대 인간으로 만나면, 튀는 행동으로 문제를 덜 일으킨다는 거겠죠. 호주 사람들은 해맑은데 너무 해맑아서 사랑도 해맑게 접고, 떠난다더군요(들은 얘기예요). 남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흥이 많죠. 한국 교민들은 이구동성, 남미 남자와 자기 딸이 엮이는 걸 싫어하더라고요. 책임감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요. 


이 정도면 분명히 나라마다 특이한 성질이 있는 건 맞는 거죠? 태국만 해도 그래요. 얼마나 낙천적인데요. 속도 안 터지나 봐요. 마트 계산대에서 느릿느릿 바코드를 찍어도,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차가 멈춰 있어도 짜증을 안 내요. 거북이처럼 눈만 깜빡거려요. 우리나라 사람처럼 지는 거 싫어하고, 영리하고, 예민하고, 까칠한 사람도 전 못 봤어요. 그러니까 편하게 결론 내려고요. 나라마다 사람은 다르다. 그게 꼭 나쁜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결론 내기엔 찜찜해요. 왜냐면 깊이 들어가면 사람들이 또 비슷해져요. 태국 사람들이 순둥이에 느린 건 맞지만, 야비한 사람, 살인자, 사기꾼, 거짓말쟁이가 얼마나 많은데요. 태국 여자랑 결혼해서 전재산으로 식당 차리고 쫓겨난 서양 남자들이 얼마나 또 많은데요. 프랑스 사람들이 언뜻 싹퉁머리 없어 보이지만, 그렇게 또 순정파예요. 한국인 여자 친구가 바람피우는 것 같다고 질질 짜는 프랑스 친구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하더라고요. 너도 바람피워. 이 말을 참느라 혼났네요. 연애도, 헤어짐도 쉬울 줄 알았거든요. 프랑스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그때 깨졌죠.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다 섞여있는 거죠. 결국 비율의 문제인 건데, 태국에 느린 사람이 많고, 한국에 빠릿빠릿한 사람이 많은 건 맞아요. 그런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은 거지, 전적으로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건 아니죠. 하나마나한 소리인 것 같기는 한데, 결국 자신이 만나는 사람은 그 사람으로 봐야 해요. 여러분은 한국 사람 평균에 얼마나 근접하나요? 지면 잠이 안 오고, 어디서나 튀어야 하고, 노래방을 좋아하나요? 그런 사람도 있는 거죠. 그러니까요. 그런 경향성이 있다더라에서 그쳐야죠. 그게 정답인 것처럼 믿는다면 큰 실수를 할 확률이 높아요. 정말 좋은 사람을 놓칠 수도 있죠. 반대로 이상한 사람을 맹신할 수도 있고요. 


이상 평균에 못 미치는 한국 사람의 넋두리였습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평생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글을 쓰는 이 짧은 시간이 하루를 둘로 쪼개 줘요. 글을 쓰고 나면 작은 휴식이 생겨요. 하루가 두 개가 돼요. 그러니까 매일 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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