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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Dec 04. 2020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나에게는 충격적인 사실들

제발 같이 좀 놀라 주세요

1. 떡볶이에 마늘을 안 넣어야 더 맛있다?


-떡볶이에 마늘 넣으면 그때부터 찌개 되는 거임


유튜브 댓글을 보고 놀라요. 응? 마늘은 무조건 넣어야 음식 맛이 살지 않나? 한국 사람은 마늘 없으면 요리가 안 되죠. 저에게 마늘은 정량이 없어요. 양껏 넣어서 먹어요. 떡볶이에서 찌개 맛이 나면 좀 어때서? 궁금하기는 해서, 마늘 빼고 대신 파를 듬뿍 넣고 떡볶이를 해봤어요. 훨씬 깔끔하고, 맛있더군요. 머릿속으로 그리던 떡볶이는 마늘이 빠진 떡볶이에 가깝더라고요. 이제 저의 떡볶이 레시피에는 마늘이 없어요. 마늘에 대한 편애도 다시 생각해 보려고요. 몸에 좋은 건 알지만, 향이 강한 향신료이기도 하죠. 적당히, 적당히 자제하면서 마늘을 쓰려고요.


2. 요리에 술 넣어도 다 증발하는 거 아니었나요?


고기를 볶다가 태국 전통주를 좀 넣었어요. 40도가 넘는 독주인데, 향이 좋아요. 쌀로 만든 술인데, 전통 소주 향이 나거든요. 물의 기회점은 백 도이고, 알코올은 78.5도니까요. 보글보글 끓으면, 다 사라지겠지 했죠. 그런데 음식을 먹고 나니까 몸이 나른하고, 졸음이 오는 거예요. 평소 식곤증이 있긴 한데, 그 느낌보다 훨씬 무겁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봤죠. 알코올 안 사라진대요. 실험실 논문에 따르면 적게는 4~6%, 많게는 85%의 알코올이 남아 있대요. 13도 화이트 와인으로 요리한 생선 스튜는 30% 알코올이 음식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대요. 무려 45분을 요리했는데도요. 속았다니까요. 입으로 직접 마신 것도 아니고, 요리에 깔짝 섞인 걸로 알코올의 정체를 눈치챈 제 자신이 실망스러워요. 한때 그렇게 퍼마셨던, 음주 천재는 어디로 간 걸까요? 이젠 요리에 술 안 넣으려고요. 미림도요.


3. 소금 안 넣은 달걀 프라이도 먹을 만하더군요


예전에 페이스북에 달걀 프라이에 소금 안 넣어 드시는 분? 충동적으로 물었어요. 맛소금이나 꽃소금 한 꼬집은 달걀 프라이의 상식 아닌가요? 놀랍게도 과반수가 소금을 아예 안 넣은 달걀 프라이를 먹더군요. 지구가 각졌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동그랗다는 걸 알았을 때의 충격이 이 정도였을까요? 마치 제 인생이 부정당하는 것처럼 불쾌했어요. 왜 나만 모르고, 아니 우리 집만 모르고 그렇게들 금욕적으로 사는 건가요? 한국 사람들이 어찌나 낯설게 보이던지요. 방콕 힐튼 호텔 조식 프라이도 무염 프라이더라고요. 세상이 저만 빼고, 이렇게들 건강해지고 있어요. 이젠 지구인이 다 낯설어요. 그런데 먹을만하더군요. 재료에서 나오는 미세한 염분 맛도 느껴지면서요. 어차피 다른 음식과 섞어 먹으니까요. 결론은 소금 안 뿌린 달걀 프라이도 먹을만하다는 거죠. 제가 할 땐 소금을 뿌리겠지만요.


4. 노르웨이 연어는 절대 먹지 말라고요?


저, 연어 킬러예요. 그 폭신하고 비싼 지방 맛을 어떻게 포기하냐고요. 원산지는 관심도 없었죠. 노르웨이 연어가 어때서요? 더 비싸고, 고급 연어 아닐까요? 그 부유한 북유럽 연어가 더 나쁘다뇨? 유튜브에서 한 의사가 먹지 말라고 해서 검색을 좀 해봤어요. 1급 발암물질 다이옥신에 대해서 들어는 보셨죠? 2013년 EU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 연어에 다이옥신이 돼지고기보다 무려 32배가 더 들어 있대요. 3.2배여도 놀라운데, 32배요. 양식 연어는 살충제를 들이붓는대요. 바다에도 이가 산다는군요. 그 이가 연어에게 두세 마리만 달라붙어도 연어가 죽는대요. 어마어마한 양의 살충제를 뿌릴 수밖에 없는 거죠. 발틱해에서 나오는 바닷장어를 사료로 주는데, 발틱해가 또 그렇게 오염된 바다라네요. 그래서 인간에게는 팔 수 없는 생선을 사료로 만든데요. 노르웨이 연어 한 점 먹으면, 오염된 사료에 살충제까지 입에 넣게 되는 거죠. 중국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끓여서 식용유를 만들었다는 뉴스 이후로 가장 충격적인 뉴스였네요. 제가 연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5. 설탕이 없어도 맛 낼 수 있습니다. 백종원 형님! 싸우자는 건 아니고요


요즘 제가 흰 설탕, 흰 밀가루, 흰쌀밥을 자제하고 있어요. 심지어 쌀국수까지요(아예 끊은 건 아니고요). 진짜 사는 낙이 없다니까요. 몸은 늙는데, 입맛만 옛날을 못 버려요. 게다가 팔도 비빔면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등학생 입맛이라고요. 단맛을 포기할 수 없어서 사과를 잘게 다져서 멸치도 볶고, 토마토 스파게티, 카레도 해봤더니요. 전혀 설탕 아쉽지가 않더군요. 아니 더 맛있어요. 사과도 당분이다. 많이 먹으면 과일도 살찐다. 그런 말씀 하실 분도 있다는 거 알아요. 가공 설탕을 안 쓰고, 단맛을 냈다는 거에 의의를 두겠습니다. 토마토 넣고 라면 끓여 보셨나요? 느끼한 맛을 싹 잡아 줍니다. 별미 라면이에요.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저 이제 음식에 설탕과 MSG 조금도 안 넣어요. 벽에 X 칠할 때까지 살고 싶냐고요? 아뇨. 사는 동안 조금이라도 쌩쌩해지고 싶어서요. 내 마음 이해하시면, 여러분도 중년이옵니다. 하하하.


PS 매일 글을 씁니다. 과거는 잊었습니다. 미래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 몰입하면 그걸로 족합니다. 그런 몰입의 순간을 차곡차곡 쌓아서, 탑을 만들고 싶어요. 보이지 않는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탑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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