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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Nov 27. 2020

정기구독 신청을 받습니다. 서둘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에게는 작은 역사이고, 기적입니다 


매달 구독 신청을 알리는데, 그게 참 하기 싫어요. 

누구나 싫은 일이 있잖아요. 

약간은 구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사진에 글 편집해서 올리는 게 번거롭기도 하고요. 


그런데요. 저 오늘 약간 소름 돋았어요. 

그렇게 징징대면서 2년이 넘게 글을 쓰고 있더라고요. 

이게 저만 놀라고 말 일인가요?

글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기적을 제 힘으로 만들었어요. 

초창기에 은행 잔고는 3,40만 원을 오가더니

이제는 백만 원 밑으로는 잘 안 떨어지는 어먀어마한 부를 이뤄냈지 뭡니까? 

쌀국수 한 그릇 먹을 거, 두 그릇 먹고요. 

가끔은 하루 십만 원 방에서 재벌 놀이도 해요. 

소원을 이룬 거예요. 

어마어마한 소원을요.


소원을 이뤄도 눈치 못 채는 바보, 저는 아닙니다. 

이렇게나 영민하게 저의 성과에 감동하고 있어요. 

약간은 북받치네요. 


매일 글을 받아 보는 서비스입니다. 

만족도는 매우 높아요. 

기존 독자들이 90% 이상 유지되고 있으니까요. 

제 글을 보면 글을 쓰고 싶어진대요. 

여행이 되고, 잠깐의 휴식이 된대요. 

투병 생활에 반가운 연애 편지 같기도 하대요. 

한 달이 지나면 따뜻한 책 한 권을 완독하는 뿌듯함이 있대요. 


어때요? 저의 과장 광고에 한 번 속아 보실 건가요?

생은 짧아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요. 


한국 씨티 은행 372-19560-260 소중한 한 달 구독료 12,000원 입금하시고,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댓글로 달아 주세요. 이메일로 보내 주셔도 되고요. modiano99@naver.com 

마감은 총알처럼 후다닥 지나 버려요. 뒤늦게 후회하시면 2020년이 다 날아가 버린다고요. ^^ 


지난달에 올린 글 중 하나를 샘플로 올려요. 매일 쓰는 글은 오늘 이걸로 대체합니다. 


졸음이 올 때가, 글을 쓸 때가 돼요. 낮에 시간은 있었어요. 아니 차고 넘쳤어요. 차고 넘친다는 이유로, 딴짓이 더 재밌다는 이유로 쓰지 않았죠. 후회와 다급함, 졸음과 고요함의 시간이에요. 나 자신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어요. 예정된 시간에 글을 끝내고, 남은 시간 운동과 독서로 충천했으면 해요. 그건 확실해요. 자신을 통제해서 나오는 글과, 수면욕과 후회로 점철된 밤의 글은 달라요. 맑은 정신으로 쓰는 글이 실수야 적겠죠. 인간의 나약함을 마주하면서 쓰는 글은 불안하고, 진실해요. 풍덩 글로 빠지는 순간은 놀랍기까지 해요. 뒷걸음질을 그렇게 치더니, 에라 모르겠다. 뛰어들어요. 밀리면 끝장이다. 기겁하고, 도망만 가려던 제가 돌변해요. 어차피 벼랑이라면, 내 의지로 뛰어내리자. 쫓기던 쥐새끼가 고양이에게 반격하는 것과 같아요. 어차피 죽을 거면, 한 번은 너를 물겠다. 어차피 죽겠지만, 죽기까지의 과정은 파격 그 자체죠. 어차피 쓸 수밖에 없다면, 내가 뛰어들겠다. 달려들겠다. 비겁함과 망설임의 목덜미를 물어뜯겠다. 피를 보겠다.            

    

그래서 저의 매일은 피 튀기는 끔찍한 현장이기도 해요. 피칠갑으로 글을 써요. 나 좀 그냥 놔둬. 꿈틀꿈틀 한가한 지렁이로 살고 싶었어요. 꽁냥꽁냥 내 안의 게으름과 썸타고 싶어요. 애걸복걸하는 게으름을 도끼로 내려치고, 피투성이로 글을 써요. 나약했던 인간이, 돌변해서는 희번덕 눈빛을 반짝여요. 어떻게든 써야 한다. 그래야 잘 수 있다. 잠의 명령을 막을 수 있는 힘은 '광기' 뿐이에요. 스스로 족쇄를 잠그고, 널뛰는 욕망을 외면한 채 글을 써요. 몇 걸음만 옮기면 침대에 누울 수 있어요. 이 족쇄는 사실 있으나 마나 해요. 그래서 광기여야 해요. 지금 이 공간은 지옥이기도 하고, 천국이기도 해요. 막상 이 순간은 아늑해요. 그렇게까지 밀어낼 필요가 없었어요. 그런데도 늘 오고 싶지 않아요. 멀찌감치서 완벽한 자유만 누리고 싶었으니까요.           

     

국민학교 6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큰집에 살았어요. 아버지 사업이 망하면서 처음에는 차고방, 나중에는 부엌 식모방으로 옮겼어요. 매일 밤 옥상에 올라갔어요. 어딘가에서 목욕하는 물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거든요. 폭발하는 성욕에 몸부림을 쳤죠. 잠은 안 오고, 몸뚱이는 뜨겁고, 현실은 비루했어요. 내 안의 기괴한 에너지가 혐오스럽고, 동시에 황홀했죠. 우편함에 두툼한 편지 봉투를 발견한 날이었어요. 셋방살이여서 우편함엔 눈도 안 돌렸었는데, 그 두툼한 봉투에는 이상하게 손이 갔어요. 잘못 온 편지였어요. 주소가 아예 달랐으니까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 그 편지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 옥상으로 올라왔어요. 이걸 뜯어봐도 될까? 뜯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급한 내용이면, 어떻게든 주인을 찾아 줘야지.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거나, 아프다거나.                

-오늘은 냄비에 물을 조금 적게 잡았다. 그래서 밥이 좀 되네. 이렇게 된 밥은 처음 먹어 봐. 그래서 된장찌개에 말다가 너에게 편지를 쓴다. 밥을 지을 때는 밥 생각만 했다. 이 맛없는 밥을 어찌 먹을까? 된장찌개에 마니까 먹을 만 해졌다. 먹을 만해지니까, 네 생각이 났다. 네 생각이 나니까, 밥을 지을 때와, 밥이 맛없게 됐을 때가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집중해야 할 대상이 사람인 것도 싫고, 너인 건 더 싫다. 그래도 이왕 쓸 거면, 너만 생각하기로 한다. 이 마음을 보낼 거라면, 너에게 가야 한다. 닿아야 한다. 국물에 만 밥은 먹을 만 해졌지만, 저대로 식고 있다. 오늘이 모두 무의미해졌다. 이 글을 끝내면 가장 유의미한 사람이 된다.           

     

연애편지였어요. 된장찌개가 등장하는 연애편지라니. 글자일 뿐인데, 내게도 잠시 다녀가더군요. 사랑이 위대한 것일까? 글이 위대한 것일까? 매일 더러운 욕망에 신음하던 저는, 그 글로 세례를 받은 느낌이었어요.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책 사이에 고이 모셨어요. 그 편지는 작문 선생님이 됐다가, 시가 됐다가, 두근두근 심장박동이 되기도 했어요. 가끔 죄책감이 되어, 저를 물어뜯었죠. 이 편지 때문에 이루어질 사랑이 물거품이 되는 건가?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해. 6학년의 능력으로, 미지의 주소를 찾아낼 수도 없었어요. 쓰지 못하면 아플 것 같고, 쓰지 못하면 죽을 것 같은 사람의 글이었어요.    

  

글이 막힐 때마다, 쓸 수 없게 되는 형벌을 상상해요. 아무리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형벌. 예를 들면, 양팔이 잘리는... 정신이 번쩍 들어요. 쓰고 싶다. 쓰다가 죽고 싶다. 이 정도 마음이면 이 연애편지에 비벼볼 수 있을까? 아뇨. 어림도 없어요. 저는 늘 그 형에게 지는 글을 써요. 밥이 차게 식는 내내, 한 글자, 한 글자에 몰입하는 삶을 꿈꿉니다. 글에서 탈출하고픈 욕망을 모두 제거하고, 글의 곁에서 쉬고 싶어요. 그런 글쟁이이고 싶어요. 방콕의 바람도 제법 차가워졌어요. 연애편지가 참 잘 어울리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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