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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ditt 마케터 Feb 21. 2020

잠옷 입고 출근하기

노마드위크, 그 두 번째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집 바로 앞,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회사가 있다면.

그래서 일어나서부터 출근까지 5분 컷이라면.

마침내 퇴근하고 5분 뒤에 내 방 침대에 누울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너무 좋다.

점심시간에 집 가서 먹을 테다. 졸리면 누워서 좀 자다 올 수도 있겠지. 따뜻한 이불속에서 꼼지락대고 싶다.

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면 급격한 현타가 불현듯, 출근길 한 떨기의 콩나물이 되어있던 나에게 찾아온다.

싸늘하다. 지하철 연착이 날아와 꽂힌다.



여하튼, 회사와 집까지의 거리가 거의 두 시간은 나는 터라 부질없지만 종종 이런 생각으로 아침을 버텼다.

일종의 주문처럼.




그리고 어느 날, 그 간절한 염원이 대표님 귀에 닿았는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야 말았다.





이번 주 수요일부터 다음 주 화요일까지는 집에서 일하세요.
기분 좋은 월요일을 만든 한 통의 메시지 (Feat. 대표님)



대표님으로부터 수요일부터 화요일까지 노마드 위크 윈터시즌을 시작한다는 메시지가 날아왔던 것이다!


노마드 위크란?

새로운 업무 공간에서 일할 때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실시.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업무를 볼 수 있는 제도.



따라서 일하는 곳이 집이든, 카페든, 도서관이든 상관이 없다. 본인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면 그걸로 OK.

즉, 일어나서 출근까지 5분도 안 걸리는 게 가능하다는 뜻!!!!!

(박수)

(함성)



아니, 정확히는 5분이 아니다.

일어나서 내 방 컴퓨터를 켜기만 하면 그게 출근이다.

노마드 위크 기간에는 출퇴근 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얼쑤절쑤. 

집순이인 나는 그렇게 일주일간 잠옷을 입고 파격적인 출근을 했다.








다시 보니 반갑다


사실 모딧에서 이러한 노마드 위크제도를 시행한 지는 꽤 되었다. 

지난번 "출근하기 싫어서 회사를 안갔습니다" 글로 한번 소개한 적도 있다.



구태여 이런 글을 또다시 작성한 이유는

이번 노마드 위크는 저번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중점으로 한번 정리해보았다. 같은 제도여도 세부사항이 달라서 그런지 조금 다른 느낌이 있었다.






첫째, 기간이 늘어났다.

지난번 노마드 위크는 최대 3일로 제한을 두었다. 

그러나 이번 노마드 위크는 5일로 늘어나 업무 스케줄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



둘째, 사람이 늘어났다.

기존 노마트 위크는 개인별로 신청하여 실행했기 때문에 전 직원이 다 함께 재택근무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간을 정하여 모두 함께 노마드 위크를 보냈다.



셋째, 업무시간이 정해졌다.

이번 노마드 위크는 단체로 진행되다 보니 업무시간을 9시부터 6시로 정해놓았다.

업무 시간 내에 소통 채널은 항상 켜놓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조성했다.



이 정도의 차이점이 있다.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본격적으로 시행한 느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출퇴근이 불안했던 마음도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 특히 안심이 되기도 했다.




집에서 일하니 어때?


진정한 집돌이는 한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 법이지.


어떨 것 같은가.

혹자는 집에서 하니까 놀면서 대충 시간 때우다가 칼퇴할 것이라 예상하겠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진짜 리얼)



나는 원래 시험공부도 집에서, 추가 근무도 집에서,

모든 걸 집에서 하는 본 투 비 집순이라

원하는 곳에서 편안하게 일을 한다는 것이 업무 효율을 굉장히 높였다.

즉, 집중이 굉장히 잘 되었다는 뜻.

첫날에만 인스타그램 콘텐츠 기획서, 블로그 포스팅, 유튜브 콘텐츠 기획서, 월간 보고서 작성, 광고 모니터링, 기타 컨텍 작업 등등을 하며 평소보다 20~30% 더 많은 작업을 했다. (월 초라 바빴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획서를 쓸 때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편안한 복장(잠옷)과 편안한 곳(쇼파 아래)이 편안한 마음을 만들었고

유동적인 사고로 이어져 아이디어 도출에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몇 번이고 리젝 되었던 콘텐츠 하나를 컨펌 낼 수 있었다!



각자에게 맞는 환경을 조성하여 업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노마드 위크 제도의 의도는 거의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단점인 듯 단점 아닌 단점 같은..



물론 단점도 있긴 하다.

아까 언급했듯 이번에는 지난번 위크와 달리 업무 시간이 별도로 정해져 있었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카페나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다가도, 오고 가는 시간에 쳇(연락)이 올 것 같아 불안했다.

일하는 시간 동안에는 항상 소통창구를 켜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또 두뇌 회전이 오후부터 조금씩 풀리는 타입이라 밤에 일하고 싶어도 시간이 정해져 있어 그건 시간 외 근무로 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일 할 수 있어 오히려 야근도 조금 했다.

(기존 소개글을 읽으면 알겠지만 모딧은 야근이 거의 없다.)



오전에는 집에서, 오후에는 카페에서 일한 날.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게 되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서로의 신뢰도를 깨지 않으려

평소보다 열심히, 빠르게 피드백을 했다.

시간 제약은 노마드 위크가 주는 자율성의 장점을 조금 감소시키는 대신 일의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좋은 점이 훨씬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시간 제약 때문에 많이 이동할 수 없다는 단점도 점심시간을 이용하면 극복할 수 있다.

한 번은 그렇게 오전에는 집에서, 오후에는 집 앞 카페에서 일한 적도 있었고. 결과는 만-족





마무리


마케팅팀은 월초마다 월간 보고 미팅을 진행하는데 이번에도 예외 없이 회의가 잡혔었다.

재택근무가 처음인 나는 어떻게 하나..라고 걱정했지만 화상으로 하면 된다고 의외로 간단(?)하게 넘어갔다.

그렇게 각자의 작업 공간에서 한 시간가량의 회의까지 무사히 마쳤다.



결론은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어도 각자의 자리만 잘 지키고 있다면 충분히 노마드 위크가 가능하다는 것.

업무는 개인 자율성에 맞기되 시간적 제약을 두어 소통을 늘리고 서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좋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글을 남기는 이유는

모딧 뿐만이 아니라 다른 회사도 시도해볼 만한 제도임을 알리기 위해.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비단 필자의 특별한 성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후 모두 함께 회의를 했을 때

비슷한 후기와 결괏값이 나온 것을 보아 꽤 유용한 제도인 듯싶다.



언젠가 이 제도가 정형화되어 모든 직장인들이 어느 정도 자율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금요일에는 사무실이 아닌 자율 공간에서 일하는 것을 이미 실행하고 있기도 하고. 그리고 그 효과도 어느 정도 보증이 된 편이다.



결정적으로 내가 아침마다 지하철 연착을 싸늘하게 맞으며 상상했던 그것들..

"점심시간에 집 가서 먹을 테다. 졸리면 누워서 좀 자다 올 수도 있겠지. 따뜻한 이불속에서 꼼지락대고 싶다."

노마드 기간에는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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