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일 때 헷갈리고 당황스러웠던 경험 두 번째 - 전화받기
회사에서 너무나 힘들었던 첫 번째 미션 전화하기(클릭하면 해당 글로 이동합니다)를 끝내고 나서도 심장은 두근두근 목구멍을 열고 나올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미션을 해냈다는 뿌듯함이 남아있었죠. 하지만 이 기쁨도 잠시, 곧 저는 회사로 오는 전화들을 맡아서 받게 되었습니다.
광고주분들은 대부분 전화로 진행사항을 전달받는 걸 좋아하신다길래 그 정도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로 오는 전화를 제가 받아야 한다니요.. 저 말고 다른 주임님께서 그동안 전화를 받으셨지만 그분이 이직을 하시면서 제 역할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전화기에서 제 자리가 가장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전화를 받는 멘트도 따로 없어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을뿐더러 제가 바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튀어나오는 것이 너무나도 걱정스러웠습니다.
전화가 왔다. 어떻게 받지?
전화가 안 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어떻게 일을 잘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화가 안 올리가 없죠. 전화벨이 울렸고 앞에 있던 사원분이 저를 쳐다봤습니다. 결전의 시간.. 심호흡을 하고 '네 00(회사 이름)입니다.'라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리에 없는 분을 찾으시길래 연락처를 말씀해주시면 전해드린다 하였고, 첫 전화는 무난하게 끝이 났습니다.
전화를 몇 번 받다 보니 물어보는 것들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으며, 전화가 길어질 것 같으면 '자세한 내용은 이메일로 전달드리겠습니다.' 하다 보니 전화받기에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음.. 써놓고 보니 적응 기라기에는 너무 별거 없으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풀어볼까요?
친구야 미안하다!
전화 거신 분께도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회사 전화를 받으며 가장 당황스러웠던 경험은 제 친구와 똑같은 목소리의 어떤 분이 저희 회사를 '서울 주택도시공사'아니냐며 전화를 하셨을 때입니다. 전화받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저는 그날도 어김없이 '네 00(회사 이름)입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반대편에서 '안녕하세요 저 뭣좀 여쭤보려고 하는데요'라며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편의상 그분을 서울남이라고 칭하겠습니다.)
나 - 저 혹시 어디로 전화를 거셨나요?
서울남 - 어.. 서울주택공사 아닌가요?
맙소사! 전화번호를 헷갈린 건지 SH가 아닌 저희 회사로 잘못 전화를 거신 겁니다. 저는 상황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드렸습니다. 서울주택공사가 아니며, 00이라는 광고대행사이니 전화를 끊고 번호를 확인해보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서울남께 잘못 전화를 거셨다고 계속 말씀드리는데도 끊지 않고 '아.. 서울주택공사 아니에요?'를 무한반복하셨다는 것.
밀린 업무는 쌓여가는데 잘못 걸려온 전화 때문에 애꿎은 시간만 계속 보내고 있던 중, 살짝 짜증이 났던 저는 문득 정말 친한 친구와 목소리가 굉장히 똑같다는 점에서 '혹시 친구가 나를 골탕 먹이려고 전화를 했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었죠. 저는 그분에게 '혹시 000 씨이신가요?'라고 말도 안 되게 질문을 했고, 그분께서는 '아닌데요'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빠른 주제 전환을 위해 다시 '전화를 끊고 번호를 확인해보시라, 더 이상 저희 회사 측에서는 안내가 불가능하다'라고 말씀드리고 급히 전화를 끊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창피한 흑역사로 남아있는 회사 전화 경험담입니다. 그 이후로는 공식적인 회사 전화를 받을 일이 없어졌지만 제 개인 전화를 받을 때도 언제나 조심스럽게 받는답니다.
우당탕탕 신입사원의 회사 적응기, 앞으로도 몇 편 더 남아있으니 함께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