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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Dec 02. 2020

미국 여행 중 받았던 문화 충격

세계 최고 나라의 현실

1. 분리수거가 뭐임? 선진국 맞아?


미국은 분리수거를 그 어느 나라보다 철저히 지키는 줄 알았어요. 미국이니까요. 세계 최강국이니까요. 먹고 살 일이 해결된 나라에서 환경에 신경 쓰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뉴욕 맨해튼에서 머물렀는데, 분리수거는 전혀 안 하더라고요. 그냥 비닐봉지에 담아서 버리면 끝이에요. 1회 용품은 또 얼마나 많이 사용하나요? 모든 음식이 다 패스트푸드잖아요. 그 엄청난 1회용 용기는 재활용의 기회도 얻지 못하고 사라져 버려요. 아무 생각 없이 버리면 되니까 나중에는 편하고, 속까지 다 시원하더라고요. 당장은 환경의 재앙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크고, 잘 사는 나라가 쓰레기 재활용에 무심하다는 건 충격이었어요. 진짜 잘 사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선진국에 대한 고정관념이 산산조각 나더군요.


노숙자에게 누군가가 놓고 간 식사

2. 노숙자들의 천국? 지옥?


노숙자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노숙자들에겐 천국일 수도 있는 게, 딱히 제제가 없더군요. 식당 영업이 끝나면 입구에 종이 상자 깔고, 이불 곱게 덮고 자요. 가게 주인들이 아무 말도 안 하나 봐요. 샌프란시스코는 날씨도 매섭지 않아서, 미국 전역에서 노숙자들이 몰려들어요. 생각보다 멀쩡한 사람들이 많아요.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자만 있는 줄 알았거든요. 실제로 노숙자들 4분의 1은 직업이 있다고 해요. 직장은 있지만, 집은 없는 거죠. 월세가 비싸도 너무 비싸니까요. 월급으로 감당이 안 되니까요. 멀쩡한 사람이 길바닥에서 자기까지 얼마나 가혹한 시간이었겠어요? 정부가 아예 손을 놓은 느낌이더라고요. 미국 전역의 노숙자는 250만 명에서, 350만 명 정도로 추산된대요. 미국 사람 63%가 당장 쓸 수 있는 현금 백만 원이 없다는 뉴스 보셨나요? 월세 내고, 생활비 쓰고 나면 남는 돈이 없는 거죠. 집 없는 사람, 돈 없는 사람. 그런데 나라는 세계 최상위권의 부자 나라. 뭘까요? 잘 사는 나라라는 건 어떤 나라를 의미하는 걸까요? 우리나라도 빈부격차가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3. 생전 처음 보는 미친 밝기 - 뉴욕 맨해튼


현시점 가장 화려한 도시는 어디일까요? 상하이? 두바이? 서울? 저에겐 뉴욕이 압도적이었어요. 타임 스퀘어 주변은 너무 밝아서, 굳이 야간 모드로 카메라 설정을 할 필요가 없더군요. 인공적인 빛으로, 수경 재배까지 가능하겠더라니까요. 그 밝음과 화려함은 처음 가본 사람에겐 그야말로 비주얼 충격이에요. 미국에서는 무언가가 나를 압도해 주기를 바랐어요. 그게 타임 스퀘어 주변이었어요. 몇 블록 전부터 예사롭지 않은 밝음이 느껴지고, 터무니없이 밝은 세상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전 세계인들을 만날 수 있어요. 타임머신이 있다면 1990년대 크리스마스에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계 문화의 중심, 풍요의 중심인 미국의 맨해튼 한복판에서 스티비 원더나 마이클 잭슨이 공연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고 싶어요. 개봉관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다이하드를 초대형 팝콘을 씹으며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네요.


뜬금 부에노스 아이레스 사진

4. 아니, 왜 영어가 안 들리지? 스페인어 국가로 전환 중?


맨해튼 시내만 걷는다면, 미국은 백인 국가는 확실히 아니에요. 전 세계인이 골고루 섞여 있어요. 한국말도 어디서든 들려요. 맨해튼 방값이 너무 비싸서 뉴저지로 옮겼는데, 여기가 미국인지, 멕시코인지, 콜롬비아인지 헷갈리더군요. 식당이며, 빵집이며 다 스페인어 간판뿐이에요. 콜롬비아 식당, 쿠바 식당, 아르헨티나 빵집이 사이좋게 섞여 있더라고요. 중남미 사람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민을 왔기 때문인데요. 불법 체류자들도 그렇게나 많다고 해요. 미국에 살면서 영어 한 마디 못 하고 죽는 사람도 많대요. 영어 한 마디 못해도, 얼마든지 살 수 있으니까요. 하긴 우리나라 교포들도 한인 타운에만 머물면서 한국말만 하는 노인들 엄청 많죠. 영국계 미국인들이 세운 미합중국은 승승장구였죠. 멕시코와 전쟁을 치르면서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멕시코 등 알짜 땅을 모두 빼앗았어요. 멕시코인들이, 중남미인들이 원래의 땅으로 어떻게든 넘어와서, 다시 자기네 땅으로 만들고 있어요. 전쟁의 패자는 오랜 시간 천천히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있는 셈이죠. 결국 이렇게 되려고, 피를 보며 전쟁을 했었나? 땅따먹기 전쟁이 새삼 허무하네요.


그 유명한 피터 루거 스테이크, 개인적으론 그냥 괜찮다 정도?

5. 가난한 여행자는 무서워요. 팁 문화


제가 뉴욕 3대 스테이크 중 하나라는 피터 루거에서 고기를 썬 사람입니다만. 팁까지 총 십만 원 정도 나오더라고요. 우리나라도 유명한 고깃집에선 인당 십만 원 우습죠. 미국은 팁을 꼭 줘야 해요. 기본이 15%예요. 7만 원 스테이크를 먹으면 만 원은 팁으로 더 내야 해요. 신용카드로 내면 팁을 어떻게 낼까? 일단 자리에 앉아서(카운터로 가시면 매너에 어긋납니다) 계산서를 달라고 해요. 그리고 카드를 주면, 영수증이 카드와 함께 와요. 1차 지불이 끝난 거죠. 팁을 얼마를 줄까, 영수증에 스스로 써넣어야 해요. 산수 잘해야 해요. 아예 15%, 18%, 20% 중에 고르세요. 이렇게 나올 때도 있어요. 20% 팁을 주는 사람은 얼마나 관대한 사람인가요? 전 재산이 백만 원도 안 되는 제가, 팁까지 꼬박 챙기는 상황이 묘하더군요. 스테이크 값은 사실 독자가 대신 먹어달라며 보내준 귀한 돈이기는 했어요. 엄밀히 따지면 제 돈은 아닌 거죠. 유명 식당의 종업원들은 하루 팁으로만, 내 전 재산을 벌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더 가난한 자가, 더 부자에게 주는 팁 값 만 원. 이 절묘한 모순이 신선했어요. 팁 값이 무서워서, 음식 무게만큼 돈을 내는 카페테리아를 갔어요. 허접하게 담았는데도 18달러, 2만 원이 나오더군요. 뉴욕 물가는 살인 물가 아니고요. 살인 그 자체예요. 정말 사람 잡는 물가더라고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모든 사람의 발이 꽁꽁 묶여 있는 지금, 누군가의 여행이 되고 싶어요. 숨구멍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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