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민우 Dec 08. 2020

충격적인 의사들이 자살률

행복의 기준을 뭘로 봐야 할까요?

'유퀴즈온더블럭'에서 정신과 의사가 출연한 걸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깜짝 놀라요. 정신과 의사가 자살률 1위 직업이라는 거예요. 잘못 들은 줄 알았어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해결해 주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요? 의대생 친구 말로는 정신과는 의대생 중에서도 성적이 좋아야만 갈 수 있다던데요? 그래서 다른 자료들을 좀 더 찾아봐요. 미국에서도 의사의 자살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더군요. 매년 평균적으로 삼사백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대요. 미국에서 의사의 자살률은 일반인의 약 1.8배 정도래요. 레지던트 의사의 28%가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비슷한 연령의 일반인들에 비해 무려 네 배나 높은 수치라네요. 미국 의사들만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정신 장애는 스무 명 중 한 명, 알코올 중독은 열 명 중 한 명, 마약 중독은 백 명 중 한 명, 절반이 이혼을 했거나 결혼 생활이 파탄 났고, 1/3 이상이 암페타민 등의 중추신경 자극제, 바비튜레이트 등의 수면제를 상용하고, 약 1/3이 정신과에서 진찰받아야 하는 중증 정신 장애를 앓고 있대요. 미국의 통계 자료지만, 너무나도 충격적이네요. 한국의 의사 생활이 미국보다 절대 더 녹록하지 않을 테니, 의사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거라고 봐요. 수의사는 더, 더 심각하대요. 일반인들에 비해 자살에 대한 욕구가 4~6배나 높답니다. 귀요미 동물들에 둘러싸여 언제나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요. 동물이 이제는 가족이잖아요. 누군가의 애완동물이 죽었을 때 그 원망과 분노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직업인 거죠.


우리나라 이과생 1등부터 천 등까지는 무조건 의대를 꿈꾸지 않나요? 예전에는 전국 수석이 물리학과도 가고, 제어계측과도 갔지만 이제는 무조건 의대잖아요. 수험생들이 바보도 아니고, 힘든 걸 아예 모르겠어요? 의대생 절반은 의사 집안이라면서요? 자기 자식 괴롭히고 싶은 부모도 있나요? 이만한 직업이 없더라. 그러니 대를 이어라. 그렇게 자식들에게 의사를 권유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통계만 보면 전혀 꽃길이 아니네요. 고생은 돼도 돈은 많이 번다. 그것만 보고 달리는 건가요? 아니면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롭게 살다 가겠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충실히 지키고픈 슈바이처의 후예들인가요?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의사 되는 거야 환영할만한 일이죠. 대한민국 의료 서비스 질이 높아지는 거니까요. 맞지 않는 사람에겐 너무 가혹한 일 아닐까요? 그래도 의사만 한 직업이 없지. 이과를 나온 친구들은 의대 가지 않은 걸 또 그렇게나 후회하더군요. 월급 명세서의 숫자가 아예 다르니까요.


성적이, 명문대 진학이 우리나라 집값을 꽉 잡고 있죠. 강남이나 목동에 입시 명문고가 없다면 지금 집값도 없죠. 그런 입시 비즈니스의 끝엔 의대가 있죠. 내 아이가 의대만 가면 여한이 없겠다. 그런 집안이 한둘이 아닐 텐데요. 공부를 잘하면, 돈을 잘 번다. 그건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죠. 돈을 잘 벌면, 행복도 따라온다. 그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요. 그래도 돈 없는 비참함보다는 낫다. 부모의 시각은 그럴 거예요. 하지만 부모의 설계로만 이루어진 진로는 어떤 아이에겐 치명적일 수 있어요. 경제적 안정감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고통도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그건 부모가 대신 감당해 줄 수 없는 거니까요. 참 어려워요. 행복해지기 위해서 열심히 산 것뿐인데요. 열심히만 살아서는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이 됐어요. 휩쓸리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해야 해요. 나에게 맞는 길인가? 남과 비슷하게 살아야만 행복한 걸까? 다르게 산다고 꼭 불행할까? 기본적인 의식주를 유지하는 수입은 불행을 의미하는 걸까? 묻고, 또 물어야 해요. 어쩌겠어요? 내 행복인데요. 나를 지켜야 하는데요. 지금의 가치만 맹신하면, 큰 후회를 할지도 몰라요.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이 조금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삶의 무게가 무겁지만, 함께 들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요? 함께 힘들어해요. 조금은 덜 무거울 거예요. 함께 웃어요. 조금 더 재미날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구독자 2천 명 돌파!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