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갇혔다.
밤새 긁다가 잠을 포기한다. 궁지에 몰려서, 평온하다. 가려움의 원인은 뭘까? 오랫동안 비워두었던 고기리 내 방. 빈대일까? 게다가 체했다. 명치를 꽉 채운 통증. 궁지에 몰렸으니, 그런대로 평온하다. 좋은 날이었는데 말이다.
낮에는 문상건 작가가 다녀갔다. 나보다 더 가난한 여행작가다. 빚이 있다. 나는 빚이 없다. 썩은 이를 도려내야 하는데, 더 썩게 놔두는 중이다. 충치를 때울 금값을 벌어야 한다. 출판사를 차리고, 멋진 작가를 찾아냈다. 서른여덟, 6개월 만에 결혼하다. 이 책이 대박 나야 문작가는 충치를 걷어낼 수 있다. 이문동에서 쏘카를 타고 왔다. 별 다섯 커피맛에 화들짝 놀라서는, 인생 커피라고 했다. 문 작가가 떠나고, 기쁜 소식을 별 다섯 식구들에게 알렸다. '살살녹소'라는 곳에서 소고기를 먹었다. 살살녹소로 향하는 길은, 여행이었다. 봄은 열심히 녹색이지, 동글동글 산들은 이제야 눈에 들어오지. 고깃집으로 향하는 장 대표의 카니발은, 카니발(축제)이었다. 그때 생각나? 그때 참 재미있게 일했어. 1등으로 소환될 멋진 추억이 기흥 어디쯤에서 만발했다.
열 시 이후로 악몽이 됐다. 가렵다. 몸에 두드러기가 난다. 가려움이 두려움이 된다. 위가 먼저 반응한다. 체했구나. 협공이다. 비명이라도 지를까?
-작가님 글을 읽고 싶지 않아요. 그냥 보기 싫어졌어요.
장문의 메일을 받았다. 일기까지 구매해서 읽은 독자는, 내 글이 지겹다고 했다. 길게, 길게 내 글이 얼마나 지겨운지 써 내려갔다. 영향받지 않을 거야. 메일을 서둘러 삭제했다. 불면의 밤. 나는 또 졌다. 그럴 리가 없는데, 영향받고 말았다. 내 글이 죄가 되었다. 내 삶이 죄가 되었다. 안개가 자욱하다. 나는 이 안개를 뚫고 나가기 싫다. 조지아로 떠나기도 싫다. 여행을 글로 옮기는 것도 싫다. 그냥 태국으로 가고 싶다. 방콕 내 집. 몸과 마음이 부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졌다. 가려움이 멈추질 않는다. 토하고 싶은 고깃덩어리를 신물과 함께 삼킨다. 이 안개는 걷힐 것이다. 나를 지키는 것도 나. 자기 암시, 위로. 지겹지만, 그래도 답은 나. 이 순간만 흔들리고, 다시 부활할 것이다. 불면의 밤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